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최고위원회, 공천 갈등에 ‘아수라장’
회의장이 후보들 ‘성토장’ 변질
지도부는 당혹감 감추지 못해
장동혁 “절제·희생 필요” 경고
정점식 의장은 고개 숙여 사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가 후보자들의 ‘사적 선거운동장’으로 변질되며 아수라장이 됐다. 당의 공식 입장을 대변해야 할 최고위원회의에서 출마자들이 경쟁 후보를 비난하고 당의 공천 심사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는 시작부터 난기류가 흐르다 결국 폭발했다. 포문은 경북도지사 경선에 나선 김재원 최고위원이 열었다. 한동안 회의에 불참하던 김 최고위원은 이날 돌연 참석해 경쟁자인 이철우 현 경북지사를 향해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김 최고위원은 이 지사가 지방 언론사 입막음을 위해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고 주장하며 “이 후보가 본선에 진출하면 선거 내내 여당의 파상 공세를 받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예비후보들의 연명서를 거론하며 이 지사의 ‘심각한 건강 문제’에 대해 중앙당이 직접 검증하고 발표해달라고 촉구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송언석 원내대표와 신동욱 수석최고위원은 항의의 표시로 회의장을 떠나기도 했다.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출마한 양향자 최고위원도 지도부를 향해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경기지사 후보 추가 공모 결정에 “전략이 아니라 엽기”라고 맹비난했다.
양 최고위원은 “‘지명도가 있어야 한다’, ‘기업인이나 반도체 전문가를 찾는다’고 하는데 30년 글로벌 기업인이자 당이 임명한 반도체·AI 위원장인 나를 두고 이 무슨 해괴한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추가 공모 신청이 예상되는 특정 후보를 겨냥해 “경선에서 이기면 타 당에 후보를 양보할 수 있다는 패배주의와 비상식 때문에 조롱을 받는 것”이라며 당의 공천 지연을 강력히 성토했다.
회의장이 성토장으로 변하자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장 대표는 “설령 공천 과정에서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당을 위한 절제와 희생이 필요하다”며 공개 경고에 나섰다.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고개를 숙였다. 정 의장은 “공천 신청 즉시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설마 이런 사태가 발생하겠느냐는 안이한 인식에 규정을 두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현재 국민의힘 당헌·당규에는 시·도지사 출마 시 지도부 사퇴 규정이 없어 ‘심판이 선수로 뛰는’ 모순된 상황이 자중지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덕흠 공관위원장도 브리핑에서 “최고위원 등 당직을 맡은 경선 후보자는 공개 석상에서 본인 선거 관련 발언을 자제해달라”며 강력히 요청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지선을 50여 일 앞두고 지도부 간의 갈등이 생중계되는 등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어 ‘이대로 선거를 치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김진오기자 kimj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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