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훈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수석연구원.(사진=디일렉)
"우주 산업이 민간 중심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우주 반도체 신뢰성 연구를 수행하는 이관훈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의 진단이다.
이 수석은 "스페이스X(SpaceX) 등장 이후 발사 비용이 크게 낮아지면서 경제성을 중시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로 넘어왔다"며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부품 적용과 신뢰성 확보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우주 산업은 국가 주도의 고가·고신뢰 부품이 중심이었다. 검증된 이력(헤리티지)을 기반으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구조였다. 반면 최근에는 저궤도 군집위성 확산과 민간 기업 참여 증가로 상용부품(COTS:Commercial Off-the-Shelf)을 활용한 비용 절감 전략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은 전자부품의 신뢰성 평가와 향상 기술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항공우주 분야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주 환경에 특화된 반도체 신뢰성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군용 부품보다도 높은 수준의 신뢰성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우주용 소재 개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듀폰의 '캡톤(Kapton)'으로 알려진 우주용 폴리이미드(PI) 필름이 있다. 열 차단, 전기적 안정성, 방사선 차폐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알루미늄 구조체와 결합했을 때 방사선 에너지를 흡수하고 2차 입자 영향을 줄이는 데 탁월하다.
국내에서도 폴리이미드 필름을 생산하는 업체는 적지 않다. 다만 국내 기업은 아직 우주 환경에서의 신뢰성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황이다. 상업용 전자소재를 우주 분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시험 데이터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수석은 "우주 부품은 실제 운용 데이터를 통해 신뢰성이 입증돼야 한다”며 국내는 아직 이런 헤리티지가 충분하지 않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우주 환경은 지상과 비교해 극한 조건이다. 발사 과정의 충격, 극저온과 고온의 열 환경, 진공 상태, 방사선 노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방사선이 반도체 신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다.
대표적인 방사선 영향으로는 총이온화선량(TID), 단일사건효과(SEE), 변위손상(DD)이 있다. TID는 저에너지 방사선이 누적되며 소자를 열화시키는 현상이다. 입자의 양(Fluence)이 많아 대부분의 우주 부품이 기본적으로 검증해야 하는 항목이다. SEE는 고에너지 입자가 충돌해 파괴를 유발하는 현상으로 발생 확률은 낮지만 치명적이다. DD는 결정 구조를 손상시켜 장기적인 성능 저하를 일으킨다.
이 수석은 이 같은 환경을 사전에 분석하기 위해 유럽우주국(ESA)이 개발한 시뮬레이션 툴 '스펜비스(SPENVIS)'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궤도, 임무 기간, 방사선 조건 등을 입력하면 위성이 받는 방사선량과 원자산소 침식 등을 예측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상 시험 조건과 안전 마진을 설정한다.
-디일렉 이수환입니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이관훈 수석연구원과 함께 우주 반도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구원님 안녕하십니까. 전자기술연구원이 과거에 부품연구원이었는데 전자기술연구원으로 바뀐 지 꽤 됐습니다. 이쪽에서 어떤 업무를 주로 하고 계신 지 잠깐 소개해 주시죠.
저는 1994년부터 전자기술연구원 신뢰성 연구센터에서 근무했습니다. 주로 전자부품의 신뢰성 평가법, 향상법 연구를 한 거죠. 최근에는 우리 산업이 항공 우주 쪽으로 확장되면서 기술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부품 신뢰성이라는 게 사람들이 들었을 때 어떤 걸 주로 하는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것들을 신뢰성이라고 하고 왜 그게 중요한지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신뢰성 하면 ‘얼마나 고장이 안 나느냐’를 검증하는 것이라고 쉽게 정의를 할 수가 있겠고요. 신뢰성이 낫다, 좋다는 것이 안전하고도 연관이 있고 가격하고도 연관이 있습니다. 고사양 부품, 저사양 부품 이런 기준도 신뢰성이나 수명과 연관이 있습니다.
-온갖 종류의 전자 부품과 반도체 등등에 대한 신뢰성 평가를 해보셨겠네요.
많이 해본 편이죠.
