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지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정청래 의원. 정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미주반 소속으로 국감을 다녀올 예정이었지만, 미국 비자가 국무부에서 ‘계속 심사 중(Review)’이라는 보고를 보좌관에게 받았다”며 “허용도 불허도 아닌 상태를 더 기다릴 수 없어서 긴급하게 구주(유럽)반으로 변경 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일각에서 내가 1989년 미국대사관 점거 농성에 참여한 것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추측하는데 이 사안이 문제가 됐다면 2012년 미국 외통위 국감 때에도 비자가 발급되지 않았어야 정상”이라고 해명했다. 국회 외통위는 오는 12일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대사관과 주애틀랜타총영사관·주시카고총영사관·주휴스턴총영사관 합동 국정감사를, 13일에는 뉴욕 주유엔대표부에서 대표부와 주뉴욕총영사관, 주보스턴 총영사관 합동 국감을 진행한다. 민주당 소속 박성준·맹성규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 송석준 외통위원장, 고동진·김건 의원, 무소속 한동훈 의원 등은 모두 정상적으로 비자를 받았다. 연합뉴스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매설로 우리 군 장병 3명이 크게 다친 사건을 두고 남과 북이 국제 무대에서도 충돌했다. 우리 정부가 이 사건을 유엔(UN) 등 국제기구를 통해 공론화하자 북한은 갈등을 불사하고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원하고,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지렛대로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고 하먀, 한국은 한반도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등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리고 있다. 나아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미국 입국을 거부당했다는 주장에 대한 진위 논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미국행 비자 발급 불발 등의 사태까지 잇따르면서 한미 관계에 미묘한 균열이 생긴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남북과 미국 간 갈등이 수면 위로 오를수록 한국의 안보와 무역, 금융시장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DMZ 지뢰에 발목 절단 등 군 간부들 중상...정동영 “공격이라 특정 못 해” 논란
정동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육군 25사단 최전방 부대 간부 3명은 경기 파주·연천 경계 지역의 DMZ에서 수색 작전을 펼치다가 지뢰 폭발 사고로 부상을 당했다. 특히 발목이 절단된 수색대대장을 비롯해 2명은 중상을 입었다. 군사분계선(MDL) 이남 DMZ에서 지뢰 폭발 사고로 중상자가 발생한 것은 2015년 8월 4일 북한군에 의한 목함지뢰 사건 이후 11년 만이었다. 당시 북한군은 MDL 남쪽으로 440m 넘어와 우리 군 감시초소(GP) 인근 철책의 통문에 목함지뢰를 매설했다. 이 지뢰가 터지면서 하재헌 당시 하사가 양쪽 다리를, 김정원 하사가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건이 발생한 지 8일이 지난 29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군 당국은 유엔사령부와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해당 사건을 언급한 첫 사례였다.
이 사건은 지난 7일 국회 외통위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장관의 발언으로 큰 논란에 빠졌다. 정 장관은 당시 “안타까운 사고”라며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한반도의 오래된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 대통령이 지뢰 폭발을 ‘불의의 사고’로 규정한 데 동의하느냐’는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의 질의에 “지뢰 폭발 사고”라고만 답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지뢰를 우리 군 쪽에 묻어 놓은 것이 어떻게 불의의 사고일 수가 있느냐”며 “지뢰를 심어서 우리 군을 공격하고 상해를 가한 북한에 대한 책임 추궁이 빠졌다”고 비판했다. 정 장관은 이에 “적대와 증오가 이렇게 만든 것”이라며 “이것을 해소하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고 맞섰다.
국방부는 북한의 지뢰 매설 행위가 완충지대를 무력화한 행위인 만큼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했다.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권한을 갖는 유엔군사령부(UNC)는 29일 현장조사 결과 MDL 이남에서 발견된 북한 대인지뢰 1발에 대해서만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에서 북한의 지뢰 매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발표하고 “지뢰 폭발 자작 광대극과 병행해 벌어지고 있는 광대극의 연속편은 혼자 보기 아까운 볼거리”라며 “지금 한국 내부에서는 지뢰 폭발 사건을 놓고 많은 의문점들을 해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고냐, 도발이냐’는 개싸움질만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고 조롱했다.
김여정은 정 장관이 국감에서 북한 지뢰 폭발에 대해 “아직 공격이라고 특정할 수 없다”고 한 발언을 두고도 “한국의 관리 정동영도 지뢰 폭발 사건을 우리 공화국의 고의적 공격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스스로 고백했다”고 동조했다. 김여정은 또 우리 정부가 대북 의료 장비 지원을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재 면제 요청서를 발송한 사실도 문제 삼으며 “불량배들이 이번에는 갑자기 선의를 주제로 한 또 다른 광대극을 연출했다”고 반발했다. 김여정은 “한국 것들은 요청서라는 데서 그 무슨 ‘취약 계층의 필수 의료 봉사 개선에 기여하겠다’는 말을 함부로 해댔다”며 “이것은 우리 국가에 대한 모독이고 변종된 정치적 도발이고 우리의 국법을 거스르는 엄중한 주권침해 행위”라고 덧붙였다. 쉽게 말하면, ‘의료시설이 낙후된 못 사는 나라로 취급해 불쾌하다’는 뜻이었다.
