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노조 파업 '中 현지 언론'까지 보도
SK하이닉스 관계자 '사실무근' 선그어
협력사·국가 경제 전반에도 연쇄 충격
"현채인에도 동일한 요구 확산 가능성"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노사 갈등에 이어 중국 현지 채용 직원(현채인)들의 성과급 인상 요구에도 직면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이 만든 '역대급 성과급' 논란이 중국 현지로까지 번지면서 관련 가짜뉴스까지 확산하는 양상이다.
일부 중국 매체에서는 "SK하이닉스가 2026년부터 중국 법인에도 한국과 같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지만 회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성과급 관련 한국 노사 갈등이 중국 언론에까지 확산하면서 삼성전자 시안 낸드 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 D램 공장 중국인 직원들 사이에서 성과급 인상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법인 현채인들도 본사 직원들이 얼마를 받는지 모두 알고 있다"며 "중국 바이두 등 현지 포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성과급 관련 뉴스가 계속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노사 갈등 확산
中 현지 포털까지 보도
삼성전자 중국 시안 낸드공장 전경 /삼성전자
실제 중국 현지에서도 관련 논란은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IT즈자(IT之家), 신랑재경 등 중국 주요 포털은 "SK하이닉스가 한국 본사 직원에게 최대 30개월 치 기본급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한 반면 중국 자회사 직원들은 평균 8개월 수준을 받았다"고 전했다. 중국판 네이버지식인으로 불리는 지후(知乎)에서는 "AI 슈퍼사이클이 만든 반도체 인재 전쟁"이라는 분석 글이 수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갈등이 주목받는 이유는 양사 중국 공장의 전략적 비중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은 회사 전체 D램 생산의 약 30~40%를 담당하는 핵심 생산기지다. 삼성전자 시안 공장 역시 전체 낸드 생산량의 약 35%를 담당하는 유일한 해외 낸드 생산기지다. 단순 해외 공장이 아니라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 핵심 축이라는 의미다.
中 매체 가짜뉴스 확산
회사 측 "사실무근"
중국 현지에서 성과급 논란이 확산하면서 관련 가짜 뉴스까지 퍼지는 양상이다. 중국 산업 전문매체 오프위크(OFweek)는 "SK하이닉스가 2026년부터 중국 법인에도 영업이익 연동 변동 비율을 도입해 한·중 성과급 격차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본지에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이 만든 한국 본사의 유례없는 성과급 규모가 자리 잡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지급하는 노사 합의를 체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증권은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이 44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기준으로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적용하면 총 PS 규모는 약 44조7000억원 수준이다. 단순 계산 기준으로는 임직원 1인당 약 12억9000만원 규모의 성과급 지급 여력이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삼성전자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 15% 지급과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하며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공급망 충격 우려
협력사 영향 가능성
전문가들은 노사 갈등 장기화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삼성전자 DS부문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생산 차질과 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협력사와 국가 경제 전반에도 연쇄 충격이 이어질 수 있다"며 "반도체 공급이 흔들리면 고객사 이탈과 투자 지연, 국가 신뢰도 하락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요구대로 성과급 체계가 급격히 바뀔 경우 단순 임금 문제를 넘어 산업 생태계와 국가 경쟁력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며 "노사 모두 단기 충돌보다 장기 성장과 투자 관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과급 기준 확산
글로벌 인건비 구조 변수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업계가 더 우려하는 것은 성과급 요구가 중국을 넘어 미국 등 글로벌 사업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다. 삼성전자는 370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과 연구개발(R&D) 시설을 구축 중이며 SK하이닉스는 38억7000만 달러 규모의 인디애나 첨단 패키징 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과 달리 현지 임금 수준 자체가 높은 만큼 성과급 요구가 본격화될 경우 비용 부담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슈퍼사이클이 만든 성과급 기준이 글로벌 사업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순간 기업들의 인건비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한국 법인과 노조 간 성과급 기준이 사실상 제도화될 경우 중국·미국·베트남 등 해외 법인 직원들에게도 동일한 요구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 국가에서 선례가 만들어지면 다른 지역 현채인들도 '우리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현채인 =
해외 법인에서 현지 채용된 직원을 의미하는 업계 용어. 현지 노동시장 기준에 따라 고용된다.
PS(초과이익분배금) =
기업 영업이익 일부를 직원 성과급 형태로 배분하는 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에서 사용된다.
AI 슈퍼사이클 =
AI 산업 확산으로 반도체·데이터센터·인프라 수요가 장기간 급증하는 흐름을 의미한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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