-30년 넘게 전문적으로 하셨으니까. 제품에 따라서 평가 방법이 달라질 텐데, 수석님 말씀처럼 근래에는 우주 항공쪽에 대한 신뢰성 평가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쪽 신뢰성 평가는 과거의 전자부품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일단 지상에서 쓰는 전자부품은 지상 환경 조건에서 잘 돌아가야 합니다. 최근 항공 우주쪽으로 영역이 확장되면서 항공 우주 환경에서 이 제품이 잘 작동해야 하는 거죠. 사용 환경 자체가 다릅니다.
-지상에서 썼던 반도체 중 열악한 환경이었던 것 중의 하나가 자동차 반도체가 있지 않습니까? 오랫동안 작동해야 하고, 사람의 목숨과도 관련이 있고, 환경도 고열 아니면 아주 춥다거나, 진동·소음에 많이 노출이 되는. 비교해 보면 어떻습니까?
우주 환경을 비교해 보면 자동차 환경보다 두어 단계 이상의 레벨 차이가 있는 것 같고요.
-한 단계도 아니고 두 단계.
네. 일단 가전제품이 가장 낮은 레벨이라면 자동차는 그것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다음이 군용 밀(Mill) 부품이라고 하는 레벨이에요. 밀보다도 더 높은 게 우주용 부품입니다.
-물론 우주 환경이 굉장히 낯선 환경이기도 하고 일반적으로는 사람이 나가볼 수 없는 환경이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우주 항공 쪽에 관심이 많이 생기는 이유 중의 하나가 올해 스페이스X 상장 건도 있습니다. 저궤도 군집 위성이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코츠(COTS)라고 하는 부품들을 쓰기 시작하면서 진입 장벽이 낮아졌습니다. 우주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떤 신뢰성 평가를 해야 합니까?
우주에서 쓰기 위해서 지상 환경과 뭐가 다른지를 좀 말씀드리면, 첫 번째는 발사 환경에 노출됩니다. 발사체에 실려서 올라가기 때문에 굉장한 발사 충격을 받습니다.
-우주 비행사들도 엄청난 훈련을 받고 나가야 하는데 전자부품도 마찬가지로.
마찬가지입니다. 당간 분리되면서 이 클램프가 폭파에 의해서 깨집니다. 그 충격량이 1500줄(J) 이상의 큰 순간적인 충격을 받습니다. 이런 발사 조건이 다르고요, 궤도로 올라가면 지상하고 또 다릅니다. 첫 번째는 낮은 궤도 쪽에서는 원자 산소가 많이 있습니다. 부식의 영향이 있고요. 진공 환경으로 넘어가지 않습니까? 그럼 최소 10의 마이너스 5승 토르(torr) 이하의 진공 환경에 노출되고 열이 어마어마합니다.
-주로 정지 궤도의 위성들이 그런 환경에 있겠군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모든 위성이 그렇습니다. 최소 -55도 이상, 음영 지역에 가면 -270도까지도 고려하라고 돼 있어요. 플러스로도 최소 150도, 200도 이런 환경에 노출이 됩니다. 세 번째는 방사선. 이건 지구 지표면하고는 또 완전히 다른 환경이죠. 이렇게 크게 보면 세 가지 환경에 노출이 됩니다.
-그러면 지상에서 우주 환경을 모사를 해야되는데 그런 평가는 어느 장소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가 궁금하군요.
기본적으로 우주에서 쓰려면 밀급에 해당하는, 군사용에 해당하는 신뢰성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합니다. 엄청난 열충격, 진동, 거기에 더해 진공 환경이기 때문에 패키지의 아웃개싱(Outgassing) 성질이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아웃개싱은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거죠?
패키지 내부에 쓰이는 에폭시 몰딩 컴파운드(EMC) 같은 소재에서 열 충격에 의해서 가스가 나오는 거죠. 그 가스가 광학 장비나 이런 데 들러붙기 때문에 이런 물질의 수축률이나 휘발성 물질이 나오는 것을 적정 이하로 관리하게 규정이 돼 있습니다. 이런 실험들을 다 해야 하죠.
-굉장히 까다롭군요. 그런 환경을 테스트하는 곳이 한국에 있습니까?
