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제시키안 대통령, 대미협상·합의 유지론 설파
“MoU, 실제 현장 관여한 모두의 전문가적 합의”
“하나의 결정 도달…위반하면 우리 길 흔들린다”
“장외비판만, 말은 쉬워…‘훈계’아닌 ‘봉사’할 때”
리알 화폐가치 최저 경신 속 인플레 우려도 밝혀
행정부친화 국영통신-강성 국영방송 보도 온도차
최고안보위 등판 강경파 사무총장 태도와 상반돼
레자이 “더는 예의바르게 협상테이블 앉지 않아”
이란 내 개혁파 출신으로 대미 협상을 이끈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경기장 가장자리에 앉아 오로지 비판만 하는 사람들”을 겨냥했다. 국내 호전·강경파를 겨눈 셈으로, 미국과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 정당성도 연일 강조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부 차원의 루홀라 호메이니 초대 최고지도자(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기준) 묘소 참배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이란 경제전쟁 압박에 관해 “우리는 굳건히 서서 이 ‘불균등한 전쟁’ 속에서 국민의 봉사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각 세우되 MoU 합의 유지 필요성을 들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오전 열린 루홀라 호메이니 초대 최고지도자 묘소 참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란 IRNA 통신 보도 사진 갈무리]
그는 “MoU (합의) 과정에서, 긴 논의와 대화 후 이뤄진 건 ‘실제 현장에 관여한 모든 이들의 전문가적 합의’였다. 싸웠던 전투원들, 국가안보를 지킨 관리자들, (협상)실행을 맡았던 집행자들의 합의였다”며 “우리가 굳건히 서서 적 앞에 고개를 숙이지 않은 건 바로 이 사람들 덕분이다. 다른 사람들이 있었던 게 아니라 바로 이들이 모여 하나의 틀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익·존엄·지혜’를 고려해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부인하는 사람들은 사안의 경위를 모르거나 실제 현장에 관여하지 않아서”라고 지적했다. 또 “미사일 앞에 모든 국민이 한목소리로 섰다”며 “적은 이란이 무너져 베네수엘라(정권교체)가 될 것이라 판단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세계가 놀랄 정도의 저항과 연대·결속을 이뤘다”고 주장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나는 여러 차례 밝혔고 다시 강조한다. 경기장 가장자리에 앉아 오로지 비판만 하는 사람들은, 말하기는 쉽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오늘 우리의 이란엔 24시간에 걸친 ‘봉사’가 필요하다. ‘훈계와 권고’가 필요한 게 아니다. 현장에 나와 국가의 짐을 덜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나는 혼자 이 무거운 짐을 짊어질 수 없다”고 정부 뒷받침을 호소했다.
자국이 “전면적인 경제·군사·안보 전쟁”에 놓였다고 전제하며 ‘전면전은 단지 미사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특히 “우리가 결정하고 합의에 도달했다면, 모두 그 결정을 확고히 지지하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나, 결정을 내린 뒤 이를 위반한다면 우리가 가는 길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부에 ‘이기심 자제’와 ‘전문·과학·이성적 사고’를 주문하기도 했다.
AI로 생성한 일러스트.
또 “우리(정부)는 온 힘을 다해 인플레이션과 국민의 생계 문제·어려움을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민생을 강조했다.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이란 화폐가치가 이날 1달러당 200만리알에 육박해 최저치를 경신했고 지난주대비 환율이 7% 이상 폭등했다.
이날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같은 연설을 보도하면서도 IRNA 통신은 “오로지 비판만 하는 사람들”을 지적한 언급을 실었고, IRNA는 “옆에서 비판만 하는 사람들은 말하는 건 쉽다”는 요지로 제목을 달기도 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강경파 지향적인 국영 IRIB 방송은 해당 대목을 ‘생략’하고, “국민들은 전면전에 직면해 훌륭하게 대처했다”는 요지를 제목에 내세웠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전날(22일) 테헤란 밀라드타워에서 보건의료계와 가진 의사의 날 기념행사에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 “국민은 결코 강압 앞에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면서도 MoU 효력 유지 필요성을 말했다. 그는 “전쟁으로 영원히 나아갈 수는 없다고 믿는다. 언젠가는 나라를 ‘전쟁도 평화도 아닌’ 상태에서 구해내기로 결정해야 한다”고 전쟁 종식을 목표로 세웠다.
IRNA 통신은 뒤이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언급을 “그는 순교한 지도자(제거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역시 ‘이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으며,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서 ‘실제로 책임을 지고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이 MoU를 ‘존엄·지혜·국익에 기초한 최선의 합의’로 봤다고 밝혔다”며 “그는 이 MoU를 이행하고 이성과 존엄을 바탕으로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지만, 적 앞에서 결코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해설했다.
페제시키안은 특히 MoU 내용에 대해 “그 안엔 굴복(이란에 구속력)을 보여주는 조항을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다. 모든 의무는 상대방(미국)에게 관련된 것이다. 최고지도자(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정책을 결정하고 우리는 그 길을 따를 것이다. 전쟁 상태나 ‘전쟁도 평화도 아닌’ 상태에선 투자가 유입되지 않는다”면서 자본 이탈을 부르는 ‘전쟁 리스크’를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과의 협상 교착 국면에서 부임한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이 8월 22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IB 방송의 특별 뉴스 인터뷰 프로그램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이란 IRIB 방송 영상 갈무리]
한편 IRGC 총사령관 출신으로 SNSC 요직에 최근 부임한 모흐센 레자이 사무총장은 전날 IRIB 방송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전쟁 선언 관련 “이걸 시작한다면 페르시아만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단 한방울의 석유도 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이란에 경제적 제한을 만드는 데 협력하는 모든 나라를 우리는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강경메시지를 냈다.
레자이 사무총장은 최근 외교안보·군 수뇌부 인선을 가리켜 “존경하는 혁명지도자께서 경험 많은 지휘관들을 기용하고 그들의 견고한 정착을 결정하셨다”며 “전쟁 운용 방식에 분명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미국인들이 협상과 외교를 배신했다”며 요구사항 이행 전까지 “우리는 더 이상 예전처럼 예의바른 아이처럼 협상테이블에 앉아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예의바른 아이처럼’과 같은 언급은 현재까지 대미협상을 주도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과 페제시키안 행정부의 노선과 태도를 비꼰 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레자이가 사무총장으로 등판한 SNSC는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되 입법·사법부 수장, 군부·정부의 주요 당연직 위원과 최고지도자 임명 위원들로 구성되는 최고위 헌법기구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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