1일 달러당 1554.9원에 마감
심리적 저지선 17년 만에 뚫려
국내 주식 비중 줄이는 외국인
역대급 엔화 약세 동조화 심화
연말 종전 효과로 하락 ‘기대’
원·달러 환율(주간 종가 기준)이 1일 1550원을 돌파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류에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엔화 약세 등이 겹친 영향이다. 당국은 분기 기준 역대 네 번째 규모로 달러를 투입해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심리적 저지선인 1550원마저 뚫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오후 3시30분)은 전날 종가 대비 5.5원 오른 1554.9원으로 마감했다. 주간 종가 환율이 1550원대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3월6일(1550.0원) 이후 17년 만이다.
지난 5월 초 중동전쟁 종전 분위기에 1400원대로 내려왔던 원·달러 환율은 5월15일 1500원을 넘은 뒤 상승세를 이어왔다. 6월 들어서는 한 번도 1400원대로 내려가지 않고 1500원대를 유지했다.
그나마 6월엔 종가 기준으로 1500원대 초반을 지켰다. 1600원으로 향하는 심리적 저지선인 1550원을 넘어서지 않도록 외환당국도 여러 차례 개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7월 첫날 환율은 저지선을 뚫고 올라갔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에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18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후 지속된 달러 강세가 밑바탕이 됐다.
한국 증시가 급등한 후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을 하면서 국내 주식을 팔고 달러로 바꾸는 수요가 많이 증가했다.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에 150조원 가까이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게다가 이날은 상반기 결산 때문에 원화를 달러로 바꿔 본국에 보내는 ‘역송금’이 많아 달러 실수요가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기록적인 엔화 약세가 환율 상승폭을 키웠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 162엔을 넘어 플라자합의 직후인 1986년 12월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시장에서는 엔화와 원화를 묶어서 보기 때문에 요즘 동조화 흐름이 강해져 원화 가치가 동반 하락했다는 것이다.
외환당국은 환율 오름세를 꺾지 못하고 속수무책이다. 한국은행이 전날 공개한 자료를 보면 당국은 올해 1분기 환율 방어를 위해 약 136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입(순매도)했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네 번째 규모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4분기(약 225억달러)에 이어 고강도 개입을 했지만 환율 상승을 막지 못했다.
경상수지 흑자를 낸 기업에 보유한 달러를 원화로 바꾸라는 요청도 하지만 이 역시 역부족이다.
일각에선 올해 700억달러를 쓰고도 엔·달러 환율 폭등을 막지 못한 일본을 보면 시장 개입을 무작정 늘리기도 힘들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1600원을 넘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550원이 중요한 심리적 저지선인데, 이 선이 뚫린 다음에 유의미한 저항선(내려갈 요인)이 보이지 않으면 1600원까지 갈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말에는 환율이 1400원대로 내려올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유가 하락 등 종전 효과가 나타나고, 외국인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이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달러 강세, 외국인 증권 매도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580원까지 오를 수 있지만 4분기 이후 1400원대 진입 시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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