기본적으로는 많이 있습니다. 제일 잘 돼 있는 게 진주에 있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우주 부품 시험 센터가 잘 돼 있는 것 같고요. 방사선 관련해서는 원자력 연구원에 잘 돼 있습니다. 각종 시험 평가 이런 것들이 잘 돼 있는데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긴 합니다. 원자산소를 체계적으로 잘 시험하는 곳을 아직 제가 찾지 못했고요. 방사선 시험 중에서도 헤비아이온(Heavy Ion)이라고 하는 중이온 시험이 필요한데, 이 시험을 하기에는 아직 국내 장비들이 파워가 부족합니다. 그런 파워를 확충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주 관련해서 근래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 안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으로 아르테미스 2호 발사에 참여한 국가들의 미니 위성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는 K-큐브가 나갔는데 안타깝게도 실패로 끝나고 말았거든요. 물론 아까 수석님 말씀하신 것처럼 지상에서 충분한 테스트를 거쳤는데도 불구하고 실패 원인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충격 때문인지, 우주 환경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이런 것들도 전부 지상에서 테스트를 해야합니까?
아까 말씀드린 대로 발사 환경이라든지 궤도 환경, 방사선 환경, 크게 보면 이 세 가지 환경에 대해서 다 시험을 하고 프라이트 모델(Flight Model, 비행모델)이라고 해서 FM 모델을 실어서 보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확률이 있는 거죠.
-테스트 하는 데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물론 부품 단위랑 위성 단위랑 다르긴 하겠습니다만.
부품 단위부터 계속 실험을 해서 시스템부터 모아 본다면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걸릴 것 같네요.
-우주에 나가는 모든 부품들은 그런 신뢰성 테스트를 다 거치나요?
최소한의 개런티(보장)를 하고 나가게 됩니다.
-일론 머스크가 얘기한 스페이스X 스타링크의 저궤도 군집 위성도 다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테스트를 거친 부품들인가요?
아닙니다.
-아닙니까? 또 다릅니까?
또 다릅니다. 우주 산업이라는 것도 과거에는 국가가 운영을 하지 않았습니까? 굉장히 대규모의 발사체, 통신 위성 등 주로 비싼 위성 위주로 했습니다. 거의 모든 부품의 헤리티지가 보장돼 있고 신뢰성이 보장돼 있는 그런 부품들을 사용했습니다. 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X 덕분에 쉽게 발사할 수 있는 환경이 됐습니다. 기존 나사(NASA)보다 10분의 1가격으로 발사를 해요.
-발사체 가격도 그렇고. 위성도 굉장히 많이 사서.
그래서 좀 떨어지더라도 경제성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그런 시대를 뉴 스페이스 시대라고 표현하는 데, 그런 시대로 넘어왔습니다.
-스페이스X가 쓰는 스타링크 위성들은 그런 신뢰성 평가를 어떻게?
자체적으로 하겠죠. 그렇지만 비싸게 하고 있지는 않다고 보입니다. 적절하게.
-근데 코츠 부품 자체에도 우리가 산업용으로 쓰더라도 어지간한 규격들은 다 맞춰서 출고가 되지 않습니까? 그런 범용 부품을 써서 가격을 낮추고 신뢰성 테스트도 꼭 필요한 것만 해서 규모의 경제를 이뤘다는 건데. 이 정도만 해도 신뢰성 평가가 상당히 많이 이뤄지는 거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거든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헤리티지를 쌓는 게 중요합니다. ‘이 정도를 했더니 버티더라’ 라는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데이터가 별로 없는 편입니다. 그게 문제인 거죠.
-이제서야 과기정통부에서 지난해 하반기 때 저궤도 군집 위성 예산이 생겼는데.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그런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산업용 부품으로 만든 반도체를 적용한 위성이 우주로 올라가서 몇 년을 버틸지, 어떤 환경에서 어떤 변수나 오류가 생길지,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 못한 거군요.
그렇습니다. 큐브 위성이나 탑재체, 나로호나 이런 데 들어가서 여러 가지 시험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중 일부는 분실하고 일부는 살아있고 이런 과정들을 앞으로도 계속 거치면서 데이터들이 쌓여야 니다.
