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인터뷰]
"출산율 최저·수도 위상 흔들,
3~4년 내 닥칠 위기 대비해야"
'서울판 테마섹' 1년 내 설립해
AI·바이오 등 글로벌 자본 유치
'시민리츠' 도입해 재건축 속도
"취임 1호 지시 9호선 8량 교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25일 국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민경석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랜 시간 '거리의 변호사'로 불렸다. 쌍용차 대량 해고 사태부터 용산·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국가 권력으로부터 외면받은 평범한 사람들 편에 서서 '법'이라는 우산으로 이들을 지키려 애써왔기 때문이다. 2016년 국회의원이 된 뒤로는 '거지갑'이 됐다. 체면을 차리는 대신, 헝클어진 머리에 백팩을 메고 민생 현장을 누볐다. 중대재해처벌법·검찰개혁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입법, 권력을 견제하는 개혁에 앞장섰다. '강경 개혁파'라 칭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그런 그가 "돈 벌어오는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한다. 6·3 지방선거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가 세종시로 이전하게 되면 930만여 명 서울 시민의 삶의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어서다. 지선이 끝나면 새로 출범하는 특별시와도 경쟁해야 한다. 2차, 3차 공공기관 이전도 목전이다.
박 의원은 "서울로서는 결정적 순간이 닥쳐오고 있는데, 누구도 서울의 미래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인공지능(AI) 슈퍼컴퓨팅 센터 구축,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서울투자공사 설립 등 핵심 공약을 통해 서울의 미래를 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 공약에 이념적 내용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인터뷰는 25일 국회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일문일답.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월 9일 서울 마포구 가온스테이지에서 열린 새로운 서울 설계도 비전 선포식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가 있나.
"서울의 합계 출산율이 0.59로 전국 최저 수준이다.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 게다가 대통령실·국회 등이 세종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지금껏 누려온 정치적 수도라는 지위가 흔들리게 된다. 당장 3, 4년 내 닥칠 변화인데 누구도 서울의 미래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다."
-구상하고 있는 서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서울 동북권에 홍릉과 창동, 태릉 일대를 묶어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보건복지위원장을 하면서 일라이 릴리와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 회사들을 만나 보니 서울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대형병원이 밀집해 신약 개발 등을 위한 임상시험이 수월해서다. 실제 서울은 임상시험 건수가 세계 1위다. 외국 자본 투자도 유치해야 한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같은 서울투자공사를 임기 시작 후 1년 내 설립하겠다.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는 이 역할을 하는 전담 조직이 있는데, 서울시엔 없다."
-평소 개혁적 이미지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1조 원을 투자해 대학·기업·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슈퍼컴퓨팅 센터를 설립하는 '한강 AI' 구상이나 바이오 클러스터, 서울리츠 공약 중 이념적인 얘기가 있는지 묻고 싶다. 오히려 돈을 벌어오는 서울시장이 되겠다는 게 제 목표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찬대 인천시장 예비후보와 박주민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3월 20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 앞에서 점심회동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1호 업무지시로 한강버스 중단, 지하철 9호선 '8량' 증량
박 의원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임기 시작 첫날 1호 업무지시로 한강버스 사업을 중단하고 지하철 9호선의 현행 6량 열차를 8량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2,000억 원 규모 한강버스 예산이면 급행열차부터 교체가 가능하다고 본다. 1년 안에 쾌적한 9호선 급행을 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의 시정은 어떻게 평가하나.
"1조 원 이상을 들여 강변 대관람차 '서울링'을 만들겠다고 한다. 여기 어디에 서울시 미래가 있고, 비전이 있고, 시민 삶이 있나. 서초구 양재동 일대를 AI 특화 거점으로 조성하는 '서울 AI 허브' 예산이 1년에 44억 원에 불과하다. 동대문구 홍릉의 서울바이오허브 예산도 대폭 깎았다. 감사의 정원, 서울링, 한강버스 등 시민 삶과 무관한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속이 터진다."
-부동산 문제가 서울의 최대 현안이기도 하다.
"민간과 공공, 투트랙으로 충분한 물량을 공급해야 한다. 오세훈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좋았다. 다만 서울시 심의라는 단일 창구를 거쳐야 해 병목이 발생해 속도가 나질 않았다. 인허가권을 자치구로 넘기고 금융지원을 결합해야 한다. 시 재정으로 매입하던 재건축 아파트 기부채납 물량을 시민 투자금으로 조성한 '시민리츠'가 인수하는 방식이다. 용적률 상향에 따른 은마아파트 기부채납 물량이 770가구라면 토지비 없이 한 가구당 1억5,000만 원이면 매입할 수 있다. 지지부진한 정비사업에 리츠 자금이 공급되면 사업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
-공공 부문 공급은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지은 지 30년 넘은 공공청사가 200여 개에 달한다. 이 노후 청사를 복합 개발해 상층부를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 총 4만 가구 청년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용산 정비창 부지에도 서울시가 아파트 부지를 소유하는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2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
-공공 공급이 임대에 편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 미집행 부지를 활용해 지분적립형 분양주택도 공급할 계획이다. 임대만 하는 건 아니다."
3월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전현희(왼쪽부터), 박주민, 정원오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행정도, 입법도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해법 만드는 정치"
박 의원은 정치에 발을 디딘 이후 내리 3선을 했다. 국민연금 모수개혁 합의를 이끌어내고,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떠났던 전공의·의대생의 복귀를 설득해 의료대란을 종식시키는 등 자신의 정치력을 결과로 증명했다. 하지만 서울시장 5선에 도전하는 오 시장이나 3선 서울 성동구청장을 지낸 정원오 전 구청장 등 여야 주요 경쟁자에 비해 행정 경험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행정도, 입법도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해법을 만들어내는 정치"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행정경험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상법 개정 등 주요 국면마다 갈등을 조정한 경험이 있다. 12·3 불법 계엄 이후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어가던 지난해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 국민연금 모수개혁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해 7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의료대란 해결이 어렵다는 취지로 얘기했는데, 9일 뒤 의대생·전공의를 복귀시켰다. 서울시 변화에 필요한 실행력과 갈등 해결 역량 등을 입증한 셈이다."
-10년 내 대중교통 무상화를 공약했다.
"자율주행이 도입되면 대중교통 운영비용도 크게 줄어든다. 또 백화점·쇼핑몰이 부담하는 교통유발부담금이 연간 2,000억 원 정도인데 30년째 그대로다. 현실화해야 한다. 여기에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노선의 적자도 중앙 정부가 일부 분담하면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서울은 대중교통 분담률이 60%를 넘는 도시지만, 교통체증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14조 원에 달한다. 편도 1시간 이상 이동하는 직장인은 월 200만 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교통 혼잡도를 낮추려면 파격적 정책이 필요하다."
-교통 주거 등 강남·강북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2,500억 원 수준인 균형발전특별회계를 1조 원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여기에 시민리츠 등 민간 투자도 접목해 연간 1조~3조 원씩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 서서히 올라가선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 적극적 투자로 강북을 대약진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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