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출범 20주년을 맞아 'The Innovator 20: 특구와 함께 성장한 글로벌 혁신 기업 20개 이야기'를 출간했습니다. 지난 20년간 특구 생태계 안에서 성장 모멘텀을 창출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의 이야기입니다. 대덕넷은 이들 기업 중 특구진흥재단과 논의해 몇몇 기업을 소개합니다.<편집자 편지>
엔도로보틱스는 몸에 상처를 내지 않고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회사다.[사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엔도로보틱스는 소화기 질환의 비침습적 수술로봇 및 혁신 의료기기를 개발, 제조하는 하이테크 기업이다. 비침습은 찢거나 구멍을 뚫는 등 사람의 몸에 상처를 내지 않고 질병을 진단 및 치료하는 방법을 뜻하며, 엔도로보틱스는 가늘고 긴 케이블을 이용한 고도의 초소형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침습 없이 쉽게 수술이 가능한 솔루션을 출시하여 본격적인 내시경 수술 시대를 열었다.
주력 제품은 세계 최초의 소화기 내시경 호환용 수술로봇인 '로보페라(ROBOPERA)'. 2024년 5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소화기학회인 'DDW 2024(Digestive Disease Week, 미국소화기질환주간)'에서 전 세계 내시경 시장에 처음 공개돼 큰 관심을 모았다. 현재 글로벌 대형 의료기기 업체들과 수출 관련 협의 중이며, 이 밖에 내시경 시술 시뮬레이터인 '엔도큐봇(EndoCubot)', 내시경 봉합기인 '롤링스티치(RollingStitch)' 등의 혁신 의료기기도 수출 준비를 마쳤다.
◇ 전 세계 소화기내과 시장에 성공적 데뷔
2024년 5월 18일 미국의 워싱턴 D.C. 이곳에서 앞으로 나흘간 세계 최대 규모의 소화기학회인 'DDW 2024'가 개최된다. DDW는 소화기 질환 관련 최신 지식과 정보를 교류하는 권위 있는 국제 학술대회로 전 세계 의사, 연구자, 업계 관계자 등 매년 1만 5000여 명이 참여한다. 엔도로보틱스 김병곤 대표 등 직원 8명은 홍보부스를 운영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먼저 가서 준비하고 있어. 나는 커피를 사 가지고 갈게."
학회 첫날 아침, 숙소에 있던 동료들 먼저 행사장으로 보낸 김 대표는 차를 몰고 인근의 커피전문점으로 향했다. 해외 홍보부스 운영은 이번이 처음. 처음임에도 규모가 일반적인 홍보부스의 4배가량일 정도로, 참여를 결정했던 순간부터 바로 어제까지 성공을 자신했던 김 대표였다. 그런데 막상 세계 최초의 소화기 내시경 호환용 수술로봇인 '로보페라'를 세상에 공개할 시간이 다가오니까 초조함이 엄습해 왔다. 동료들이 마실 커피를 산 김 대표는 서둘러 행사장으로 출발했다.
"뭐지?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거야?"
행사장 내 엔도로보틱스 부스를 찾아가는 길. 수백 명의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인파를 헤치며 이동하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어, 여기는 우리 부스로 가는 길인데?"
부스가 가까워질수록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로 붐볐다. 김병곤 대표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고, 도착해보니 진짜였다.
"대표님,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지금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빨리 이것 좀 도와주세요." "미안해. 그런데 언제부터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던 거야?"
"오픈하자마자요."
애써 사 온 커피를 한쪽 구석에 내려놓고 김 대표는 동료들과 함께 엔도로보틱스의 제품을 구경하려는 행사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놀랍습니다. 기술력이 대단하네요." "매우 인상적인 제품입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어요."
연락처는 어떻게 되나요?"
"혹시 자료를 받아볼 수 있을까요?"
홍보부스를 둘러보는 사람들 여기저기서 찬사가 쏟아졌다. 300부 정도면 충분하다고, 행사 참가 경험이 있던 지인의 말에 따라 준비해 간 홍보물은 일찍이 동난 상황. 수많은 질문에 응대하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하루가 빠르게 지나갔다.
