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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韓 산업계, 정책 불확실성 속 대규모 녹색투자 주저

재생에너지 발전원별 세분화, 히트펌프·바이오항공유·청정메탄올 등 차세대 저탄소 기술 신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의 감축 활동 유도를 위한 경제활동 추가가 골자다. 국내 녹색채권 시장도 외형적으로는...

韓 산업계, 정책 불확실성 속 대규모 녹색투자 주저

석유화학 산업단지 [사진: IEEFA]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한국 산업계가 에너지 전환 자금 조달을 위해 녹색채권 활용을 늘리고 있지만, 녹색분류체계 구속력 부재가 그린워싱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 녹색금융 기준이 빠르게 강화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의 해외 자본 유치에도 제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가 최근 발표한 'ASEAN+3 기후금융 역량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금융발전지수(FDI) 기준 ASEAN+3 경제권 중 2위를 기록했지만 녹색금융발전지수(GGFDI)에서는 중국·일본·싱가포르에 이어 4위에 머물렀다. IEEFA는 한국을 "선진국 중 유일하게 금융 역량 대비 기후금융 실적 격차가 가장 큰 국가"로 평가했다.

수치로도 격차가 드러난다. 2016~2024년 누적 녹색채권 발행액은 중국 7790억달러, 일본 3140억달러인 반면 한국은 1360억달러에 그쳤다. 경제 규모가 훨씬 작은 싱가포르(330억달러)도 GDP 대비로는 한국을 앞선다는 것이 보고서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 배경에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의 구속력 부재다. IEEFA는 K-택소노미가 자발적 가이드라인에 머물러 있어 화석연료 의존 프로젝트도 '녹색'으로 분류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IEEFA는 "녹색금융 정의를 강화하고 일관되게 집행해야 그린워싱을 방지하고, 자본이 실질적 탈탄소화로 향하도록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허점은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한국 산업계에 직접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EU 택소노미 규정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공시 기준이 빠르게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발행한 녹색채권이 글로벌 시장에서 그린워싱 의심을 받을 경우 해외 자본 유치에 제약이 불가피하다.

◆한국 K-택소노미 두 차례 개정...외연 확대에도 구속력은 과제

정부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분류체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환경부는 2024년 12월에 K-택소노미 개정을 통해 기후변화 적응 부문을 중심으로 물·순환경제·오염방지·생물다양성 4개 환경목표에 대해 10개 경제활동을 신설하고 21개를 개정·보완했다.

올해 1월부터는 녹색경제활동을 기존 84개에서 100개로 확대한 전면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갔다. 재생에너지 발전원별 세분화, 히트펌프·바이오항공유·청정메탄올 등 차세대 저탄소 기술 신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의 감축 활동 유도를 위한 경제활동 추가가 골자다.

국내 녹색채권 시장도 외형적으로는 성장세다. 2024년 녹색채권 발행액은 8조2560억원으로 전년(7조4050억원) 대비 11.5% 증가했고, 상장잔액 기준으로도 27조331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6% 늘었다.

다만 IEEFA 보고서는 두 차례 개정에도 여전히 자발적 지침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한계로 꼽았다. 경제활동 목록이 확대됐지만 이를 금융기관에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화석연료 의존 프로젝트가 녹색으로 분류되는 구조적 허점이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현행 체계가 채권 발행 단계에서 멈추고 실제 탄소감축 성과를 추적하는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3월 발표한 기후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낙관 시나리오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해 GDP 성장률이 연 0.30%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고, 정책 대응이 지연될 경우 자본흐름과 자산가치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 테스트 결과가 녹색투자 확대를 위한 금융정책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IEEFA는 분석했다.

IEEFA는 K-택소노미를 자발적 가이드라인에서 구속력 있는 시장 기준으로 격상해 그린워싱을 차단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짚었다. 분류체계에 강제성이 확보돼야 정책은행이 녹색투자의 디리스킹 역할을 맡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민간자본이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나아가 채권 발행 실적이 아닌 실제 탄소감축 성과를 추적하는 체계가 뒷받침돼야 녹색금융의 신뢰가 유지된다고 제언했다. IEEFA는 "정책 신호가 불확실하면 금융기관은 대규모 자본 투입을 주저한다"며 "명확한 규제 방향과 강한 제도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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