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26일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자금 이동을 단행했다.
반도체와 일부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도 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방산과 에너지, 2차전지 등 특정 산업군에는 공격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차익 실현을 넘어 산업 사이클 전환을 반영한 전략적 이동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은 이날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성SDI, 산일전기를 중심으로 순매수에 나섰다.
태양광과 화학 사업을 하는 한화솔루션과 방산 대표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자금이 집중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와 친환경 정책 기대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두산에너빌리티와 대우건설,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 등으로도 매수세가 이어졌다. 원전과 플랜트 중심의 두산에너빌리티, 인프라 사업을 담당하는 대우건설에 대한 관심은 글로벌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와 맞물린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배터리 업종에 대한 선별적 접근은 전기차 시장 성장에 대한 중장기 확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방산과 철강, IT를 아우르는 종목군으로도 자금이 확산됐다. LIG넥스원과 POSCO홀딩스, LG전자, 한국전력 등이 대표적이다. 방산 수출 확대 기대와 함께 철강 업황 개선,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전력에 대한 매수는 요금 인상 가능성과 재무구조 개선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에코프로머티, SK, LG화학, 한국금융지주 등으로도 자금이 유입됐다. 2차전지 소재 기업과 지주사, 금융주에 대한 분산 투자 전략이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증권가는 “특정 업종에 집중하기보다 구조적 성장 산업 전반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흐름”이라고 평가한다.
또 삼성전기, SK텔레콤, 삼양바이오팜, 기아 등으로 매수세가 이어지며 IT부품, 통신, 바이오, 자동차 등 다양한 업종이 고르게 포함됐다. 이는 외국인 자금이 단기 테마가 아닌 중장기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매도 상위에서는 극단적인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압도적인 순매도 규모를 기록하며 외국인 자금 이탈의 중심에 섰다. 여기에 현대차와 한미반도체까지 포함되며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 전반이 매도 압력에 노출됐다.
이어 미래에셋증권, KB금융, 삼성전자우, 효성중공업 등이 매도 대상에 올랐다. 금융주와 일부 산업재 종목에서도 차익 실현 성격의 매물이 출회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우에 대한 매도는 배당 수요 감소와 단기 수급 부담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또 SK스퀘어, 한화비전, 하나금융지주, HD현대중공업 등으로 매도세가 확대됐다. 지주사 및 금융, 조선 업종 전반에서 일부 비중 축소 움직임이 포착된다. 이는 최근 상승폭이 컸던 종목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이뤄진 결과로 읽힌다.
이 밖에도 삼성화재,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LG이노텍 등이 매도 상위에 포함됐으며, DL이앤씨, 대덕전자, 신한지주, 삼성물산 등도 순매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업종 전반에 걸친 매도는 단기적인 수익 실현과 함께 리스크 관리 차원의 대응으로 해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외국인 매매 흐름을 단순한 수급 변화 이상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종의 단기 피로감과 함께 방산, 에너지, 인프라 등 실물 경제와 직결된 산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가 감지된다는 분석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은 항상 한발 앞서 움직인다”며 “이번 매매는 경기 민감 업종 내에서도 ‘실제 수익이 나는 산업’으로의 선별적 이동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비중 축소가 일시적인지, 중기적인 흐름인지는 향후 추가 수급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외국인의 선택은 명확했다. 성장성은 유지하되, 불확실성은 줄인다는 전략 아래 자금의 방향을 재설정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국내 증시의 주도 업종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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