"다들 고생 많았어."
"어휴, 너무 힘들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어요."
첫날 행사시간이 끝나자 동료들은 녹초가 되어 바닥에 드러누웠고, 부스 한쪽 구석에는 아침에 김병곤 대표가 사 온 커피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커피는 차갑게 식었지만, 엔도로보틱스를 향한 사람들의 반응은 너무나도 뜨거웠던 첫날이었다.
◇ 라이징 스타로 급부상한 엔도로보틱스
"학회가 열렸던 나흘 내내, 홍보부스에 제품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았어요. 심지어 한 교수님은 연구발표를 진행하다가 강연 도중에 저희를 콕 집어 언급하면서 '엔도로보틱스 부스에 꼭 가봐라', 권유하셨다고 하더군요. 저희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교수님이었어요."
첨단 의료 장비, 기술, 물품 및 유통 분야에서 글로벌 대형 업체인 올림푸스와 보스턴 사이언티픽, 메드트로닉 등 많은 회사의 임원과 관계자들도 여러 번 엔도로보틱스의 부스를 찾았다.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뿐만 아니라 세계의 유명 의료기관 원장님들과 손꼽히는 대학의 소화기내과 교수님 등 모두 놀랍다는 반응이었죠." 한국에서 온 낯선 신생기업이 일반적인 규모보다 4배가량 크게 홍보부스를 차렸는데, 전시된 제품 하나하나가 처음 봤지만 놀라운 기술력의 기발한 제품이었으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소화기내과 시장이 상당히 보수적이거든요. 외과나 산부인과 등에 비하면 혁신적인 제품의 등장도 덜하고요. 이 분야에서 마케팅 업무만 10년 이상 한 저희 팀장님이 말하기를, '전시회에 가보면 10년 전 제품이 그대로, 또 전시되어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이렇듯 고요하고 잔잔한 호수 같은 소화기내과 시장에 엔도로보틱스의 등장은 거대한 바윗덩어리 하나를 수면에 집어 던진 것 같은 파동을 일으켰다. 'DDW 2024'를 통해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병곤 대표는 엔도로보틱스가 내시경 치료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확신에 쐐기를 박을 차례. 바로 세계 최대의 내시경 기술 콘퍼런스인 'ENDO 2024(World Congress of GI Endoscopy, 세계소화기내시경학술대회)'를 겨냥했다.
'ENDO 2024'는 세계 83개국에서 2,5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학술행사로, 'DDW 2024'가 끝나고 40여 일 후인 7월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서 엔도로보틱스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전훈재 교수팀과 '로보페라'를 활용한, 종양 제거 수술 과정을 실시간 생중계했다.
"편집 없는 수술 과정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 라이브로, 전 세계 의료진들에게 송출되었죠. 로보페라의 정밀한 보조 덕분에 종양 조직이 빠르고 정확하게 절제되자, 현장에서는 모두 놀라는 분위기였어요."
수술이 끝나자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대한민국이 소화기 내시경 분야에서 기술이나 지식 등 세계를 선도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 수술 흉터가 전혀 없는 내시경 수술
세계 최초의 소화기 내시경 호환용 수술로봇인 '로보페라'는 도대체 어떤 제품이기에 전 세계 사람들이 이토록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것일까?
"기존의 내시경에 로봇 팔을 장착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면서 김병곤 대표는 "로보페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복강경 수술과 내시경 수술의 차이부터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시경은 신체의 내부를 관찰하는 기계를 통틀어서 부르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내시경은 수술이 아닌, 관찰을 위한 진단용 기기라는 것.
"입이나 항문에 내시경을 삽입하면 몸 내부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지만, 간단한 시술 외에는 치료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시경 검사를 통해 질병이 발견되면, 별도의 복강경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요."
복강경 수술은 배를 갈라서 여는 게 아니라 1㎝ 남짓의 작은 구멍을 내고, 여기에 내시경 카메라와 수술 도구를 진입시켜 수술하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수술이라고 하면 보통 개복 수술을 의미했지만 절개에 따른 수술 후 통증, 출혈 및 감염의 위험성 증가, 긴 회복기간, 큰 수술 흉터 등의 이유로 지금은 대부분 복강경 수술로 대체되었다.
