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美 “중국산 불법 환적 통로”…경기 반도체 벨트 찍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의 관세 회피를 위한 불법 환적 단속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대상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을 거론했다. 특히 한국의 주요 반도체 산업 거점을 직접 언급해 이번 조치가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에서 헬기 착륙장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산 제품의 관세 회피를 위한 불법 환적 단속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대상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을 거론했다. 특히 한국의 주요 반도체 산업 거점을 직접 언급해 이번 조치가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1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OTMP)은 이날 ‘거대한 환적 사기’라는 제목의 25쪽 분량 보고서를 내고 “중국산 제품이 제3국에서 단순 조립·포장·라벨 교체를 거쳐 원산지를 바꾼 뒤 미국으로 수출되는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들이 보다 낮은 관세가 적용되는 관할 지역을 통해 상품을 체계적으로 우회시켜 불법적인 이득을 취해 왔다는 의미다.

지난 3월 12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의 모습. 뉴스1

백악관은 보고서에서 한국 등 불법 중국 환적 위험이 있는 국가들을 경제 규모, 중국 공급망과의 통합 정도 등에 따라 1유형(Tier 1), 2유형(Tier 2), 3유형(Tier 3), 총 3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한국이 속한 1유형은 중국 연관 물량이 절대적으로 많고 산업 기반이 다각화돼 있으며 대미 수출 플랫폼이 발달해 있어 광범위한 정상 무역 흐름 속에 불법 환적 위험이 혼재될 수 있는 국가들을 의미한다. 한국 외에 캐나다, 유럽연합(EU), 인도, 이스라엘, 일본, 멕시코, 대만 등이 포함됐다. 모두 중국과의 교역도 많고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도 많은 주요 경제권이다.

2유형 국가들은 중국 연계 생산·공급망에 긴밀하게 통합된 국가들로, 브라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튀르키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3유형 국가들은 환적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중국 연계 상품 우회 수출로로 활용될 수 있는 소규모·틈새 환적 가능국을 일컫는다.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이 3유형에 포함됐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용인시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에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는 모습. 김정훈 기자

백악관은 특히 보고서에서 국가-제품별 잠재적인 불법 환적 노출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한국의 경기 반도체 클러스터(경기 반도체 벨트)를 언급했다. 경기 반도체 클러스터가 기타 집적회로의 유통 경로 역할을 해 미국 피닉스, 오스틴, 포틀랜드, 산호세 지역에서의 반도체 생산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타 집적회로란 메모리·프로세서 등 별도 항목으로 분류되지 않는 나머지 반도체 칩을 묶어 부르는 무역통계상 품목을 말한다.

백악관이 언급한 경기 반도체 클러스터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부로 불리는 곳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핵심 반도체 기업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밀집한 판교, 기흥, 화성, 평택, 이천 등 경기 남부 지역이 바로 이 곳이다. 백악관이 직접 특정 기업을 지목한 건 아니지만, 경기 반도체 클러스터에 속한 기업들도 향후 미국의 원산지 검증 및 불법 환적 단속 강화에 따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백악관은 “중국산 상품이 멕시코, 캐나다를 경유해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적용 대상인 것처럼 보이면 관세는 0또는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며 “EU, 일본, 베트남, 한국 경로를 적용하면 상당한 관세가 부과될 수 있지만, 중국에 직접 적용되는 관세율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환적 경로에 따라 발생하는 관세 차이를 중국이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중국의 잠재적 불법 환적 규모는 연간 약 400억∼3030억 달러(약 57조∼431조원)에 이를 수 있으며 이로 인한 관세 손실도 수백억 달러 규모”라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선적 경로, 원산지 정보를 분석하는 ’탐지형 국경 감시(Detective Border)’를 구축해 환적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