-그런 것들이 뭐 실패라고는 하지만, 데이터가 쌓여서 우주 강국의 밑거름이 되는 백데이터가 되는 건데. 그런 관점에서 수석님이 하시는 것 중 하나가 방사선 관련 신뢰성입니다. 굉장히 어려운 단어들이 많이 나옵니다. 쉽게 설명을 좀 해주시면 좋겠는데 SEE, TID, DD 이런 단어들이 나옵니다. 어떤 것들인지 설명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일단 우주 공간에서 크게 차이 나는 것 중 하나가 우주 방사선이라고 표현하지 않았습니까? 우주 방사선은 일단 먼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방사선이 있고요. 이건 심우주 방사선이라고 GCR(Galactic Cosmic Rays) 보통 표현을 합니다. 이 GCR은 프로톤(proton, 양성자)이 한 85%, 그리고 일부 소수의 중이온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에너지가 1기가 일렉트릭 볼트(GeV) 이상입니다. 굉장히 고속으로 날아오는 무거운 입자입니다. 그리고 태양으로부터 오는 방사선도 있고 지구에 *밴앨런대역 방사선 대에 묶여 있는.
*밴앨런대(Van Allen Belt): 고에너지의 전자와 양성자의 일부가 지구자기장에 의해 포획돼 방사성 입자들이 아주 강한 영역. 태양풍에서 지구반경의 약 10배 공간까지 퍼져 있다.
-태양풍에서 아직 갇혀있는 것들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렇죠. 태양으로부터 여기저기 여러 이유에 의해 날아와서 지구 자기장에 갇혀 있는. 트랩 돼 있는 방사선. 크게 보면 이렇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전부 에너지 대역이나 플럭스나 이런 것들이 제각각입니다. 이런 방사선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 첫 번째는 낮은 에너지의 방사선, 이 녀석들은 타겟 물질에 에너지가 흡수되면서 전리(이온화)를 시킵니다. 낮은 에너지는 대부분 이쪽에 관여를 많이 합니다. 또 낮은 에너지의 방사선은 그 수가 많습니다. 플루언스(Fluence)가 많습니다. TID(총이온화선량, Total lonizing Dose)나 이런 효과는 굉장히 일반적인 영향이고요.
두 번째는 이것보다 조금 센 방사선이 들어오면 원자의 격자 구조에 변화를 일으킵니다. 원자가 격자 구조가 아주 규칙적으로 있는데, 이 원자가 날아온 방사선에 의해서 튕겨져 나가는 거죠. 마치 건축물에 기둥이 여러 개가 있는데 이 기둥이 옆으로 비틀린다고 할까요? 그러면서 디펙트(결함)가 생기고 구조적으로 결함이 생기는. 그런 현상들이 일어나는 걸 디스플레이스먼트 데미지(Displacement Damage, 변위 손상)라고 해서 DD 효과라고 표현합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 사고도 그렇습니다만. 우리가 피폭을 당하게 되면 당장 어떤 열에너지나 이런 것도 있지만, 방사선이 사람의 DNA를 끊어놔서 문제가 생기는 것들이잖아요.
어마어마하게 위험하죠.
-마찬가지로 반도체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회로들도 전부 일정한 규칙으로 원자들이 배열돼 있고 금속도 마찬가지인데, 외계 입자가 와서 그런 구조를 끊어놓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그렇죠. 외부가 아니라 반도체 내부의 구조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는 거죠.
-방금 말씀하신 SEE, TID, DD 중에 어떤 것들을 가장 먼저 고려를 해서 신뢰성 평가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TID 시험은 거의 모든 우주용 부품에 시험하게 돼 있습니다. 왜냐하면 작은 에너지로도 물질을 이온화시키고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리고 우주 방사선의 거의 대부분은, 한 99%는 TID를 유발할 수 있는 선량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수가 많은 거죠. 낮은 방사선들에. 그래서 TID 시험은 기본적인 시험에 속합니다.
-TID 같은 경우에는 지상에서는 우주 방사선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까? 그럼 이런 TID 영향도 일반적인 자동체 반도체에서도 똑같이 실험을 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지상에서는 영향이 있는 게 중성자입니다. 중성자는 전하가 없지 않습니까? 극성을 안 띄고 있기 때문에 대기를 쉽게 통과해서 지상까지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성자, 전자같은 입자들은 대부분 대기 조건에서 흩어지고 산란돼서 지표면까지는 거의 오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이어서 얘기하자면 가장 먼저 고려하시는 부분은 TID. 다음은 뭡니까?
다음으로 중요한 걸 보자면 저는 SEE라고 봅니다. SEE는 싱글 이벤트 이펙트(Single Event Effect, 단일사건효과)라고 해서 고에너지 입자가 타겟 물질에 충돌해서 생기는 여러 현상인데, 대부분 이 현상은 반도체와 관련되는 현상입니다.