"그런데 20년쯤 전부터 한국과 일본에서 사람의 몸에 구멍을 뚫지 않고, 내시경을 이용해서 수술해 보려는 시도가 이어졌어요. 복강경 수술이 개복 수술에 비해 상처가 적고 입원 기간이 짧다는 등 장점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흉터나 합병증 등의 위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러한 시도는 서양에 비해 한국과 일본 의료진의 손기술이 정교하고 안정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내시경을 통한 소화기 질환 대상의 수술이 가능해지면서, 내시경 수술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내시경 수술에 대해 세계적인 수준임을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로 위암이나 식도암 등에서 조기 발견율이 높아지면서 내시경 수술이 늘고 있다.
"세계적으로 소화기 질환 관련해서 내시경 수술의 성장세는 명확합니다. 전신 마취로 인한 위험성, 개복으로 인한 합병증이 없는 데다가 장기간의 입원과 높은 치료비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무엇보다 몸에 수술로 인한 어떠한 흉터도 남지 않으니까요. 환자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는 거죠."
하지만 내시경 수술은 좁은 시야와 제한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정밀한 수술이므로, 의료진의 전문성과 고도의 숙련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수술로봇인 '로보페라'인데, 로보페라를 통해 보다 쉬운 내시경 수술이 가능해졌다. '본격적인 내시경 수술 시대를 열었다.'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 내시경에 로봇 팔을 장착하다
내시경과 기존 내시경 수술 도구만으로는 시야 확보와 수술 방식 등에 제약이 있어 고난도 수술을 시행하기 어렵다. 하지만 로봇 팔이 내시경과 결합되면, 조직을 들어 올리거나 당기는 등 정교한 보조 동작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안정적인 수술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의료진은 보다 복잡한 수술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다.
"의사 입장에선 수술 시 초소형 로봇 손이 방해물을 잡아주고, 조직 등을 들어 올리거나 당겨줘서 잘라낼 부위를 잘 볼 수 있게 해주니까 아무래도 수술 부담이 줄어들죠. 또 수술할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되면서 기존에는 복강경 수술을 해야 했던 어려운 부위도 내시경 수술이 가능해졌고요."
이 밖에도 내시경 절제술에서 가장 위험한 합병증인 '천공(구멍)'의 위험이 낮아진다. 수술 시간이나 수술 후 회복 기간이 짧아지는 것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숙련도가 부족한 의사들도 로보페라를 사용하면 수술 정확도를 높일 수 있으므로, 이러한 모든 점이 소화기내과 시장에서 로보페라를 환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별도의 숙련기간을 거치지 않은 의료진들에게 특히 도움이 되죠. 비유하자면 카레이서만 운전할 수 있었던 자동차를, 일반인도 운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제품이라고 할까요? 로보페라는 특히 서양에서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비용적인 측면도 로보페라의 강점 중 하나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병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존의 내시경 장비에 추가로 장착하는 애드온(Add-on) 타입의 제품이라서, 새로운 장비 구매에 따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낯선 것에 호기심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거부감 때문에 아예 멀리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내시경 장비는 사용 중인 제품이니까, 여기에 탈부착하는 방식이라면 의사들 입장에서 거부감도 덜할 거라고 판단했어요."
2024년 5월 첫 공개 이후 전 세계 소화기내과 시장을 들썩이게 했던 로보페라이지만, 출발점은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석박사 통합과정에 있던 김병곤 대표가 고려대학교 의대 소화기내과 연구에 수년간 참여하면서 얻게 된 아이디어가 그 계기였다.
