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현대미술의 거장 장-프랑수아 라리유. 한-프랑스 수교 140주년 기념해 한국에서 그의 첫 개인전을 주한 프랑스 대사관 후원으로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고 있다.
"1996년 첫 방한 이후 서른 해가 지나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 한국에서 첫 미술관 단독 개인전을 열게 됐습니다. 방한 중 북한산 진관사를 방문하는 등 한국의 전통성과 아름다움, 관객의 환대에 깊이 감동했어요."
지난 4일부터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 기념전시 장-프랑수아 라리유 원화 특별전 : 〈공존〉' 개최를 계기로 내한한 프랑스 현대미술의 거장 중 하나로 꼽히는 장-프랑수아 라리유는 한국과의 인연과 인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연일 수 백 명의 관람객이 찾는 전시장에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생명의 나무〉연작 8점(도록 표지인 〈생명의 나무- 붉은 하늘〉 등)과 새를 〈전령〉으로 표현한 새 연작 등 회화 50여점과 판화 등 60여점이 걸려있다.
전시의 주제인 〈공존〉과 관련해 작가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일이 곧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배우는 것"이라면서 "서로 다른 존재들이 다투지 않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업 팔레트 나이프로 물감을 여러 겹 쌓아 추상 바탕을 먼저 만들고, 세밀화가의 가느다란 붓으로 밑그림 없이 형태를 하나씩 얹는 2단계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순한 듯 하면서도 매우 섬세한 작품은 화려한 색채를 자랑하면서도 편안한 시각을 지켜준다.
이에 대해 작가는 "고전 거장들의 기술을 체화한 뒤 스스로 내려놓은 결과물"이라고 귀뀜해준다.
"루벤스 같은 고전 거장들처럼, 저는 먼저 색의 바탕을 준비해요. 그 자체가 하나의 완성된 추상화죠. 팔레트 나이프로, 여러 겹을 쌓아서. 저는 밑그림을 그리지 않아요."
멀리서 보면 나무와 도시와 바다가 보이고, 가까이 가면 수천 개의 작은 기호로 흩어진다. 원, 삼각형, 나비, 잎, 은행잎 등. 작가는 이 작은 단위를 '생명의 입자'라고 부른다.
"작은 형태 하나하나가 '생명의 입자'이지요. 입자들이 서로 결합해 더 복잡한 것이 되고, 그렇게 이어져 하나의 작품에 생명을 줍니다. 우주와 생명이 그러하듯이요."
앞서 전시를 앞두고 작가는 한국 관객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제 그림과 한국이 만나는 데에는 어딘가 깊이 자연스러운 구석이 있다고 느낍니다. 한국 문화를 알아 가면서 저는 그곳에도 같은 결의 태도가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어요. 균형에,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에,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아름다움에 기울이는 그 세심함 말입니다."
"더없이 현대적이면서도 제 역사와 전통을 놓지 않은 도시 서울은, 이 만남에 유난히 풍요로운 자리로 보이죠. 제 작업 또한 여러 시간을 한자리에 살게 하렵니다. 어린 날과 어른의 날, 기억과 지금, 현실과 꿈을."
재료는 캔버스에 아크릴이다. 전시장에서 관객이 가장 많이 묻는 디테일, 작은 흰 바탕 위에 찍힌 붉은 점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했다.
"작은 흰 바탕 위의 붉은 점은 빛나면서 작품 전체에 에너지를 주는 '생명의 빛'을 뜻해요."
라리유는 작품 속의 새에 대해선 "단순히 새를 그리지 않아요. 새가 표상하는 것을 그립니다. 움직임, 자유, 날아오름, 그리고 신비. 그러므로 새들은 주제라기보다 전령이지요. 새들은 어디를 보라고도, 무엇을 이해하라고도 말하지 않아요. 다만 눈을 들어 보라고 청할 뿐이지요"
전시 제목 〈공존(Coexistence)〉은 cohabiter(프랑스어 '함께 살다')에서 왔다. 오늘날 많은 작가가 잘려 나간 숲과 검은 바다를 그려 관객에게 충격을 주고자 하지만, 라리유는 반대로 간다.
"잃을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먼저 보여 주고, 판단은 관객에게 맡깁니다."
동성갤러리가 주최하고 메종데자르가 주관하는 이 전시회는 주한 프랑스대사관 후원으로 오는 20일까지 계속된다.
/서울=이득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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