-반도체 입장에서는 SEE를 꼭 봐야겠네요.
아주 중요하죠.
-이건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어떻게 좀 예방을 해야합니까?
예방 방법이 쉽지는 않습니다. 우선 SEE는 에너지가 큰, 질량이 큰 중이온에 영향을 많이 받고요. 그러다 보니 파괴적입니다. 아까 격자 구조에 변화를 일으키는 정도의 힘은 DD효과라고 했습니다. 이거보다 더 큰 에너지가 들어오면 격자 구조가 아니라, 원자 핵 자체가 깨져버리게 됩니다.
-그러면 완전히 물성 자체가 바뀌게 되는.
그렇죠. 왜냐하면 양성자, 중성자라든지 양성자 수도 바뀌고 깨져버리고 거기서 이온이나 이런 것도 대량으로 나오고. 마치 큰 폭포와 같은. TID가 가랑비 정도라면 SEE는 소방 호스로 폭포처럼 한 방에 쏘는 그런 에너지. 에너지 레벨이 다른 거죠. 대신 플루언스가 작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우주 방사선의 1% 내외?
-확률적으로 당할 확률은 좀 낮다?
낮지만 당하면 크게 당한다.
-정리하자면 이제까지 말씀하신 것들의 영향을 전부 고려해서 우주에 나가 있는 모든 인공 구조물들이 신뢰성 테스트를 받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겁니까?
기본적으로는 인공 위성이나 우주 발사체나 외피가 있습니다. 외피에 의해서 1차 방어가 되고요. 내부에서는 배치라든지 추가적인 실링 이런 걸 통해서 또 한 번 방어를 할 거고요. 그리고 회로적인 측면에서 밴드 갭이 큰 구조를 쓰고 논리적으로 이중화를 하고 이런 여러 가지. 한쪽 논리가 망가져도 백업 회로가 들어가서 신호가 가게끔 한다든지. 라디에이션 하드니스(Radiation Hardness, 방사선 내성 설계)라고 하는. 라드하드(rad-hard)라고 보통 표현하는데, 이런 연구 끝없이 하고 있습니다.
-우주에 나가는 반도체나 전자부품 값이 본질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런 것에서군요. 하시는 것 중에 저희가 이제 ASSIC 때도 말씀을 하시겠지만. SPENVIS, 스펜비스라고 하는데 이건 어떤 걸 얘기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스펜비스는 유럽 우주국(ESA)이 1990년대에 개발한 운영 툴입니다. 우주 부품을 개발하고 우주의 환경을 연구하는 개발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ESA가 만들고 관리는 벨기에에 있는 연구소에서 합니다. 굉장히 여러가지 툴을 모아놓은 오픈 소스 개념입니다.
-나사랑은 다르군요.
다르죠.
-아무래도 유럽은 EU 연합이다 보니까 유럽 우주 항공 같은 경우 개발하는 사람들을 위해 오픈해서 테스트를 하라고 툴을 만들어 놓은 거군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우주 환경을 분석할 수 있는데요. 우주 환경이라면 어떤 궤도로 내가 인공 위성을 발사했을 때 주기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주기라든지 지상으로부터의 거리라든지, 궤도도 설정을 합니다. 원형 궤도인지 타원 궤도인지. 여러 미션과 관련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아까 우주 공간에는 여러 방사선과 원자 산소가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4년이든, 5년이든 임무 기간이 있고. 그런 것을 설정하면 이동하는 인공위성이 어느 정도 방사선에 노출되는지를 계산할 수가 있습니다. 우주 환경을 기본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거죠. 궤도 정보, 방사선 정보, 원자 산소에 침식되는 양. 이런 것까지도 시뮬레이션이 가능합니다.
-그런 소중한 정보를 오픈소스로 제공한다는 게 대단한 결단이네요.