◇ 교수님과 제자, 의기투합해 창업을
"더 많은 것을 공부하기 위해 온 대학원이었지만, 그 기간에도 제 최대 관심은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실용적인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2011년 대학원에 진학한 김병곤 대표는 어느 날 지도교수가 자신을 의대 소화기내과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면서, 석박사 통합과정 내내 의료 기기 연구와 의료 관련 기술을 공부해야 했다.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소화기내과 의료진에게 수술 시 애로 사항 등 의료진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고칠 수 있는 질병의 치료법은 결국 환자의 부담이 적은 방향으로 발전해 왔기에, 당시 진단 영역에서 주로 사용되던 내시경이 향후 치료 및 시술 분야로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김병곤 대표는 확신했다. 그래서 2015년부터 내시경의 시술적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연 수술로봇 연구에 몰두했다. 그 후 개발과 실험, 증명까지 마치고, 이 연구로 2019년 2월 박사 학위를 받았다. 로보페라 탄생의 토대가 마련된 순간이었다.
"제 연구를 본 소화기내과 교수님들이 '이 기술은 연구 단계에서 멈추지 말고, 실제 상용화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상용화할 방법이 없겠냐'고 문의하신 분도 있고요."
이런 경우 기업에 기술을 이전해 상용화하는 것이 가장 흔한 방법인데, 대신 시간이 좀 걸린다. 상용화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기술개발자가 직접 제품을 만드는 것. 김병곤 대표는 고민에 빠졌다. 당시 대기업의 산학장학생이었던 김 대표는 졸업 후 입사를 조건으로 적지 않은 장학금을 받아왔던 상황. 입사하지 않으면 받은 장학금에 이자까지 더해서 반납해야 한다. 안정적인 삶이 보장된 대기업과 리스크는 크지만 성장 잠재력이 있는 창업, 어려운 선택이었다. 한 달여간의 고심 끝에 김 대표는 자신의 연구를 도와주고 연구결과를 평가했던 교수진을 찾아가 "상용화를 제가 해보겠다"며 창업을 선언했다.
"전 세계 환자분들을 위해 이 연구는 빠르게 상용화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창업이 필수라고 생각했습니다. 교수님들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지분 참여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창업 멤버는 모두 6명. 김병곤 대표를 비롯해 지도교수이자 기계공학 전문가인 홍대희 교수 등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와 소화기내과 교수 등이 참여해 2019년 4월 4일 엔도로보틱스가 설립되었다.
"교수님과 제자, 조합의 회사인데요, 교수님들의 경험과 지식, 노련함에 청년세대의 패기와 열정이 더해져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단점 없이 장점만 살려가고 있는 회사라고 자부합니다."
사제지간은 수평적이라기보다 수직적 관계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엔도로보틱스의 경우에는 수평적을 넘어 헌신적에 가깝다.
"엔도로보틱스를 설립하고 많은 성과를 이뤘는데, 그 배경에는 홍대희 교수님을 비롯한 교수님들의 지지와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김병곤 대표는 감사한 마음을 거듭 강조했다.
◇ 누구나 로봇 기술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엔도로보틱스(EndoRobotics). 내시경을 뜻하는 엔도스코프(Endoscope)와 로봇 기술이란 의미의 로보틱스를 조합해서 김병곤 대표가 지은 기업명이다. 이름만 들어도 '내시경 관련 로봇 제품을 만드는 회사'임을 바로 알아챌 수 있다.
"스승이신 홍대희 교수님이나 저나 '실생활에 필요한 기술이 가장 좋은 기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엔도로보틱스를 통해 실제 의료 현장에서 바로 사용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고자 노력했어요."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았는데, 로보페라 외에 내시경 시술 시뮬레이터인 '엔도큐봇(EndoCubot)', 내시경 봉합기인 '롤링스티치(RollingStitch)', 견인장치인 '트라클로져(TraCloser)'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내시경 시술 시뮬레이터인 엔도큐봇도 'DDW 2024'에서 처음 공개해, 로보페라만큼이나 많은 의료진과 트레이닝센터 관계자들에게 주목받은 제품입니다. 의료진이 내시경 실습 때 쓰는 실리콘 재질 인체 모형의 단점을 해결했거든요."
인체 모형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엔도큐봇은 환자의 심장박동 및 호흡이나 헛구역질을 하면 위와 장이 떨리는 미세한 움직임까지 모사했다.
