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엔지니어가 DUV 노광장비에서 작업하고 있다./로이터 뉴스1
미국 의회가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에 이어, 범용 반도체 생산용 장비의 대중 수출까지 원천 차단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지금까지 대중 제재가 첨단 공정에서 중국의 기술적 추격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젠 핵심 장비 차단을 통해 생산 능력까지 막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현실화하면 중국의 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AI 산업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공화당 소속 마이클 바움가트너 하원의원 등 초당파 의원들은 ‘하드웨어 기술 통제에 관한 다자간 협력법(MATCH법)’을 이달 초 발의했다. 중국으로 필수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는데, 여기에는 구세대 심자외선(DUV) 장비와 식각 장비 등이 포함된다. 주요 중국 반도체 기업의 모든 생산 시설, 자회사·계열사가 규제 대상이다. 또 모든 동맹국이 150일 이내에 이 법안과 같은 통제 조치를 시행하도록 규정했다. 미 상원 역시 비슷한 법을 발의할 예정인 만큼, 법안이 실제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UV와 DUV는 반도체 웨이퍼 위에 빛으로 미세한 회로 패턴을 그리는 노광 장비로, 모든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 장비다. EUV는 7나노 이하 첨단 공정을 구현하는 데 필요하고, DUV는 10~28나노 이상의 공정에 활용돼 메모리, 자동차용 칩 등 주로 일상에서 사용하는 반도체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미국은 2019년 EUV 장비 수출을 전면 금지했고, 2023년에는 첨단 DUV 장비 제재에도 나섰다.
이를 두고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의 초점이 ‘기술 격차 유지’에서 ‘생산 능력 차단’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지는 레거시(구형) 반도체 상당수는 DUV 공정에 의존하고 있다. 이 장비 조달이 막히면 중국은 첨단 칩뿐만 아니라 돈이 되는 일반 칩 시장에서도 이전과 같은 생산 능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국내 반도체 기업은 일부 반사 이익도 기대된다. 최근 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한국을 추격하는 중국의 반도체 개발과 양산 속도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반도체 공장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시안 공장은 전체 낸드의 40%,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은 D램 40%와 낸드플래시 20%를 생산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예외적으로 장비 반입과 일부 업그레이드를 허용했다. 하지만 새로운 규제가 중국에 있는 한국 기업 공장에까지 적용되면 생산 능력 확장 및 미세 공정 전환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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