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프런티어]
‘난민 지위’ 재일한인 3세 신태준
스타트업 ‘고조앤컴퍼니’ 창업자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비대면 대출은 편리하긴 해도 빌려준 돈을 못 받을 확률이 더 높아요. 어떤 사람이 돈을 갚을지는 사람만이 알거든요.”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신태준 고조앤컴퍼니 창업자가 태블릿PC로 실제 고객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박성원 기자
비대면 디지털 거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람과 직접 대면해야 한다”며 전 세계에 오프라인 지점을 늘리는 기업인이 있다. 개발도상국 금융 소외 계층을 위한 소액 금융 서비스(마이크로파이낸스)를 표방한 일본의 핀테크 스타트업 ‘고조앤컴퍼니(이하 고조)’의 신태준(45)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재일 교포 3세인 신 CEO의 국적은 한국도, 일본도 아니다. 조부모 세대로부터 조선(朝鮮) 국적을 이어받은 ‘난민’이자 일본 영주권자다. 여권이 없는 신 CEO는 일본 재입국 허가증을 들고 전 세계를 돌면서 까다로운 입국 심사를 뚫고 다닌다. 지난달 28일 본지와 만난 신 CEO는 “난민 지위를 버릴 생각이 없다”며 “‘기회의 불평등’이란 현실을 널리 알리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4년 설립된 고조는 인도와 조지아 등 7국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소액 대출을 제공한다. 작년 매출 약 4000억원, 영업이익 약 409억원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점은 실질 대손율(빌려준 돈을 못 받는 비율)이다. 업계 평균이 4~5%인 데 반해 고조는 2% 수준이다. 100만원을 빌려주면 98만원을 회수한다는 것이다. 비결은 아날로그 영업 방식이다. 고조 직원은 직접 고객이 사는 마을을 찾아 이웃들과 고객 평판에 대해 얘기한다. 커뮤니티 속 평판은 연봉처럼 중요한 정보라고 판단해서다. 고조가 오프라인 지점을 늘리는 이유다. 현재 고조의 오프라인 지점은 전 세계에 2000개 정도다.
고조의 고객 90%는 여성이다. 상당수 개발도상국에서 여성은 정규 교육조차 못 받는 경우가 많다. 신 CEO는 “이들 고객은 보통 300~500달러를 빌려 닭이나 돼지를 사 작은 농장을 꾸리고 농장에서 나오는 달걀 등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살아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금융 마중물”이라고 말했다.
고조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부여되는 국제 인증인 ‘비콥(B Corp)’을 획득하며 투명성을 공인받았다. 신 CEO는 2018년 세계경제포럼(WEF) ‘영 글로벌 리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신 CEO는 “개발도상국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금융에서 소외된 이들이 당당히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주는 게 고조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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