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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檢은 기소·警은 “정당 지휘”…장윤기 사건 수사 충돌 [채민석의 경솔한이야기]

광주에서 성범죄 목적으로 여고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장윤기 사건의 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박성주 전 국가수사본부장의 ‘분리 수사’ 지휘는 정당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남 광주시에서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장윤기가 올해 5월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에서 성범죄 목적으로 여고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장윤기 사건의 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박성주 전 국가수사본부장의 ‘분리 수사’ 지휘는 정당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수본 지휘부가 사건을 의도적으로 분리하도록 지시했다고 보고 박 전 본부장을 기소한 검찰과 정반대 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이달 21일 광주경찰청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김 모 전 광주광산경찰서장(경무관)과 박 모 전 광산서 형사과장(경정)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모 전 경감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송치됐다. 지난 7월 1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 송치된 박 모 전 광산서 수사팀장(경위)까지 포함하면 이번 사건으로 검찰에 송치된 경찰관은 총 4명이다.

경찰은 광산서 수사 지휘 라인에서 장윤기 범행의 성적 목적을 축소·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수단에 따르면 당시 사건의 1차 지휘를 맡았던 박 전 형사과장은 팀원들에게 사건을 “성적으로 몰아가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강간살인 가능성을 축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과장은 성범죄 목적 범행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수사 기록에서 누락하거나 내용을 수정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성적 범행 목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과학수사 면담 보고서를 기록에서 제외했고, 장윤기가 피해자를 제압할 당시 차량 뒷문이 열려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서에 대해서도 ‘불분명하다’는 취지로 다시 작성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확인됐다. 장윤기가 범행 전 아르바이트 동료를 상대로 저지른 스토킹 사건 관련 수사보고서에서도 일부 내용을 삭제하도록 하고, 다른 분석보고서에도 ‘성적 목적’을 배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윤기의 아버지가 주요 증거를 없애는 과정에 박 전 과장이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정황도 드러났다. 사건 당일 장윤기의 주거지와 차량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리얼돌과 케이블타이를 발견하고도 압수하지 않았고, 이후 팀원에게 장윤기의 자취방 비밀번호와 차량 열쇠를 부친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박성주 전 국가수사본부장. 연합뉴스

반면 특수단은 박 전 본부장 등 국수본 지휘부의 수사 지휘는 정상적인 범위 안에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앞선 검찰과 경찰 수사 과정에서는 광산서 일선 수사팀이 장윤기가 여고생 살해 사건 이틀 전 베트남 여성을 상대로 저지른 성범죄 사건을 함께 수사하려 했지만 국수본이 광주경찰청을 통해 별도 수사를 지시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당시 박 전 본부장이 국수본 강력계장을 통해 광주청 강력계장에게 두 사건을 분리해 수사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이 같은 진술 등을 토대로 국수본 지휘부가 의도적으로 사건을 분리하도록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본부장을 소환 조사한 뒤 기소했고, 당시 국수본 형사국장 등 지휘부 인사 4명에 대해서도 혐의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경찰은 국수본이 광주경찰청을 거쳐 광산서에 내린 수사 지휘가 통상적인 수사 지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여고생 살해 사건과 아르바이트 동료에 대한 스토킹·성범죄 사건을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가 각각 맡도록 한 것은 사건을 축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각 부서의 전문성을 활용해 수사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특수단은 수사 결과 살인과 성범죄 등 범죄 유형별 전문성을 갖춘 부서가 각각 수사하면서 장윤기 범행의 성적 목적 여부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라는 취지의 지휘가 수차례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강간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은 데에는 국수본 지휘보다 당시 광산서 지휘부의 판단이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경찰은 당시 경기 남양주에서 발생한 유사 사건으로 경찰이 비판받던 상황에서 김 전 서장이 사회적 비난이나 징계 등 불이익을 우려해 ‘몸사리기’식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판단했다. 살인 사건과 스토킹·성범죄 사건의 관련성을 차단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장윤기 자취방의 훼손된 리얼돌과 납치 도구로 추정되는 차량의 열린 뒷문 등 주요 증거와 정황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결론이다.

박 전 본부장은 그동안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박 전 본부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의 업무가 나뉘어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 보호 조치를 병행하며 수사해야 했기 때문에 관계성 범죄를 전문으로 다루는 여성청소년과에 성범죄 관련 부분을 맡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살인 혐의의 경우 경찰의 구속 기간이 10일에 불과해 실제 수사할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 정도밖에 없었다”며 “수사 기한을 맞추기 위해 혐의별로 담당 부서를 나눠 수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수사 관행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박 전 본부장을 기소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서 거론된 ‘병합 수사’라는 용어 자체가 경찰 내부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개념은 아니다. 혐의별 송치 시한이나 사건 성격이 다를 경우 담당 기능을 나눠 수사한 뒤 분리 송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수본이 일선 수사팀의 구체적인 혐의 적용까지 직접 지시하는 것 역시 통상적이지 않다는 게 경찰 측 주장이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도 국수본부장이 지방에서 발생한 개별 사건에 일일이 개입해 사건 은폐나 축소를 지시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최근 경찰을 둘러싼 비판 여론에 기대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고위 관계자도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가 사건을 나눠 수사하는 것은 통상적인 방식”이라며 “국수본 등 지휘부가 사건을 은폐할 이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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