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노동조합이 개최한 ‘국책은행 지방 이전 저지 총력 투쟁 결의대회’에 참가한 2200여명의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태은 기자
지방 이전 가능성을 둘러싸고 금융공공기관 노동조합의 반대 투쟁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 및 지역을 검토 중인 가운데 국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 노조가 잇따라 토론회와 집회를 열며 이전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이전 대상과 지역 등 세부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11일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등 3대 국책은행 노조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인근에서 ‘국책은행 지방 이전 저지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노조 측 추산에 따르면 약 2200명이 집회에 참석해 당초 주최 측이 예상한 2000명을 웃돌았다.
류장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정책협약을 통해 △국책은행의 특수성 공감 △서울을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발전시키기 위한 상호 협력 △지방 이전의 과학적 근거 분석 등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위원장은 “이는 단순한 약속 파기가 아니다”라며 “도의, 이성, 신뢰, 과학적 근거 모든 것을 부정하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정은주 금융노조 한국수출입은행지부 위원장은 “3대 국책은행은 정부 입장에서 보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정부 총배당금액의 70%를 3대 국책은행이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정부는 더 많은 황금알을 얻겠다고 거위의 배를 가르려고 하는데 이는 거위도 죽고 황금알도 잃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정책금융 최전선에서 산업을 육성하고 금융 사각을 메우고 국가 위기 상황에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며 “끝까지 투쟁해 서울에 반드시 존치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측은 지방 이전 저지를 위한 투쟁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김현준 금융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지난 윤석열 정권 때 남들이 다 포기하라고 했지만 우리는 물고 늘어지고 가열차게 투쟁해 승리를 점했다”며 “끝까지, 마지막까지 쥐어짜 버티고 버티자”고 말했다.
금융노조 NH농협지부도 집회에 동참했다. NH농협지부 간부들은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에게 지방 이전 관련 의견서를 전달했다. 농협은 임직원의 73%가 이미 비수도권에서 근무하는 전국 분산형 조직인 만큼 추가 이전에 따른 균형발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지방 이전 후보로 거론되는 예금보험공사도 같은날 선제 대응에 나섰다. 예보 노조는 이날 ‘행정·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정책 관련 예금보험공사의 입지 연구 결과 및 노동조합 입장 정책토론회’를 열고 본점의 서울 잔류를 주장했다.
예보가 금융위기 발생 시 예금자를 보호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담당하는 특수한 기능을 수행하는 데다 예금자보호법상 사무소 위치도 서울로 정해져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윤신 예보 노조 부위원장은 “정부는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서 예금보험공사를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라”며 “예금자 보호 기능을 훼손하고 젊은 세대의 희생을 강요하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방 이전에 따른 인력 이탈 가능성도 제기됐다. 예보 노조가 6월 재직 직원 7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년 이상 근속자의 52.8%가 지방 이전 이후에도 계속 근무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근속 5년 미만 직원의 계속 근무 의향은 12%에 그쳤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을 비롯해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서울에 본사를 둔 금융공공기관들이 주요 이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전 지역으로는 부산, 대구, 전북 등이 언급된다. 다만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지역 모두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2차 공공기관 이전 방향에 대해 “과거처럼 분산시키면 집중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이번엔 몰아서 보낼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금융노조는 오는 12일 지방 이전 반대를 비롯해 주 4.5일제 도입, 임금 수준 등 안건에 대해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안건이 가결되면 다음 달 초 대규모 총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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