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실사 화면을 벗어난 배우들이 목소리만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완성했다. 강하늘, 유재명, 김선영이 구병모 작가의 인기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아가미’를 통해 처음으로 목소리 연기에 도전하며 또 다른 연기의 영역을 경험했다.
‘아가미’ 언론배급시사회가 26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자리에는 안재훈 감독과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 강하늘, 유재명, 김선영이 참석했다.
‘아가미’는 깊은 물속에 던져진 날 아가미가 생긴 세상에서 유일한 아이 곤(정해인 분)의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영화다.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주인공 강하 역을 맡은 강하늘은 “곤이 아가미가 생긴 친구다. 이 친구를 통해 강하가 성장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감독님께서 잘 만들어주신 것 같다”며 “제가 했던 작품 중 큰 노력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목소리만 노력하면 됐다. 나머지는 그에 맞게 모든 것을 만들어주셨다. 정말 숟가락만 얹은 기분”이라고 목소리 연기에 임한 소감을 밝혔다.
노인 역을 맡은 유재명은 “저도 다양한 역할을 해왔는데 처음으로 도전해봤다. 스튜디오에서 목소리 연기만 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낯설기도 했고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다”며 “신선하고 새롭고 묘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녕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김선영 역시 “주로 공연을 하다 보니 목소리로 대사를 연기하고 녹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실 걱정도 많이 됐는데 감독님이 편안하게 해주셔서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세 배우 모두 이번 작품을 통해 본격적인 목소리 연기에 도전했다. 강하늘은 “애니메이션을 굉장히 좋아한다. 목소리 연기도 당연히 연기의 한 부분이고 독특한 경험이었다”며 “내 목소리가 입혀지는 캐릭터의 모습이 완벽하게 다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캐릭터와 제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실사 영화에서는 조금 더 1인칭으로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3인칭으로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제 목소리와 캐릭터, 배경이 잘 어우러지는지 고민하게 됐다”며 “언제나 도전해보고 싶은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강하늘은 강하가 곤을 만나 변화하는 과정에도 의미를 뒀다. 그는 “곤을 만나면서 강하의 인생이 변하고 세계관 자체가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삶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달라진 것 같다”며 “그 성장을 표현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유재명 역시 오랜 연기 경력에도 처음 경험한 목소리 연기가 낯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화로 자기 목소리를 들으면 낯설지 않나. 제 목소리가 낯설게 들리는 경험이었다”며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에서 노인 역할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다음에는 재기발랄한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웃었다.
유재명은 작품을 통해 상처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올해 굉장히 더웠을 때 지인들과 바닷가에 가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바다가 있는 곳에서는 각자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더라”며 “그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여름밤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고 돌아봤다.
이어 “‘아가미’를 제안받고 시놉시스와 여러 내용을 보면서 다른 어떤 실사 영화보다 훨씬 자유롭게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무대 경험이 많은 김선영에게는 공연에서 쌓은 경험이 목소리 연기에 도움이 됐다. 김선영은 “무대에서는 마이크를 차고 연기하다 보니 극장에서 제 목소리가 들린다. 그때도 큰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다”며 “그 경험 자체가 도움이 된 것 같다. 감독님 덕분에 즐겁게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재훈 감독은 전문 성우 대신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도 밝혔다. 특히 강하늘의 적극적인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안 감독은 “강하늘 배우는 저희 스튜디오에 직접 와서 애니메이터들과 소통했다. 돌려 말하지 않고 질문했고, 소위 ‘배우님들’이라고 하지 않고 ‘연예인 더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과 해결 방법을 직접 토론해줬다”며 “오히려 그 과정에서 큰 산을 하나 넘을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곤 역의 정해인 캐스팅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안 감독은 “원작에서는 곤의 목소리를 ‘어떤 목소리’라고 명명해놨다. 그 목소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누구일지 고민했다”며 “애니메이션을 만들다 보니 화면에 어떤 사람이 나와도 얼굴보다 목소리를 먼저 듣게 된다. 곤과 강하, 노인, 이녕에게 어떤 목소리가 어울릴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해인의 이름이 처음 나왔을 때 목소리를 들으며 혼자 상상해갔다. 정해인을 잘 알고 있는 류승완 감독과 강혜정 대표가 제안을 도와줬다”고 덧붙였다.
안 감독은 원작의 감성을 살리면서도 애니메이션만의 방식으로 배경을 확장했다. 그는 “이 소설의 배경을 제대로 그릴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배경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작의 문체가 가진 아름다움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데 집중했다. 안 감독은 “구병모 작가의 작품은 이야기 자체는 비극적이지만 문체에는 한국어가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며 “애니메이션 안에서 구병모 작가의 문체를 대신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무엇일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작을 그대로 옮기면 배경 자체도 비참한 쪽으로만 흘러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구병모 작가의 문체와 한국어가 가진 아름다움을 배경에 옮겨 애니메이션만의 아름다움과 원작의 감성에 집중하고자 했다”고 차별점을 설명했다.
안 감독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오래 그려왔는데, 언젠가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작업한다면 또 다른 방식으로 잘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안 감독은 “‘오디세이’,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등과 개봉해서 기쁘다”며 “저희 영화가 지구를 구하거나, 엄청난 세상을 구하지 못해도 한 사람 정도는 스스로의 삶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마음이 닿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가미’는 오는 9월 9일 개봉한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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