그렇죠. 그래서 저는 전자 부품이나 우주 부품을 개발하는 등 기본적으로 소재를 하시는 분들은 스펜비스를 꼭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보다 더 좋고 더 빠르고 더 전문적인 툴들이 있지만, 그것들은 유료거나 어렵거나 불편합니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분야는 아니니까요. 일반 전자 부품 설계하는 거랑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니까 그런 것 같은데. 저희가 ASSIC에 참가하시는 분들이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계시거나 연구하고 계시는 분들이셔서. 스펜비스 말씀을 해주셨으니까 이걸 가지고 전자 부품과 신뢰성, 반도체 설계할 때 어떤 부분들을 좀 유의해서 접근해야 할지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인공 위성 중에 아마 90% 정도는 저궤도에서 활동할 텐데요. 저궤도라고 하면 지상으로부터 한 2000km 내외입니다. 그 궤도에서 몇 년 간의 임무를 수행한다고 했을 때 내가 사용하는 부품이 과연 얼마만큼의 방사선에 노출될지, 여기서 방사선을 TID 개념으로 하면 얼마큼의 전리 이온화에 노출될지. 이런 것들을 시뮬레이션할 필요가 있는 거죠.
-당연히 해야죠.
그러면 총 이온화 선량을 얻을 수 있고요. 그 이온화 선량에 안전 마진을 좀 곱해서, 보통 두 배 정도를 기준으로 잡습니다. 그러면 어떤 높이의 위성에 쓸 부품이라면, 몇 킬로라드(kRad) 정도의 방사선을 견뎌야 하는지 얻을 수가 있어요. 외부에 쓰이는 태양광 패널이라든지 안테나라든지 이런 것들은 원자산소에 노출이 되기 때문에, 임무 기간 원자산소에 의해서 얼마나 침식이 될지 이런 것도 계산할 수가 있습니다.
-사실 말씀 중 굉장히 중요한 게 지난 수년 동안 상용 우주 서비스가 굉장히 많이 나왔습니다. 그중에는 과거에 스파이 위성 이상으로 고해상도 지도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는데. 그걸 서비스하고 있는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임무 설계했던 위성의 기간이 5년까지인데 6년, 7년, 하면 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수익성이 좋아지는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잖아요. 당연히 깐깐하게 따져볼 수밖에 없는 건데. 혹시 최근에 스펜비스 가지고 전자 부품이나 이런 것들을 하셨던 사례가 있으면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스펜비스 가지고 많이 하는 것들이 주요 태양전지 패널에 원자산소 침식이 얼마나 일어날까 이런 것을 시뮬레이션 해봤습니다. 태양 전지 패널에 SiO₂(이산화규소) 같은 코팅제를 쓰는데. 이런 코팅제가 지구 저궤도 환경이라고 하면 초속 한 7.9km로 인공위성이 회전합니다. 굉장히 빠른 거죠. 원자산소가 부딪히면 여기서 에너지가 발생합니다. 충돌 에너지죠. 그게 5일렉트릭볼트(eV) 이상됩니다. 거기에 화학적인 부식 작용까지 하면 코팅막이 굉장히 빨리 벗겨지는 거죠.
-태양 전지판을 전개하더라도 충전이 안 되면 그 위성은 폐기할 수밖에 없는.
그렇죠. 그래서 기본적으로 이런 것들을 스펜비스를 가지고 침식량을 예측할 수가 있고요. 두 번째 했던 거는 최근에 하고 있는 건데, EMC라고 해서 전자부품은 검은색 패키징으로 돼 있죠. 양성자 같은 중간 정도 되는 에너지 방사선이 들어오면 전자부품에 EMC를 뚫고 들어가서 칩에 영향을 줍니다. 아까 말씀드린 DD효과를 만들 수가 있습니다. 그럼 EMC 층을 뚫고 들어가야 하잖아요. 어느 정도 에너지가 이를 뚫고 들어가나 이런 걸 시뮬레이션 할 수가 있습니다.
-우주 환경도 당연히 까다롭지만 부품을 고르고 또 어떻게 설계할지 어떻게 코팅할지 까다로운데, 근래에 수석님께서 하신 프로젝트 중에 또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일단 알루미늄을 우주에서 많이 쓰는데, 가볍지 않습니까? 알루미늄에 폴리이미드 계열의 필름을 붙이면 여러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열도 차단하고 전도성이나 이런 것도 좋고. 차광막으로도 쓰고. 근데 이런 폴리이미드 필름을 미국 듀폰사에서 캡톤이라고 하는 상품명으로 만들어서 우주에 많이 씁니다.
-누리끼리한 필름 맞죠? 보통 우주 떠올리면 비닐 같은 걸로 둘러싸인 그걸 말씀하시는 거네요.
