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초구 삼성 강남에서 열린 ‘더 퍼스트룩 서울 2026’에서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사진=이가영 기자
중국 TV 제조사들이 미니 발광다이오드(LED)와 초대형 제품을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까지 파고들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의 정의부터 바꾸고 있다. 화질과 크기를 겨루는 전통 가전을 넘어 인공지능(AI)과 콘텐츠, 서비스가 결합된 기기로 재편하며 주도권 방어에 나선 것이다.
삼성 "올해 AI TV 대중화의 원년으로"
15일 서초구 삼성 강남에서 열린 '더 퍼스트룩 서울 2026'에서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2026년을 AI TV 대중화 시대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한국 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며 "올해 국내 출시 신제품의 99%에 AI TV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AI는 선택이 아니라 TV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비전 AI를 기반으로 고객의 일상에 늘 함께하는 진정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마이크로 RGB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네오 QLED 등 기존 프리미엄 라인업에 더해 신규 미니 LED를 새로 선보이며 제품군을 한층 넓혔다. 동시에 UHD까지 포함한 보급형 라인업에도 AI 기능을 확대 적용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초대형과 고화질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AI 접점을 넓혀 저변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삼성전자의 '비전 AI 컴패니언'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 / 사진=이가영 기자
삼성이 전면에 내세운 핵심은 '비전 AI 컴패니언'이다. 빅스비와 퍼플렉시티,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등 복수의 AI 서비스를 탑재해 시청 중 궁금한 정보를 음성 명령만으로 바로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단순히 화면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TV 안에서 검색과 추천, 정보 탐색이 함께 이뤄지는 구조를 강화한 셈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장면별 색상과 명암을 정교하게 조정해 어느 밝기의 장면에서도 선명한 색감을 구현하는 '마이크로 RGB 컬러 부스터 프로'와 '마이크로 RGB HDR 프로' 기능도 지원한다. 특히 2026년형 마이크로 RGB TV의 최상위 'RH95' 모델은 AI 프로세서 '마이크로 RGB AI 엔진 프로'가 탑재돼 각 장면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색상 톤을 분류해 생생한 화질을 제공한다.
시청 경험을 끌어올리는 기능도 대폭 보강했다. 'AI 축구 모드 프로'는 경기 장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화질과 음향을 조정하고, 'AI 사운드 컨트롤 프로'는 대사와 배경음, 효과음 등을 구분해 자동으로 최적화한다. 저해상도 콘텐츠를 고화질로 바꿔주는 'AI 업스케일링 프로'도 함께 적용했다. 화질과 음향의 경쟁축 위에 AI 기반 맞춤형 기능을 덧씌워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LG도 AI 기반 경험 확대
지난달 삼성보다 앞서 올해 신제품 라인업을 공개한 LG전자도 TV를 단순 시청 기기가 아니라 AI 기반 경험 기기로 확장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2026년형 LG TV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그림과 배경음악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갔고, AI 컨시어지와 AI 서치, AI 챗봇, AI 맞춤 화면·사운드 마법사, 보이스 ID 등 5대 AI 기능도 적용됐다. 고객별 취향과 시청 환경에 맞춰 검색과 추천, 화질과 음향 설정까지 최적화하는 방향이다.
LG전자의 2026년형 올레드 에보 AI 제품./ 사진=이가영 기자
AI 플랫폼의 폭도 넓혔다. 2026년형 LG TV에 탑재되는 웹(web)OS 26에는 기존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에 더해 구글 제미나이까지 더했다. 고객이 필요에 따라 복수의 AI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며 개인 맞춤형 AI 검색 기능을 고도화했다는 설명이다. TV가 단순히 콘텐츠를 재생하는 기기를 넘어 AI 검색과 정보 탐색이 이뤄지는 접점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 셈이다.
시청 경험 측면에서는 화질과 음향, AI를 한꺼번에 묶었다. LG는 2026년형 올레드 에보에 3세대 알파11 AI 프로세서를 탑재해 밝기와 컬러를 끌어올리고 AI 듀얼 4K 업스케일링으로 색상과 명암비, 화질을 각각 최적화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스피커를 자유롭게 배치해도 입체음향을 구현하는 돌비 애트모스 플렉스 커넥트를 지원한다. 화질 경쟁력을 기반으로 하면서 AI를 활용해 시청 경험 전반을 고도화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AI 기능으로 TV 시장 주도권 방어
이 같은 양사의 TV 전략 변화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TCL은 작년 12월 출하량 기준 글로벌 TV 시장에서 16%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3%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하며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간 유지해온 선두 자리를 처음으로 내줬다. LG전자의 점유율은 8%에 그쳤다.
중국 업체들이 미니 LED와 초대형 제품을 앞세워 하드웨어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화질 경쟁 우위는 유지하되 AI와 콘텐츠, 서비스 결합을 통해 차별화 폭을 넓히는 전략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TV를 단순 시청 기기가 아니라 검색과 추천, 맞춤형 기능이 결합된 AI 서비스 플랫폼으로 재정의해 주도권 방어에 나선 셈이다.
15일 서초구 삼성 강남에서 열린 ‘더 퍼스트룩 서울 2026’에서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이가영 기자
이날 행사에서 중국 TV 전체 출하량이 삼성전자를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지적에 대해 용석우 사장은 "TCL과 하이센스, 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 전체 출하량이 국내 업체를 앞지르기 시작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올해는 프리미엄 중심이던 기존 라인업을 재편해 다양한 가격대 제품군으로 하방 전개를 넓힌 만큼 매출뿐 아니라 출하량도 함께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중국 기업들이 화질을 끌어올리면서도 더 낮은 가격의 제품을 내놓는 상황에서 어떻게 경쟁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TV라는 것이 단순히 화질과 사운드를 소비하는 디바이스에서 AI로의 또 다른 스크린 기능을 가져가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가격 경쟁만이 아니라 AI 기반 경험 차별화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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