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 크리에이터.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에서 보안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해킹 사고가 발생한 뒤 이를 보완하는 ‘사후 대응’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공격 자체를 사전에 가정하고 시스템을 시험하는 ‘선제 방어’ 체계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리플(XRP)이 한 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XRP 원장 생태계 내부자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차세대 보안 프레임워크를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AI 기반 레드팀(red team)’ 전략으로, 실제 해커의 공격 패턴을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프로토콜의 취약점을 사전에 찾아내겠다는 구상이다.
레드팀은 원래 군사 및 보안 분야에서 활용되던 개념으로, 아군 시스템을 공격하는 가상의 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방어 체계의 허점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AI를 접목함으로써 기존보다 훨씬 정교하고 예측 불가능한 공격 시나리오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이번 변화의 핵심이다.
특히 이번 이니셔티브는 단순한 보안 점검을 넘어 ‘지속적 공격 시뮬레이션’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일정 주기로 외부 감사를 진행하거나 버그 바운티 프로그램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XRP 원장은 실시간에 가까운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테스트하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AI는 다양한 변수와 조건을 조합해 인간이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공격 패턴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예컨대 네트워크 트래픽이 급증하는 상황, 특정 노드가 비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경우, 또는 여러 취약점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 시나리오 등을 가정해 시스템의 반응을 점검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테스트로는 발견되지 않았던 ‘엣지 케이스’ 취약점까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를 넘어 기관 투자자 유입을 겨냥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최근 블록체인 기술이 글로벌 결제, 자산 토큰화 등 금융 인프라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 것이 바로 보안과 신뢰성이다. 특히 대규모 자금이 오가는 환경에서는 단 한 번의 시스템 오류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블록체인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리플이 선제적 보안 체계를 통해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경우, 기관 자금 유입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속도나 비용보다 ‘안전성’이 플랫폼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며 “AI 기반 보안은 향후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시도는 블록체인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정 기업이나 조직이 아닌, 커뮤니티와 재단이 협력해 보안 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탈중앙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인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균형 잡힌 접근으로 평가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AI 기반 보안 시스템 역시 완벽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격과 방어의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만큼, 새로운 시스템이 또 다른 취약점을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특정 기술이 아니라,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검증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리플의 이번 행보는 블록체인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단순한 거래 처리 기술을 넘어, 금융 인프라로 도약하기 위한 ‘신뢰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XRP 원장이 이번 보안 혁신을 계기로 기관 중심 생태계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AI가 공격을 설계하고, 시스템이 이를 견뎌내는 구조가 현실화될 경우, 블록체인은 더 이상 실험적 기술이 아닌 ‘검증된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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