김여정은 통일부 의견 방패로 “개싸움질” 조롱...UN대사 “정전협정 위반 사과하라”
지난 22일(현지 시간) 이재명 대통령을 수행하며 미국 뉴욕 유엔(UN)본부 총회에 참석한 조현(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외교부 장관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차지훈 주유엔대사, 임웅순 국가안보실 제2차장. 연합뉴스
북한 지뢰의 의도에 관해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듯했던 한국 정부는 웬일인지 갑자기 이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북한에 사과까지 요구하면서 나름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차지훈 주유엔대사는 8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일반토의 연설에서 “지난달 21일 DMZ에서 지뢰 폭발이 발생해 우리 군 장병 3명이 다쳤다”며 “우리 군과 유엔사의 합동 현장 조사와 과학수사 결과 이번 폭발은 MDL 이남에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매설한 지뢰로 인해 발생했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차 대사는 이어 “이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며 “북한은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고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대사는 그러면서 “북한이 추가적인 긴장 고조를 막고 한반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대화에 나설 것도 촉구한다”며 “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는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결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차 대사는 외교 경험이 전혀 없는 변호사 출신으로 지난해 9월 18일 부임했다. 이 대통령과는 사법고시 동기이고, 사적으로도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 대사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였던 2020년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변호인단에 참가해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이끌기도 했다. 차 대사의 이날 발언이 이 대통령의 복심일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 이유다. 이와 관련해서는 조현 외교부 장관도 6일 국감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 안보리 의장 성명, 안보리 의장 상대 서한 발송 등을 대응 수단으로 제시한 바 있다.
차 대사는 나아가 북핵에 대해 한국이 느끼는 위기감도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렸다. 차 대사는 “대한민국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대한 공약을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며 “NPT 체제는 한반도에서 특히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운을 뗐다. 차 대사는 이어 “북한이 국제 의무를 위반하면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뿐 아니라 전 세계 비확산 체제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채 지속되는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협력도 지체 없이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이 NPT와 관련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대화를 재개하려는 우리의 노력에 호응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차 대사의 연설에 북한 측은 이례적으로 답변권을 얻은 뒤 강하게 맞받아쳤다. 북한 측 대표는 “한국이 언급한 지뢰 폭발 사건은 정당한 주권 행사인 남측 접경지 요새화 조치를 군사적 침략으로 규정하려는 불순한 방해적 행동”이라며 “한국 군부가 자신들의 책임을 북한에 전가하려는 ‘한심한 술책(poor trick)’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 북한 대표는 김여정과 마찬가지로 또 다시 정 장관의 이름을 거론하며 “한국 당국자도 지뢰 폭발이 북한의 고의적인 공격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안지인 주유엔대표부 참사관은 “한국군과 유엔사 합동 조사와 법과학적 분석 결과 북한이 의도적으로 매설한 지뢰가 폭발 원인임을 명확히 입증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자 북한 측 대표는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면서 “협상이 아닌 철저한 힘의 행사로 영토 주권을 수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 대표는 북핵에 대해서도 “미국의 핵 위협에서 주권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역설했다.
트럼프 연설만 듣고 李 땐 자리 비운 北...핵보유국 지위 강조하고 韓핵잠 승인 비판
북한 김여정. 연합뉴스
북한은 지뢰 폭발 사고 이전에도 올 유엔총회에서 한국을 철저히 외면하는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2일 유엔총회에서 북한 대표단 소속 외교관 2명은 본회의장에 앉아 트럼프 대통령의 오전 연설은 지켜보고, 오후 이 대통령 연설 때에는 자리를 비웠다. 북한 대표단은 본회의장 좌석도 유엔이 배정한 자리가 아니라, 한국 대표단과 더 멀리 떨어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는 북한 대표단이 유엔 측에 본회의장 자리를 바꿔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국 대표단과의 접촉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은 28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핵보유국 지위는 그 어떤 경우에도, 그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금 확인한다”며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이 보유한 핵 억제력은 외부의 침략과 위협에서 주권과 안전,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절대적 힘이며 불가항력”이라고 기존 주장을 다시 한번 되풀이했다. 김선경은 이어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고 안전이 유지되는 것은 우리가 강력한 전쟁 억제력을 가지면서 적대 세력들의 무력 사용 의지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압도적인 힘의 강세로 외부에서 가해지는 온갖 위협을 엄격히 통제·관리해 국가 자주권과 근본 이익을 굳건히 수호하고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해 나가는 데 핵보유국의 사명에 충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선경은 최근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추진을 비판하는 발언도 내놓았다. 김선경은 “미국이 서울의 핵잠수함 보유 야망을 승인하고 적극 추진하면서 조선반도와 주변 지역에 최신형 미사일과 무인기를 비롯한 각종 장비들을 이동 배치하는 현 군사 동향은 가뜩이나 불안정한 지역 안보 상황을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 2014~2015년엔 리수용 당시 외무상을, 2016~2018년엔 리용호 당시 외무상을 각각 유엔총회에 파견하다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고위급 인사 파견을 멈췄다. 코로나19 대유행이 겹친 영향도 있었다. 2019~2024년 6년간은 김성 주유엔북한대사가 유엔총회에서 연설했다. 북한은 그러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지난해 김선경을 보내면서 7년 만에 고위급 인사 파견을 재개했다.
