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가 모듈러 승강기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현대엘리베이터.
건설경기 침체로 승강기 신규 설치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집계한 국내 승강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설치 대수는 3만6211대로 전년 대비 25.9% 감소했다. 건설업과 부동산 경기 둔화가 신규 건축물 감소로 이어진 결과다. 승강기 산업이 건설업 경기에 1~2년 후행하는 구조라는 점을 고려하면 설치 시장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환경 현대엘리베이터는 속에서도 비교적 탄탄한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신규 먹거리를 발굴 중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4670억원, 영업이익 209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14.5%, 7.3% 감소했다. 다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수익성 만큼은 지켜냈다. 영업이익률이 8.5%로 0.7% 상승한 것이다. 매출 감소 폭 대비 영업이익 하락 폭이 적었다. 탄탄한 수익성은 같은 기간 배당성향 193.0%라는 고배당 기조로 연결됐다.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는 총 5058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실시하며 배당 안정성을 유지했다.
배경에는 사업 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승강기 산업이 신규 설치 중심에서 유지보수와 리모델링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해당 영역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제조 부문 매출은 2024년 1조7200억원에서 지난해 1조3100억원으로 24% 감소했지만, 설치·유지보수 사업 매출은 65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신규 설치 감소를 유지관리 수요가 일부 상쇄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유지보수·리모델링 사업 수익성 갖춰
현대엘리베이터가 주목하는 영역은 노후 설비 교체와 유지보수 시장이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현재 국내 승강기 설치 대수는 80만대를 넘어선 상태다. 이 가운데 설치 후 15년 이상 경과한 설비 비중은 약 40~50% 수준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연간 3만~4만대 수준의 교체 수요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19년 승강기 안전관리법 개정 이후 정밀안전검사 기준이 강화되면서 일정 연한을 넘긴 설비는 유지보다 교체나 리모델링이 경제적인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 시장은 단순 설치 시장 대비 높은 단가와 수익성을 갖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리모델링 사업을 핵심 성장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특별점검단 직원들이 승강기 정밀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엘리베이터
유지보수 사업 역시 안정적인 수익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국내 유지관리 대수는 2024년 기준 20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전체 승강기 시장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유지관리 사업은 신규 설치와 달리 경기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낮고 반복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인 만큼 실적 안정성에 기여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허재준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신규설치 관련 영업이익률은 5~7%인 반면 유지보수 부문은 20%에 이상”이라며 “유지보수 매출 비중은 16.5%에 불과하나 영업이익 기여도는 50%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지보수 사업 비중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다소 낮던 매출 비중 역시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가리란 전망이다. 이는 장기적 수익선 개선으로 이어진다.
AI ‘미리’·모듈러 공법…기술 기반 경쟁력 강화
현대엘리베이터는 유지보수 확대와 함께 기술 기반 서비스 고도화에도 나서고 있다. 대표 사례가 인공지능 기반 유지관리 시스템 ‘미리’다. 미리는 승강기 운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고, 고장 발생 가능성을 예측한다.
회사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 도입 이후 운행 정지 건수는 약 43% 감소했다. 비가동 시간은 20.6%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설치 대수는 3만3000대를 넘어섰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지관리 전체 대수 20만대를 넘는 만큼 향후 적용 확대 가능성도 높다.
자동화 공정 도입을 통한 제조 효율성 제고도 추진 중이다. 국내 생산 거점인 충주 스마트 캠퍼스의 경우 AI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전체 공정 자동화율을 80% 가까이 끌어올렸다.
현대엘리베이터 중국 상하이 스마트캠퍼스에 구축된 태양광 발전설비. 사진=현대엘리베이터
시공 방식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고층용 승강기 모듈러 공법 ‘이노블록’을 상용화한 게 대표적이다. 주요 부품의 90% 이상을 사전에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기존 공법 대비 설치 기간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승강로 내부에서 이뤄지는 고소작업 등 고위험 공정 역시 최소화할 수 있다.
실제 인천 송도 힐스테이트 센터파크 현장에서는 약 40일의 공기 단축 효과가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작업 비중을 줄여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시공 효율 개선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기대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관련 기술에 대해 국내외에서 약 50건의 특허를 출원·신청했으며 추가 출원도 계획 중이다.
결국 현대엘리베이터는 애프터마켓 사업 강화로 불황을 버틸 체급을 갖추고, 기술 투자로 미래 핵심 수익원을 확보하는 이중 전략을 펼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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