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세 달 걸리던 더빙·자막 작업을 1주일로…AI 음원 분리 기술이 만든 콘텐츠 현지화의 새 공식
-D/M/E 분리부터 더빙·자막·음악 교체까지 원스톱…마스터 파일 하나로 구작도 글로벌 배급 가능
-2026 대한민국 임팩테크 대상 대통령상·CES 혁신상 2관왕…미국·일본·중국·영국·독일·벨기에 등 글로벌 거점 확보
영화나 드라마를 해외에 수출하려면 더빙과 자막이 필수다. 성우 섭외부터 녹음, 검수, 음악 저작권 처리, 영상 편집까지 보통 두 달이 넘게 걸리는 작업이다. 가우디오랩(Gaudio Lab)은 지난달 이 과정을 일주일로 단축한 AI 콘텐츠 현지화 플랫폼 ‘가우디오 스튜디오 프로(Gaudio Studio Pro, 이하 GSP)’를 선보였다.
가우디오랩은 2015년 헤드폰 공간 음향(바이노럴 렌더링)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것을 계기로 설립된 AI 오디오 기술 스타트업이다. 음향공학 박사 8명을 포함해 40여 명의 오디오 전문가가 함께하고 있다. 네이버, MBC, SBS, TVING, 현대모비스, LG전자, CJ, NHN, 멜론, 라인뮤직 등 국내외 유수 기업이 가우디오랩의 기술로 매일 5,000만 명이 넘는 사용자에게 좋은 소리 경험을 전하고 있다.
기술력은 일찌감치 검증됐다. 2023년부터 2026년까지 CES 혁신상을 4년 연속 수상하며 누적 6관왕에 올랐고, 2024년에는 SXSW 혁신상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2017년 런던 VR Awards에서 ‘올해의 최고 VR 혁신 기업상’을 받기도 했다. 표준화 영역에서도 성과가 뚜렷하다. 2013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핵심 기술이 ISO/IEC MPEG-H 국제표준으로 채택됐고, 2022년에는 CES를 주최하는 미국 CTA의 ANSI/CTA 표준에도 반영됐다. 한국 오디오 기술이 세계 표준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6년에는 대한민국 임팩테크 대상에서 최고 영예인 대통령상을 거머쥐며 기술력과 사업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가우디오랩의 사업은 세 축으로 나뉜다. 콘텐츠 현지화 플랫폼 ‘GSP’, 원곡 기반 노래방 솔루션 ‘가우디오 씽(Gaudio Sing)’, 그리고 음량평준화·스페이셜 업믹스·바이노럴 렌더링으로 대표되는 기술군이다.
가우디오 씽은 MIDI 반주가 표준이던 노래방 시장에 AI 음원 분리 기술을 적용해 원곡 그대로의 고품질 반주를 구현했다. 핵심 기능은 세 가지다. 마이크 입력에 맞춰 보컬 음량을 자동 조절하는 ‘스마트 필(Smart Fill™)’, 피치·타이밍·음색·비브라토·표현력을 분석하는 정밀 채점 시스템 ‘트루스코어(TrueScore™)’, 글자 단위 가사 동기화 기술 ‘레터 싱크(Letter Sync)’다. 최근에는 일본 시장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가우디오 씽 포 카’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가우디오랩이 개발한 음량평준화 기술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국내 표준과 미국 CTA 표준으로 채택돼 네이버의 모든 동영상·오디오 플랫폼은 물론 벅스, 플로 등에서 쓰이고 있다. 스페이셜 업믹스 기술은 네이버 VIBE, LG전자 스마트폰, 베트남 빈스마트 등에서 검증을 마쳤다. OTT와 스트리밍, 자동차, 메타버스, 영화관까지. 소리가 있는 어디에나 가우디오랩의 기술이 닿아 있는 셈이다.
