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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韓 제조업 골든타임 8년, 베이비부머 지혜 자산화해야" 이상목 원장 "현...

" '제조 AI'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 전 세계가 스마트팩토리와 지능형 공정 전환을 서두르는 가운데... ◇ 알고리즘보다 중요한 '현장 지능', 제조 AI의 새로운 방법론 글로벌 시장의 룰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면...

"韓 제조업 골든타임 8년, 베이비부머 지혜 자산화해야" 이상목 원장 "현...

[인터뷰]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

생산성 중심 한계···가치 기반 제조 전략 강조

메가프로그램·기술함대·밸류스터로 생태계 혁신

"과학기술도 세계 흐름 읽고 적시 대응해야"

이상목 원장은 30년간 제조 현장을 지켜본 과학자이자 전략가이다. 이 원장은 한국 제조업이 마주한 위기의 본질과 그것을 돌파할 방향을 제시했다. [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 제조업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8년 정도입니다. 단순히 싸게 많이 만드는 생산성 중심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제품 하나하나에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담는 '밸류팩처링(Valuefacturing)'으로 체질을 바꿔야 합니다."

'제조 AI'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 전 세계가 스마트팩토리와 지능형 공정 전환을 서두르는 가운데 한국 제조업 혁신의 최전선에 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상목 원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생기원은 지능화뿌리기술, 인간중심생산기술, 지속가능기술 개발을 통해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제조 혁신을 이끄는 국내 대표 실용화 전문 연구기관이다. 산업 현장을 밀착 지원하며 국가 산업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곳의 수장인 이 원장은 한국 제조업이 처한 현실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국내 뿌리기술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첨단 제조공정 전문가로서 생기원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아오면서 궁리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중국의 5개년 계획 조항을 조목조목 짚고, 국제 정세를 꿰뚫으며 한국 제조업이 가야할 목적지를 제시한 그가 말하는 '8년'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현장을 완전히 떠나기 전 그들이 가진 숙련된 기술과 암묵지를 자산화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의미한다.

이 원장은 "독일과 일본은 우리보다 8~10년 앞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했다"며 "그들은 우리보다 앞선 기술과 정교한 시스템을 가졌지만 결국 현장의 암묵지를 가진 노련한 숙련공들이 사라지면서 제조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아직 베이비붐 세대가 현역으로 남은 한국은 지식을 전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쥐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이 8년이라는 시간 안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이 원장이 제시한 방향이 바로 '밸류팩처링(Valuefacturing)'이다. 가치(Value)와 제조(Manufacturing)를 결합한 이 단어는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물리적 공정을 넘어 제품 하나하나에 독보적인 경제적·개인화된 가치를 담아내는 새로운 제조 철학을 뜻한다.

이 원장은 "지난 260년 동안 인류는 생산성 향상만을 지상의 과제로 삼아 달려왔고, 그 결과 상품의 본질적인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제는 생산성 향상과 동시에 제품 한 개가 지닌 '개인화된 경제적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조업은 한국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생명줄"이라며 "기성세대가 간과해 온 거시적 전략과 현장의 기술력을 결합해 정책과 기술의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중국의 '신질 생산력' 공세와 룰이 바뀐 글로벌 제조 전쟁

왜 밸류팩처링이 지금이어야 할까. 이 원장은 중국의 전략을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고 했다.

중국은 최근 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내수 중심의 쌍발 엔진'을 내세우며 사실상 글로벌 디커플링을 선언했다. 수출에만 의존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브릭스(BRICS) 국가들과 중동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 블록을 형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그 중심에는 중국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가격 질서를 무너뜨리고 생산 능력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신품질 생산력' 정책이 있다.

이 원장은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이 전 세계 제조업의 46%를 장악했던 영광을 중국은 재현하려 한다"며 "상대를 고사시키기 위한 출혈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과거처럼 가격 경쟁력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이상목 원장의 제조철학은 해외에서도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생기원은 지난 2024년 프라운호퍼 연구소를 비롯해 미국 주요 대학과도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그의 철학은 미국과 유럽의 제조업 전문가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얻고 있다. 이 원장은 현재 미국 6개 명문 대학과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밸류팩처링 철학을 전파하고 있다.

그는 "미국인들에게 매뉴팩처(Manufacture)가 본래 '손으로 만드는 것(Hand Making)'을 의미한다는 어원을 다시 상기시키곤 한다"며 "산업혁명 이후 수립된 이 일하는 방식이 등장한 지 260년이 흐른 지금, 이제는 한국이 밸류팩처링을 통해 글로벌 제조의 새로운 질서를 수립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 알고리즘보다 중요한 '현장 지능', 제조 AI의 새로운 방법론

글로벌 시장의 룰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면, 우리가 가진 무기 또한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이 원장은 그 첫 번째 무기로 현장의 지능화, 즉 실용적인 '제조 AI'를 꼽았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제조 AI는 시중의 유행과는 결이 달랐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제조 AI 방법론이 부재하며, 그저 범용적인 AI 방법론만 존재할 뿐"이라며 생기원만의 독특한 접근법을 소개했다.

