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응기금’ 첨예한 맞불
與 “성장 투자 마중물로 삼아야”
野 “예산 총계주의 원칙 정면 훼손”
국회 예산정책처가 개최한 ‘2027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 여야가 정부의 162조 원 규모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두고 서로 다른 셈법을 내놓았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일시적 세수 증가분을 미래 성장 투자의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는 여당과 재정 지속 가능성을 흔드는 ‘포퓰리즘적 빚잔치’이자 국회 예산심의권 무력화 시도라며 벼르는 야당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금 신설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정 의원은 “일시적 세수 증가분은 미래 성장 동력 확충, 경기 둔화 대비 재정 안전판 확보, 국가부채 관리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 평가기관에서도 효율적인 수단으로 검증받았다”고 평가했다. 이에 기금 설치 자체를 둘러싼 논쟁보다는 국회의 예산 심의권 확보를 주요 쟁점으로 다뤄야 한다고 짚었다. 정 의원은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계정 등 기금 내 주요 사업의 중장기 지속 가능성과 104조원에 달하는 여유 자금의 적립·운용 기준을 면밀히 살펴보고, 정부의 자율성 보장 범위와 지자체 자율 재원 차감 문제에 대한 대책도 함께 점검하겠다고 부연했다.
반면 예결위 야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미래대응기금이 법적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재정 통제 우회 수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 의원은 “정부가 내년에 100조 1천억원의 적자 국채를 새로 발행하면서 동시에 기금에 104조 4천억원을 적립하고 첫해부터 45조 4천억원을 지출하겠다는 건 명백한 모순”이라며 “반도체 세수가 급감했을 때 한 번 늘려놓은 지출 구조를 과연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9월 말 확인된 초과 세수를 세입·세출에 직접 전입하려는 시도는 예산 총계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훼손하며,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등 구체적 내역이 없는 ‘백지수표식 예산’은 재정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기금 수입·지출을 원점에서 엄격히 검증하고, 여유 자금의 상당 부분을 국채 상환으로 전환하는 한편, 국회 의결 없는 자의적 운용 범위(30%)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와 국회예산정책처도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해 경고를 보탰다. 임명현 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은 “반도체 추가 세수는 2029년부터 소멸할 것”이라며 “아동 기본 수당처럼 감축이 어려운 지출 사업이 포함돼 추후 일반회계 부담으로 전가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 역시 12%대 지출 확대가 물가와 금리를 자극해 서민 부담을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진오기자 kimj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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