가우디오랩은 AI 음원 분리 엔진 ‘GSEP(Gaudio Source SEParation)’을 활용해 콘텐츠 수출 시 부딪히는 음악 저작권 문제를 풀어주는 ‘뮤직 리플레이스먼트’ 사업을 먼저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더빙과 자막 수요가 함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K-FAST 사업에서 100편이 넘는 콘텐츠에 AI 더빙을 적용하며 시장성도 검증했다. 이렇게 다져진 기술과 경험을 한데 묶은 결과물이 GSP다. 정식 론칭에 앞서 지난 4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NAB Show 2026’에서 처음 공개했고, 이 자리에서만 약 200곳의 고객사와 접점을 만들었다.
가우디오랩의 김병정 PO를 만나 GSP의 특징, 기술, 사업 이야기를 들었다. 김 PO는 컴퓨터사이언스 전공자로 11년간 개발자로 일한 뒤 IoT 플랫폼과 채팅 상담 플랫폼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했고, 지난해 8월 가우디오랩에 합류해 GSP의 개발과 론칭을 책임지고 있다.
가우디오랩의 김병정 PO(우)와 윤재연 head of relations 이사
잠자던 구작도 한 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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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파일 하나로 끝내는 글로벌 현지화
“음식 배달 앱처럼 주문하면 완제품이 나오는 서비스입니다.”
김 PO는 GSP를 한마디로 이렇게 설명했다. 방송국이나 스튜디오가 자사의 콘텐츠를 GSP에 올리면, 며칠 뒤 더빙과 자막, 음악 교체, 영상 편집까지 마친 현지화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원본 마스터 파일 하나만으로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최신 콘텐츠는 대사·음악·효과음(Dialogue·Music·Effects, D/M/E) 트랙이 분리된 상태로 보관되지만, 구작은 셋이 하나로 믹싱된 마스터 파일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D/M/E가 분리되지 않으면 더빙도, 자막도, 음악 교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GSP는 마스터 파일에서 D/M/E를 깨끗하게 추출한다. 분리된 대사 트랙은 음성-텍스트 변환(STT)을 거쳐 텍스트로 옮겨진 뒤 현지 언어로 번역된다. 단순 번역이 아니라 타임코드가 찍힌 대본으로 가공되는 ‘미디어 프리프로덕션’ 단계다. 이 대본은 더빙의 토대이자 자막의 원본으로 함께 쓰인다. AI는 이 대본을 바탕으로 음성을 합성(TTS)해 1차 더빙본을 만들고, 말의 속도와 캐릭터별 보이스 일관성, 음질 등의 미세한 이슈는 사람이 검수한다. 가우디오랩이 강조하는 HITL(Human-in-the-Loop) 방식이다.
“아직까지 AI만으로는 100% 처리가 어렵습니다. 사람이 중간중간 품질을 검수해야 일관된 결과물이 나옵니다. 그래서 DPQC(더빙 프로덕션 퀄리티 컨트롤)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음악 처리도 별도 공정이다. 분리된 배경음악은 가우디오랩이 보유한 약 46만 건의 ‘저작권 클린’ 음악 라이브러리에서 같은 무드의 곡으로 자동 교체된다. 사람이 작곡한 ‘휴먼메이드’ 음원으로 구성된 라이브러리여서 저작권 문제를 깔끔하게 풀 수 있다. 영상 후반 작업도 GSP가 함께 맡는다. 더빙된 음성에 맞춰 배우의 입술 모양을 자연스럽게 조정하는 립싱크 기술, 수출 시 노출되면 안 되는 상품 로고나 특정 장면을 가리는 영상 블러·컷 기능까지 갖췄다.
작업이 끝난 뒤에도 사용자는 GSP 자체 플레이어에서 타임라인을 따라가다 마음에 들지 않는 구간에 코멘트를 남길 수 있다. 코멘트는 곧바로 작업자에게 전달돼 수정·보완으로 이어진다. 피드백 루프가 제품에 내장된 구조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치면 보통 두세 달이 걸리던 영화 한 편의 현지화가 일주일로 줄어든다. 처리 시간이 약 90% 단축되고, 인력과 비용도 함께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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