이 원장은 2017년부터 직접 제조 AI 과제를 기획하며 AI 전문가와 현장 전문가의 협력을 시도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실패했다. AI 박사와 공정 전문가를 한 팀으로 묶었지만, 가치관 충돌로 프로젝트가 번번이 멈춰 섰다. 이에 이 원장이 찾은 해법은 데이터 처리를 전담하는 '시스템 엔지니어'를 팀에 투입하는 것이었다.

AI 전문가, 현장 전문가, 그리고 시스템 엔지니어. 이 셋이 삼위일체가 되어야만 비로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제조 AI가 완성된다는 것이 그의 확신이다. 현재 생기원은 이 3인 1팀 구조의 '제조 AI 군단' 60개 팀을 교육시키며 현장의 난제들을 정면 돌파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원장이 더 강조하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판단력'이다. 이 원장은 "현장에서 AI 도입을 요청하는 사례의 80%는 사실 AI가 필요 없는 문제"라고 단언했다. AI가 반드시 필요한 복잡한 문제일수록, 기술의 승부처는 알고리즘 자체가 아니라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인 CTQ(Critical to Quality)를 가려내는 방법이 승부처가 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다단계 공정에서 수백 개의 변수를 모두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장 결정적인 변수를 정확히 짚어내는 것이 곧 현장을 아는 실력이자 데이터의 정수를 뽑아내는 기술력"이라며 “데이터를 취득하고 전송하며 양질의 데이터로 증강하는 전 과정이 모델 학습 그 이상의 핵심 기술"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적용 사례도 구체적이다. 의료기구인 카테터 검사 공정의 경우, 과거 작업자가 육안으로 측정하던 6분의 시간을 비전 AI를 통해 1초로 단축했다. 생산성이 무려 300배 이상 수직 상승한 결과다. 이 원장은 제조 AI가 이제 산업의 경계를 넘어 지역의 고질적 난제를 해결하는 생존 기술로 거듭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대중소기업이 하나로 묶인 '기술 함대'와 '메가프로그램'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추진 중인 메가프로그램. 메가프로그램은 지역 거점별 연구소 및 본부와 지자체·기업이 힘을 모아 지역 특화산업을 육성하는 프로젝트다. [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현장에서 입증된 지능은 그러나 혼자서는 완성되지 않는다. 이 원장은 개별 공정의 혁신이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으로 확장되려면 기업 간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봤다. 그 방법론으로 꺼내 든 전략이 '기술함대'다. 기술함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하나의 운명공동체로 묶는 전략이다.

거대한 항공모함(대기업 또는 주관기관)을 중심으로 구축함(중견기업), 잠수함(중소기업)이 각자의 특화된 임무를 수행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기동하듯 제조 생태계 역시 원팀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제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아니라, 하나의 강력한 선단을 이루어 정보를 공유하고 전술을 맞춰야만 글로벌 수출 전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 전략의 성패는 데이터 공유에 달려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 유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이 원장은 '연합 학습'을 도입했다. 데이터의 원본은 중소기업이 철저히 보호하되 학습된 속성값만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 원장은 이를 "협력은 하되 정보는 배타적으로 보호받는 우리만의 사령부 교신 체계"라고 정의했다. '데이터 스페이스 플랫폼'을 통해 공급망 전체를 지능화하겠다는 구상도 이 위에 세워졌다.

기술함대 전략은 전국 10개 지역본부를 주축으로 한 '메가프로그램'으로 구체화됐다. 메가프로그램은 지자체, 선도기업, 협력사가 협력하여 지역 특화산업의 가치사슬 혁신과 구조전환을 지원하는 장기 집중 육성 모델이다.

메가 프로그램이 독특한 이유는 예산 구조에 있다. 기업, 지자체, 생기원이 매칭 투자하는 구조를 확립했다. 생기원 지역본부들은 처음 지자체들을 끊임없이 설득했다. 그 진심 어린 노력이 지자체도 생기원이 그리는 미래에 동참했고, 현재 전북의 농기계 함대처럼 대기업 항공모함과 수십 개의 협력사가 결합한 성공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K-제조 함대'는 △1단계 마중물 사업 △2단계 본 사업 △3단계 사업화로 이어지는 7개년 장기 로드맵을 따라 출격하고 있다. 인천의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안산의 첨단 제조 로봇, 충남의 반도체 공정 배출저감, 광주·전남의 교통약자 모빌리티, 부산·경남의 SMR 압력용기, 대구의 미래 모빌리티 부품, 강원의 세라믹 소재, 울산의 수소 시스템, 제주의 청정에너지 P2H 등 지역마다 특화된 산업 방어선이 구축됐다.