"실습하려는 장기와 위치를 선택하면, 내부 모듈이 변화해 인체 장기와 비슷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원하는 위치에 병변도 만들어낼 수 있어서 실제와 가까운 학습이 가능하죠."
엔도큐봇과 함께, 인체 조직과 유사한 구조로 구현된 티슈를 활용해 의료진은 보다 실제에 가까운 환경에서 내시경 시술의 숙련도를 높일 수 있다.
내시경 봉합기인 '롤링스티치'는 내시경에 장착해서 꿰매는 데 사용하는 제품으로, 특히 위장 축소술에 쓰임새가 많을 것으로 평가된다. 위를 절제하는 게 아니라 위 안으로 들어가 실로 묶어서 좁히는 방식이기 때문에, 추후 실만 제거하면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는 이점이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 인구는 2022년에 10억 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비만 인구가 가장 많은 미국 등 서양에서 관심이 아주 많은 제품이죠."
또한, 견인장치인 '트라클로져'는 특히 암 치료에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멋진 로봇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의료현장에서 최대한 낮은 비용으로 쓸 수 있는 치료 기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유로 김병곤 대표는 로보페라의 수동식 모델도 개발했다. 부유한 나라, 경제력을 갖춘 대형 병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빈부에 상관없이, 환자라면 동등하게 엔도로보틱스의 기술로 치료받게 되기를 김병곤 대표는 희망한다.
◇ 목표는 글로벌 유니콘 기업
"올해 안에 글로벌 허가가 하나둘씩 완료될 예정입니다. 이후 본격적인 수출이 진행될 것 같은데, 이미 30억 원 정도의 주문이 들어와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대기업을 포함해 전 세계 유통사들과 파트너십 계약을 진행하고 있어요."
2023년 소화기 내시경 시장 글로벌 점유율 1위인 올림푸스에서 선정한 '톱 13 스타트업'에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선정되었을 만큼 엔도로보틱스는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 기업 최초로, 비상장 의료기기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기업의 전략적 투자(300억 원 규모)도 유치했다.
상황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일찌감치 엔도로보틱스의 가능성을 확신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보건복지부 등 여러 기관에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하 특구재단)은 누구보다 먼저 엔도로보틱스를 주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했다.
"2021년 9월에 엔도로보틱스가 '제1236호 연구소기업'으로 선정됐어요. 선정되자마자 강소특구 기술이전사업화 지원을 받았고, 지난해에 강소특구 지역특성화사업 지원도 받는 등 특구재단의 끊임없는 도움이 있었네요."
연구소기업으로 선정된 지 2개월 후인 2021년 11월, '강소특구혁신성장 IR 경진대회'에서 엔도로보틱스의 최우수상 수상은 그만큼 특구재단의 안목이 뛰어났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받았으면 갚을 줄도 알아야죠. 저는 경제적 이익과 정신적 행복을 동시에 창출하는 기업가가 되고 싶습니다. 저와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저희 제품을 사용하는 의료진들에게, 저희 제품으로 치료받는 환자들에게,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요인들을 함께 전달하고 싶어요."
엔도로보틱스의 목표는 전 세계 소화기내과 분야에서 혁신 치료기기와 수술로봇을 개발하는 유니콘 기업이 되는 것이다. 동시에, 과거 경제성장기의 기업 문화를 답습한다거나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을 무분별하게 벤치마킹하지 않고, 모든 임직원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한국형 스타트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기록되고 싶다.
"전 세계 소화기내과 시장과 약속을 했습니다. 매년 신제품을 2종씩 공개하겠다고요. 엔도로보틱스는 2000년대 초부터 선행연구를 시작해, 20년 넘게 깊이 있는 연구를 해왔어요. 그 결과 다양한 연구개발 시제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는 것들부터 매년 신제품으로 공개할 계획입니다."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에 이런 시구가 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그 마음가짐이다.' 중요한 것은 결국 마음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을 지키겠다는 마음이 한결같기에, 김 대표는 언제나 청춘으로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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