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플랫폼 업계 혼란
배민, 라이더 직고용 나섰지만
주52시간 발목, 1년만에 청산
근로자 추정제 도입이 본격화하면서 배달 플랫폼 업계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배달기사인 라이더가 사실상 근로자로 인정받게 되면 서비스 효율성과 배송 속도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우려에서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31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라이더 직군의 특수성이 분명하지만, 별도로 라이더만을 위한 규정을 설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제도 도입은 불가피하게 전반적인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이 결국 소비자와 업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더 사이에서는 제도를 둘러싼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소득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권익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근로자 추정제는 필요하지만,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다양한 보완 제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자 추정제가 과거 실패 사례의 재연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2022년 직고용 라이더 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자회사 '딜리버리N'을 설립한 바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수입을 얻기 위해 장시간 근무를 원하는 라이더에게 주 52시간 근무제 같은 경직된 제도는 오히려 제약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필요한 인력 100명 중 30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고 1년 만에 법인을 청산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근로자 추정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네이버·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 회사와 게임 개발회사는 개발 인력 대부분을 정규직이나 계약직으로 고용하고 있어서다. 배달 플랫폼 종사자, 학습지 교사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 개발 같은 단기 프로젝트는 대부분 계약직 근로자와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한다"면서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 배달 근로자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IT 업계 관계자 역시 "IT 업계에서 프리랜서 계약은 대부분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 장소에 얽매임 없이 최종 결과물로 평가받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종속적인 지휘·감독을 전제로 하는 근로자성이 인정될 여지가 좁다"고 말했다.
다만 IT 업계에서는 '노란봉투법'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 10일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사용자성 범위가 확대되면서 하청 근로자의 교섭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카카오 노조가 포함돼 있는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네이버·카카오로 대표되는 IT 플랫폼 기업집단은 다수 계열사와 자회사 구조를 활용해 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사실상 지배하면서도 법적 책임은 회피하는 구조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다"며 "(노란봉투법으로) 이제 기업은 더 이상 법인 분리라는 형식 뒤에 숨어 교섭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고 날을 세웠다.
네이버는 계열사 6곳 노조가 지난해 8월 모회사인 네이버와 직접 교섭을 요구하면서 연말까지 진통을 겪은 바 있다.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는 지난 12일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 자회사에서 반복되는 고용 불안 문제를 카카오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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