◇ 눈썰미와 솜씨를 이식한 휴머노이드, '수직형 AI'로 승부한다

공동체의 협력을 통해 확보된 데이터와 지능은 이제 로봇이라는 실체를 통해 현장에 구현된다. 이 원장은 특히 한국인이 가진 독특한 감각을 로봇에 이식하는 작업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이나 본체 제작 경쟁은 이미 늦었다"고 냉정하게 진단하면서도, 우리가 잡아야 할 핵심 고지는 '작업 지능'이라고 강조했다.

로봇의 뇌, 손, 다리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것은 '손'이다. 중국은 화려한 움직임에 강점이 있지만, 정밀한 공차가 요구되는 현장에서의 섬세한 손기술은 부족하다. 이 원장은 "26개 이상의 자유도를 지닌 로봇 핸드를 구현하는 것이 기계공학의 정점"이라며 단순히 똑똑한 뇌만 가진 로봇은 결국 "서 있는 기계"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가 제시하는 한국형 휴머노이드의 정수는 한국인 특유의 눈썰미와 솜씨, 그리고 끈기를 로봇에 이식하는 것이다. 숙련된 근로자의 근육 속에 축적된 암묵지적 노하우를 디지털화하는 것이 생기원의 전략이다.

이를 위해 생기원은 하드웨어 플랫폼 참여, 자율 작업 휴머노이드, 극한 작업용 슈퍼 휴머노이드라는 세 가지 축을 설정했다. 특히 '흉내쟁이 로봇(모방 학습)' 기술은 현장의 제조 노하우를 로봇의 몸에 직접 이식하는 기술로, 오직 생기원만이 완성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 원장은 작업자가 하는 동작을 로봇이 보고 그대로 흉내 내는 기술을 설명하며 "복잡한 코딩 대신 '역강화 학습' 기법을 써서 학습 효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방식보다 훨씬 적은 데이터로도 현장 투입이 가능한 이 기술은 중소기업에 보급하기 가장 좋은 실용적인 솔루션이다.

로봇의 육체가 완성되었다면 그 뒤를 받치는 인공지능 전략 역시 영리한 선택이 필요하다. 빅테크 기업들이 장악한 범용 생성형 AI 시장에서 직접 부딪히는 대신, 제조 현장의 문제를 전문적으로 해결하는 '수직형 AI'와 이를 연결하는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 이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범용 AI 모델을 새로 만들어 10억 명의 사용자를 모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대신 각 산업의 문제를 푸는 수직형 AI를 구축하고 이를 범용 AI와 연결하는 MCP 프로토콜을 개발해 전 세계 제조 현장에 보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독일 마이스터를 넘어 '밸류스터'로···총체적 리더 양성

이상목 원장은 로봇과 AI 같은 기술만으로는 제조 혁신이 완성될 수 없다며 이를 실제로 운용하고 확장할 '총체적 역량을 갖춘 인재'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하지만 로봇과 AI라는 강력한 도구가 준비되더라도, 이를 운용할 사람이 없다면 모든 전략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이 원장이 인터뷰 말미에 꺼내 든 마지막 카드는 차세대 인재 양성 모델인 '밸류스터(Valuestar)'다.

그는 "공대생이 기계공학 지식만 배워서는 안 된다. 기계 설계 지식은 AI가 대체하는 시대가 왔다. 미래의 마이스터는 기계공학 비중을 과감히 줄이는 대신 지능화기술, 인사관리, 거시경제, 에너지, 화학, 환경, 그리고 윤리적 판단력까지 갖춘 '총체적 리더'가 돼야 한다“며 기존 교육의 틀을 깨야 한다고 역설했다.

장인(Meister)을 양성하는 세계적인 최고 수준의 직업 훈련 시스템인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를 넘어 한국만의 독자적 브랜드로 명명한 '밸류스터'는 8년의 골든타임 이후를 책임질 생존 전략이다. 이 원장은 "공학은 이제 실험실 안의 연금술이 아니라, 세상을 보고 적재적소에 대응하는 전략이 되어야 한다"며 밸류스터들이 현장의 암묵지를 로봇과 AI에 이식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바통 터치'의 주역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밸류팩처링, 제조 AI 방법론, 메가프로그램, 밸류스터 교육 등 이 원장이 제시하는 전략은 하나의 목표를 향한다. 한국 제조업이 단순히 싸게 많이 만드는 시대를 넘어 제품 하나하나에 가치를 담는 새로운 철학으로 전환하는 것, 그리고 그 전환을 8년 안에 완성하는 것이다.

30년간 제조 현장을 지켜본 과학자이자 전략가인 이 원장의 진단과 해법은 한국 제조업이 마주한 위기의 본질과 그것을 돌파할 방향을 동시에 보여줬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과학기술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과학기술도 이제는 총체적으로 봐야 합니다. 실험실 안에서만 개발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세계 경제와 산업 흐름을 보고 적시에 대응해야 합니다."

홍재화·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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