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에 거부 의사를 밝힌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과 청와대가 대법관 재제청 문제를 놓고 충돌하면서 변호사 단체들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보수 성향 단체들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를 비판한 반면 진보 성향 단체는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공석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변 “대법원장 재제청 거부는 헌법에 부합”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23일 성명을 내고 “대통령과 민주당은 헌법이 정한 대법관 임명절차를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한변은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헌법에 부합하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한변은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는 지극히 당연한 헌법합치적 판단이자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헌법 수호의 결기를 보여준 결단”이라며 “대법원장 제청권은 결코 대통령 임명권에 종속된 권한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헌법에 없는 사전합의를 요구해서도 안 되며 법률에 없는 재제청 의무를 만들어서도 안 된다”며 “어떤 경우에도 헌법이 정한 권력분립과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영리 변호사 단체인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도 재제청 요구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단체는 “헌법기관장의 정당한 권한 행사를 두고 탄핵까지 거론되는 현실을 깊이 우려한다”며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가 없는 재제청 요구를 철회하고 이미 이뤄진 제청에 따라 임명동의안을 지체 없이 국회에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민변 “대법원장 제청은 권한이자 의무”
반면 진보 성향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공석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대법관 제청은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인 동시에 의무”라고 했다.
민변 사법센터는 논평에서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헌법정신을 위배할 뿐만 아니라, 헌법이 예정한 대법원장, 국회, 대통령 간의 상호 협력적 임명절차를 형해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관 재제청을 둘러싼 이견은 대법원과 청와대가 협의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도 했다.
민변은 “재제청 요청에 이견이 있다면 각 기관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사항”이라며 “노력과 의지 없이 입장 표명에 머문다면 공석 사태의 책임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만 커질 뿐”이라고 했다.
민변은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대법원장과 국회 대통령 어느 한쪽의 권한이 다른 기관보다 우선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국회의 동의권 대통령의 임명권에 대해서는 “분립된 삼권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 속에 상호 협력하여 대법원을 구성하도록 한 취지”라며 “어느 일방의 권한만이 행사되거나 우선하도록 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관 간의 권한 다툼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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