그런 필름을 붙여서 여러 가지 효과를 보고 있는데. 아직은 우리나라에서는 잘 만드는 회사도 있지만 폴리이미드 필름을 우주급으로는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들지 못했다기보다는 아직 헤리티지가 안 쌓인 거죠. 그런 측면에서 제가 최근에 했던 시뮬레이션 중 하나가, 이게 스펜비스로 하는 거거든요. 알루미늄에 폴리이미드 필름을 붙여서 방사선이 들어왔을 때, 알루미늄은 어느 역할을 하고 폴리이미드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시뮬레이션해 봤습니다. 폴리이미드 필름을 붙이면 중간 에너지 이상의 수십 MeV 이상의 양성자가 들어왔을 때 거기서 발생하는 전자라든지 이런 걸 잘 흡수했습니다. 2차 입자도 잘 흡수해서 에너지를 흡수하는 성질이 좋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라고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만 근래에 스페이스X에 특수 합금을 공급해서 굉장히 부각이 된 기업이 있거든요. 그건 이제 금속 메탈 계열이고. 지금 수석님 말씀처럼 우리나라도 굉장히 많은 폴리이미드 기업이 있고 그중에는 대기업도 일부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우주용을 개발하면 굉장히 부가가치가 높은 소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아까 말씀드린 메탈을 공급한 기업이 지금 아르테미스 2 기점으로 주가가 엄청나게 폭등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스페이스X가 올해 상장하니까요. 인공위성이 꼭 메탈만 들어가는 건 아니고 폴리이미드를 그렇게 활용하는 것도 굉장히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될 수 있겠네요. 아직 국내에서 그렇게 하는 기업은 없습니까?
아직까지는 헤리티지적인 측면 때문에 비싼 부품들을 채택해서 아까 말씀드린 대로 우주로 올려보내는 검증 과정을 많이 거쳐야 되겠고요. 그 전에 지상에서 여러가지 시험들을 하면서 우주에서 쓸만하다 이런 연구들이 필요한 거죠.
-사실 그 부분은 우리나라가 좀 잘하는 부분이어서. 캡톤이라는 제품은 듀폰 외에는 없는 겁니까?
캡톤이 듀폰이 만든 명칭이니까요.
-그 사업을 듀폰밖에 안하는 겁니까?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캡톤이 가장 유명하니까. 오래됐고.
-고어텍스처럼요?
네. 거의 대명사처럼 사용됩니다.
-그러면 우리가 우주용으로 대량 양산하면 또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주요한 포인트가 되겠네요. 그때 신뢰성 연구도 당연히 더 해볼 수 있고.
필요합니다.
-아주 좋은 사업 아이템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폴리이미드가 국내에서 전자 사업이 전부 해외로 넘어가면서 생산량이 많이 줄고 이랬거든요. 우주용으로는 생각을 못 했는데. 아주 좋은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뮬레이션 결과나 의사 결정으로 실무를 좀 연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분석 결과를 차폐 설계나 시험 설계로 어떻게 변환해서 결정하나요?
기본적으로 우주에서의 환경을 시뮬레이션한다는 건 그 환경에 대해서 받을 데미지를 예측하는 거고요. 그 예측된 결과 마진율을 곱해서 지상에서 시험 평가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예측을 해야 하는 거죠. 그 예측을 스펜비스를 활용하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거고요. 그것보다 더 세밀하게 한다면 더 비싼 프로그램들을 활용해서 평가해야 하는 거죠.
-최근에 우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어떻습니까? 수석님 보시기에는 신뢰성 평가 이런 요구나 요소들이 많이 들어와 있습니까?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산업 구조상, 저가나 저신뢰성 제품들은 중국이나 이런 개도국하고 경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고사양, 고부가 가치 이런 쪽 산업으로 점점 바뀌고 있기 때문에 우주용 전자부품이나 이런 쪽도 커지는 추세에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앞으로 좀 더 우주 산업이 활성화되고 올해 하반기 때 KAI와 LIG넥스원, 이제 이름이 바뀌었죠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DNA)가 저궤도 군집 위성 입찰을 두고 방사청에서 여러 가지 하게 됩니다. 앞으로 그런 이슈 관련해 신뢰성 평가에 대해서 수석님께 다시 한번 출연을 요청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럴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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