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최근 미국의 이란 침공에 따른 '고유가 쇼크'가 한국경제를 덮치면서 기존 고물가와 고금리까지 연쇄작용을 하는 등, 소비자 불안 심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가계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밥값 줄이기' 열풍이 불고 있다. 8000원 이하 식당 정보를 모은 '거지맵'부터 SNS를 중심으로 정보 공유가 활발한 직장인들의 '도시락 싸가기' 등이 대표적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저렴한 가격의 식당을 찾을 수 있는 거지맵이 출시 약 2주 만에 활성사용자 수 15만명을 돌파했다. 거지맵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에서 자신이 있는 위치를 중심으로 5000원대에서 8000원대까지 '초가성비' 식당을 검색할 수 있다.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공공기관 구내식당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이트는 초가성비 식당 방문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정보를 모으고 있다. 사용자의 '집단 지성'의 힘을 빌리고 있는 셈이다.
향후에는 이해관계자의 제보로 여겨지는 건들은 엄격히 거르는 등, 사용자 신뢰를 높일 방침이다. 운영자는 공지사항을 통해 "가성비 투표를 진행해 결과에 따른 우선 노출 기능도 도입할 예정"이라며 "거지맵은 거지들이 건강하게 자산을 형성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거지맵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의 '거지방'을 모태로 삼고 있다. 거지방이란 소비 절제를 미덕으로 삼고, 경쟁적으로 '무지출 챌린지'를 뽐내는 커뮤니티를 말한다.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활발히 정보를 공유하다가 거지맵과 같은 한층 진화된 사이트로 분리 확장된 사례다.
거지방 외에도 판매 마감에 임박한 식품을 할인가에 구매할 수 있는 '럭키밀' 역시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는 직장인 도시락 레시피와 영양 스케줄표 작성법, 도시락 싸기 브이로그 등 점심 도시락 정보 공유가 예년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거지맵을 접속하면 본인이 위치한 곳의 '초가성비' 식당을 자동으로 찾아준다. 안양시 범계역 인근에 초가성비 식당 3곳이 검색된 화면. (출처=거지맵 홈페이지)
한편에서는 이런 현상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일본의 '고독한 도시락'과 비슷한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흔한 풍경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도시락으로 혼자서 점심을 해결하는 직장인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일본 SBI신세이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일본 남성 직장인들의 점심은 직접 싼 도시락(36.7%), 구입한 도시락(20.2%), 사내식당(15.8%)으로 나타났다. 여성 직장인은 직접 싼 도시락(53.5%), 구입한 도시락 (17.7%), 재택근무로 집에서 만들어 먹음(8.1%) 순이다.
평균 점심값 역시 남성 709엔, 여성 694엔으로 7000원을 넘지 않는다. 직장인 대다수가 도시락을 선호하고 외식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소포장 반찬류나 냉동식품 등 도시락 수요를 겨냥한 식음료 산업이 크게 발달했다.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확인된다. 점심값은 이미 직장인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선 상태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외식 물가는 2022년 7.7%, 2023년 6.0% 폭등한 뒤로 3% 이상의 인상률이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서울 지역 비빔밥 평균 가격은 2021년 9000원대 초반에서 지난해 1만1000원대를 가볍게 돌파했다.
소비자 발길이 끊긴 외식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일반·휴게음식점) 폐업률은 11.5%로 집계된다. 2021년 8.3% 수준이던 폐업률이 2023년 10.1%로 두 자릿수를 넘어섰고,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고물가로 소비자 지갑이 닫히자 문을 닫는 식당이 급증하는 악순환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거지맵 등에 몰리는 이유는 단순한 '짠테크' 유행을 넘어 한국 소비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며 "외식 문화가 축소되고 간편식을 선호하는 일본의 식문화 패턴과 유사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새로운 '뉴노멀'이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올 수 있을 것 같다. 외식 자영업자들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큰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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