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ㆍ두산ㆍLGㆍ삼성, 로봇 개발에 박차
산업용 휴머노이드부터 미래 기술 확보까지
휴머노이드 시장, 2050년 1경 원 규모 성장
디자인=김승종기자/이미지=현대차, 두산로보틱스, LG, 레인보우로보틱스 제공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로봇을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낙점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경쟁 양상은 단일 기술 중심이 아니라 산업·서비스·플랫폼 등 적용 분야에 따라 분화되는 흐름이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그룹, LG전자, 두산그룹 등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로봇 사업을 전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 보스턴다이내믹스 기반 ‘현장 투입’ 가속
현대차그룹은 산업 현장 중심의 로봇 상용화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산업용 로봇 도입의 기술적 난제를 풀어가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최근 가장 주목 받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비롯해 물류 로봇 ‘스트레치(Stretch)’, 사족보행 로봇 ‘스팟(Spot)’ 등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들 로봇을 공장 생산라인과 물류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아틀라스의 경우 부품 운반 및 조립 등 제조 공정 투입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로봇을 단일 제품이 아닌 생산 시스템의 일부로 통합하는 ‘스마트팩토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아틀라스를 비롯해, 자율주행과 운송·순찰 등이 가능한 로봇 플랫폼 모베드, 착용 로봇인 ‘엑스블 숄더’ 등 다양한 현장형 로봇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지능형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된 피지컬 AI 역량을 산업 현장에 본격 적용할 것”이라며 “로봇이 고객 일상 속 혁신 솔루션으로 자리 잡도록 기술 개발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라 밝혔다.
두산, 협동 로봇 중심 제조 자동화 사업 확대
두산은 협동 로봇을 중심으로 제조 자동화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작업자와 협업이 가능한 협동로봇을 기반으로 자동차, 식품, 전자 등 다양한 산업군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협동로봇은 안전 펜스 없이 작업이 가능해 중소·중견 제조업체까지 적용 범위가 넓은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AI, 3D 비전, 음성인식 등을 결합한 로봇 솔루션 개발을 확대하며 단순 장비 판매에서 공정 자동화 솔루션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와 함께 건설장비 자회사 두산밥캣과의 연계를 통해 물류·건설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도 모색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자동차 도어 부품 공급 기업인 광진그룹에 2027년까지 100대의 제조 로봇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앞서 광진그룹에 공급한 11대의 로봇이 불량률 0%를 기록한 점을 강조하며, 기존 현장의 변경 없이 바로 적용이 가능한 점과 직원의 숙련도 차이로 인한 품질의 차이도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한다.
두산로보틱스 박인원 사장은 “이번 업무협약은 두산로보틱스 제조용 로봇 솔루션에 대한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체결된 것으로, 특히 불량률 0% 달성이라는 실질적인 성과가 이번 대규모 협약으로 이어졌다”며 “두산로보틱스의 로봇 솔루션이 광진그룹 생산현장에 성공적으로 구축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양사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제조 자동화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LG, 서비스 로봇 기반 ‘생활형 로봇’ 확장
LG전자는 호텔, 공항, 병원 등에서 활용되는 서비스 로봇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왔다. 안내, 배송, 청소 등 특정 기능 중심의 B2B 서비스 로봇을 통해 상용화 경험을 축적한 이후, 최근에는 가정용 로봇 등 생활형 로봇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추세다.
CES 2026에서 주목 받은 가사용 로봇 ‘LG 클로이드’를 중심으로 홈 AI 연동을 통한 ‘가사 노동 제로’의 미래를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LG의 행보는 기존 서비스 로봇 운영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AI 기술을 바탕으로 개인 공간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23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존 가전사업의 역량 강화와 함께 ▲로봇 ▲AIDC 냉각 솔루션 ▲스마트팩토리 ▲AI 홈을 4대 미래 전략산업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향후 LG의 로봇 산업 역시 AI홈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가사용 로봇의 고도화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LG전자는 로봇의 핵심 기술인 액추에이터(Actuator)의 자체 생산이 가능하게 해 로봇 제작의 원가 부담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관절에 많이 사용되는 부품으로 전기 등 외부 에너지를 공급받아 구동하는 장치다. LG전자는 액추에이터의 자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기술 역량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류재철 LG전자 사장은 “최근 피지컬 AI와 로봇 관련 기술의 발전이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올해를 ‘로봇 사업 본격화’의 원년으로 삼고 이를 위한 세부 전략을 속도감 있게 실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삼성, 레인보우로보틱스 통해 미래형 로봇 기술 확보
삼성전자는 로봇을 AI 기반 미래 사업으로 보고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2021년 삼성전자는 로봇을 비롯한 미래 신산업에 24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2024년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35%를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하고, 로봇 기술 내재화를 추진했다. 삼성전자는 장기적으로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미래형 로봇 개발 역량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기반 개인용 로봇 ‘볼리(Ballie)’ 등 가전용 로봇 제품을 넘어 산업 내 로봇 적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1일, 2030년까지 국내외 생산 공장을 'AI 자율 공장(AI Driven Factory)'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AI 자율 공장은 제조 전 과정에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공장으로, 자재 입고부터 품질관리와 생산·물류 등에 디지털 트윈을 통한 시뮬레이션과 데이터 기반 분석·검증 등 기술을 활용한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생산 거점의 품질 향상과 안전 수준을 높인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더해, 생산라인과 설비를 담당하는 오퍼레이션 봇을 비롯한 물류·조립·환경안전 봇 등을 점진적으로 도입해 생산성과 현장 안전을 확보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장 이영수 부사장은 "제조 혁신의 미래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AI가 현장을 이해하고 스스로 최적의 결정을 실행하는 자율 제조현장 구축이 핵심"이라며 "AI와 결합한 글로벌 제조혁신의 중심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피지컬AI로 시장 구조 재편... 기업들 로봇 전략 구체화 조짐
이들 기업의 로봇 전략이 ▲산업 현장 투입 ▲제조 자동화 ▲서비스·생활형 로봇 ▲미래 기술 확보 등으로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로봇 산업이 단일 기술 경쟁이 아닌 적용 분야별 시장 경쟁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로봇 산업 경쟁은 제품을 넘어 핵심 부품과 기술을 포함한 공급망 경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도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피지컬 AI 구현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로봇 시장의 확장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그룹인 씨티그룹(Citi Group)은 보고서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 보급이 늘어나며, 2050년에는 약 41억 달러(6조 1,819억 원) 대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는 2035년 약 2,090억 달러(한화 약 315조 1,302억 원), 2050년에는 7조 달러(한화 약 1경 554조 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현재 로봇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가까워, 전문화된 공급망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라며 “공급망 고도화와 규모의 경제 확보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 분석했다.
이러한 정황에 비춰볼 때, 향후 로봇 성능을 좌우하는 액추에이터, 센서, AI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의 확보 여부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국내 주요 제조 기업들의 시장 진입이 이러한 로봇 산업의 한계점을 바꿀 수 있는 ‘터닝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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