지뢰 매설 문제로 남북 관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태도도 입도마에 올랐다. 직전 민주당 대표까지 지낸 정청래 의원이 제때 미국 비자를 받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국회 외통위는 12일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대사관과 주애틀랜타총영사관·주시카고총영사관·주휴스턴총영사관 합동 국감을, 13일에는 뉴욕 주유엔대표부에서 대표부와 주뉴욕총영사관, 주보스턴 총영사관 합동 국감을 진행한다. 민주당 소속 박성준·맹성규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 송석준 외통위원장, 고동진·김건 의원, 무소속 한동훈 의원 등이 모두 정상적으로 비자를 받은 상태에서 정 의원만 못 받아 논란이 커졌다.
정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미주반 소속으로 국감을 다녀올 예정이었지만, 미국 비자가 국무부에서 ‘계속 심사 중(Review)’이라는 보고를 보좌관에게 받았다”며 “허용도 불허도 아닌 상태를 더 기다릴 수 없어서 긴급하게 구주(유럽)반으로 변경 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일각에서 내가 1989년 미국대사관 점거 농성에 참여한 것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추측하는데 이 사안이 문제가 됐다면 2012년 미국 외통위 국감 때에도 비자가 발급되지 않았어야 정상”이라고 해명했다. 정 의원은 재선 국회의원이던 2013년 10월에도 외통위 미주반 소속이었으나, 미국행 비자를 받지 못했다.
다음주 미주 국감에 정청래만 비자 제때 안 나와...국정원장 입국 거부설 등 한미 관계까지 ‘시끌’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연합뉴스
정 의원은 비자 발급이 거부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며 애써 논란을 피하려고 했지만, 이는 한미 관계의 이상 신호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켰다. 한동훈 의원은 6일에도 외통위 외교부 국감에서 “올 3월경 이종석 국정원장이 미국을 방문하려고 했다가 반미 성향 등을 문제 삼아 입국을 거절당했다고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외교부의 조 장관은 “내가 아는 한 그런 사실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조 장관은 ‘미국 당국이 이 원장 측에 문서로 반미 성향 같은 문제에 대해 문의한 사실이 있다고 하는데, 이를 아느냐‘는 한 의원의 질의에도 “정보 사항에 관한 것이라 말할 수 없지만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 의원은 나아가 미국 측이 통일부의 정 장관조차 기피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앞서 정 장관은 지난 3월 6일 국회 외통위에 출석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보고라며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기존에 알려진 평북 영변, 남포시 강선 외에 ‘평북 구성’까지 거론해 구설에 올랐다. 이는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공개석상에서 구성을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처음 언급한 것이었다. 이 발언 이후 미국이 우리 정부에 대북 정보 일부를 공유하지 않게 됐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한 의원은 7일에도 외통위 통일부 국감에서 “이 원장이 미국 입국을 거부당했다는 나의 주장을 국정원이 사실상 시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정원은 즉각 언론에 안내문을 배포하고 “미국의 이 원장 입국 거부 관련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번 명확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과 6월 이 대통령 집권 이후 한미 관계에 잡음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에는 미국의 여야가 입을 모아 자국 기업을 한국 정부가 탄압했다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공화당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를 친중 정권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3월 정 장관의 북한 구성 우라늄 농축시설 발언으로 촉발된 미국의 대북 정보 공유 제한도 반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8일 합참 국감에서 진영승 합참의장은 ‘미국의 북핵 관련 핵심 정보가 공유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일부는 제한되지만, 우리가 대비태세에 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이 상황이 빨리 해소가 되는 게 최선”이라고 답했다.
올 6월에는 미국에서 열린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실무그룹 회의에 미국의 요구로 우리 국정원이 제외되기도 했다. 국정원은 관련 보도에 대해 “몇 개월 전 일부 오해가 있었으나 이미 지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에게 국정원에 대한 불신을 전달했다는 국내 보도도 나왔다.
지난달 30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투자를 일방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미국이 약속했던 핵추진 잠수함, 원자력연료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도 아직까지 진척이 없다.
국제 무대에서 나오는 남북·한미 간 파열음이 한국의 국익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달 18~19일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2월 14~15일 미국 마이애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한미 관계와 북핵 문제에 중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행사에서도 한국의 외교 사안이 미중 정상회담과 북미 대화 재개 이슈에 밀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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