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2기 체제에 접어든 우리금융이 경쟁 시중은행 대비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과감한 지점 정리 및 폐쇄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가 하면, 생산적 금융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지원에 나서고 있다.
비효율적이고 방만했던 경영구조를 일거에 쇄신하고 젊은 층 중심의 고객 확보에 필요한 이미지 구축작업이란 평가도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좀 덜 보게 된 현재의 타이밍이 나름 혁신적 조치를 펼 수 있는 기반이 된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전경/우리은행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7월 6일 기준으로 37개의 지점을 통폐합한다. 한 번에 대규모 점포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경기 14개 ▲서울 10개 ▲부산 5개 ▲전북 2개 ▲울산 2개 ▲인천 1개 ▲충남 1개 ▲대구 1개 ▲제주 1개 등이다.
지난해 이뤄진 지점 통폐합을 합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영업점(지점+출장소) 28개를 없앴다. 2년 사이 총 65개의 영업점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점포 정리에 나섰다”며 “단순히 점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이용이 많지 않은 곳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운영 효율성과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후 인력 재배치 등과 관련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외형상 4대 시중은행과 유사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익성과 생산성 지표에서는 격차가 크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2조원대 중반에 머물러 KB국민·신한·하나은행의 3조원 안팎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전년 대비로는 14.2% 감소해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순익이 뒷걸음질 쳤다.
무엇보다 직원당 생산성에서 차이가 난다. 직원 1인당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PPOP)은 2억9900만원으로 전년 3억800만원보다 줄었다. 하나은행(4억3400만원), 국민은행(4억1900만원), 신한은행(3억80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낮다.
비용 효율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경비율(CIR) 역시 47.8%로 경쟁 은행 대비 최대 8%포인트 가까이 높다. 같은 수익을 내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쓰는 구조다. 결국 우리은행이 꺼내든 해법이 점포 축소인 셈이다.
점포가 대폭 축소되면서 인력 구조조정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퇴직급여 전입액만 1564억원에 달했다. 전년 1111억원에서 40% 넘게 증가한 것인데, 지난해부터 올해초까지 420명이 은행을 떠난 청구서다. 올해도 이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직원이 짐을 쌀 수 있다.
빈자리는 인공지능(AI)이 채웠다. 우리은행은 175개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업무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공격적인 마케팅은 덤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충주맨으로 유명한 유투버 김선태를 활용, 은행 홍보에 나섰다. 금융업 특성상 신뢰감이 생명인 은행 홍보에 B급 특유의 재미를 접목하려고 했다는 평가다. 해당 영상 콘텐츠에 1억원 안팎의 마케팅 비용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생산적·포용금융에 80조원을 쏟아 붓기로 하면서 각 계열사별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 ‘국민성장펀드’와 연계한 해상풍력·반도체·AI 투자 등 대형 프로젝트 참여를 확대했고 증권·자산운용·PE 등 계열사도 모험자본과 펀드 조성을 통해 첨단산업 투자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의 과감한 행보에 대해 그간 당국 시선을 의식해 미뤄왔던 의사결정이 한꺼번에 실행되는 국면으로 보고 있다. 2024년 손태승 전 회장 관련 73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로 인한 내부통제 실패와 동양생명·ABL보험사 인수를 위한 금융당국의 경영실태평가, 임종룡 회장 연임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 등 굵직한 사안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금융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관련 대형 제재를 피해간 데다, 올해와 내년 금융감독원 정기검사 일정에서도 비껴난 상태다. 부당대출 사건으로 선제적인 고강도 검사를 받았던터라 향후 일정이 비워졌다. 통상 2~3년 주기로 이뤄지는 정기검사 특성상 당분간은 감독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면이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검사 대상에선 예외라지만 우리금융의 행보를 눈여겨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우리금융이 당국 눈치를 덜 보게 됐다고는 하나, 기존에 좀체 하지 않았던 시도들이 잦아지게 된 만큼, 감독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는 것.
한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예정된 정기검사는 없지만 상시 모니터링은 이어지고 있다”며 “소비자 보호나 특정 상품 판매 등을 중심으로 점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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