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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THE Biz Original] K-브랜드를 지켜라⑥ K뷰티, '본보기식' 징벌적 손배...

◆ 끝없는 창과 방패의 대결… 민·관 협력과 AI 모니터링 필수 현재 K-뷰티 기업들은 공격적인 소송전을 통해... 인공지능(AI) 설루션 도입도 하나의 방안으로 부상 중이다. 이와 함께 위조품 유통을 방치하는 플랫폼...

[THE Biz Original] K-브랜드를 지켜라⑥ K뷰티, '본보기식' 징벌적 손배...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 내 한국 기업의 영향력이 가전과 자동차를 넘어 뷰티, 콘텐츠, 의료기기 등의 산업군으로 전방위 확대되고 있다. K-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위조품 유통과 IP(지식재산권) 침해 수법 또한 교묘해지며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핵심 리스크로 부상했다. 새롭게 출범한 THE Biz(더비즈)는 첫번째 기획으로 산업별 소송 사례를 통해 K-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구다이글로벌 조선미녀 제품. 사진=구다이글로벌

[THE Biz(더비즈)=황대영 기자] K-뷰티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아시아권에 머물던 인기를 넘어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미국 주류 시장에 완벽하게 안착했다.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 베스트셀러 상위권이 한국 화장품으로 도배되는 것은 이제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K-뷰티의 폭발적인 성장을 등에 업고, 이를 노린 글로벌 지식재산권(IP) 침해 사례가 전년 대비 무려 20배 이상 급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중국 등을 거점으로 한 위조품(짝퉁) 제조업자들은 정품의 패키징을 교묘하게 베낀 이른바 ‘가품’을 아마존,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 거대 글로벌 e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통하고 있다.

이러한 위조품의 범람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매출 하락을 넘어 어렵게 쌓아 올린 ‘K-브랜드’ 전체의 신뢰도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뼈아픈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안전성 논란 터지면 K-뷰티 전체 무너진다”

코스알엑스 화장품. 사진=아모레퍼시픽

가전제품이나 의류의 위조품이 주로 브랜드 가치와 직결된다면 화장품 위조품은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이라는 훨씬 치명적인 뇌관을 품고 있다. 화장품은 피부에 직접 닿고 흡수되는 제품이다. 정식 K-뷰티 기업들은 엄격한 품질 관리와 식약처 및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글로벌 기준에 맞춘 성분 검사를 거친다.

반면 음지에서 생산되는 위조품은 원가를 낮추기 위해 출처가 불분명한 저급 원료를 사용하며, 심지어 중금속이나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문제는 이러한 가짜 화장품을 사용한 해외 소비자가 피부 발진, 화상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을 때, 그 분노의 화살이 위조품 판매자가 아닌 ‘원조 K-뷰티 브랜드’를 향한다는 점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는 자신이 산 제품이 테무나 아마존에서 산 ‘가짜’라는 사실을 모른 채, 그저 한국 화장품의 품질이 형편없다고 인식하게 된다”며 “이는 해당 기업의 매출 타격을 넘어, K-뷰티 전체에 대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질 수 있는 시한 폭탄”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브랜드 가치 훼손과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기존의 ‘플랫폼 측에 판매 게시물 삭제 요청’하는 소극적인 방어에서 벗어나 가해자에게 막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공격적인 법적 제재’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수비에서 공격으로…"K뷰티 건드리면 재기 불능" 타격 의지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지난해를 기점으로 K-뷰티 주요 기업들은 미국 현지의 대형 로펌들과 손잡고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내 위조품 판매자들을 상대로 대규모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의 목표는 단순한 ‘판매 중지’가 아니다. 핵심은 ▲판매 계정의 영구 동결 ▲위조품 판매로 얻은 불법 수익 환수 ▲천문학적인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다. 이른바 ‘본보기식’ 강력 대응을 통해, K-뷰티를 건드리면 재기 불능의 타격을 입는다는 확실한 선례를 남기겠다는 의지다.

K-뷰티의 맏형 격인 아모레퍼시픽은 선제적인 법적 대응으로 의미 있는 승소를 이끌어냈다. 아모레퍼시픽과 이니스프리는 글로벌 베스트셀러인 ‘라네즈(LANEIGE)’ 등 자사 핵심 브랜드의 위조품을 판매해 온 다수의 온라인 스토어를 상대로 2024년 12월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약 7개월의 법정 공방 끝에 2025년 7월, 미국 법원은 피고 ‘Juanhe’ 등의 명백한 상표권 침해를 인정하는 약식 판결(Summary Judgment)을 하달했다. 법원은 피고 측에 상표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물어 4만5000달러(6000만원)의 법정 손해배상금 지불과 함께 원고의 변호사 비용까지 전액 부담할 것을 명령했다.

이는 위조품 판매자들에게 실질적인 금전적 타격을 입힌 상징적인 사건으로, 이후 이어지는 K-뷰티 기업들의 줄소송에 강력한 동력과 법적 판례를 제공했다.

‘스네일 뮤신’ 등 기초 화장품으로 아마존 생태계를 평정한 코스알엑스(COSRX)는 그 인기만큼이나 극심한 위조품 몸살을 앓았다. 이에 코스알엑스는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대규모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알엑스는 지난해 8월 아마존, 테무, 월마트 등 북미 주요 플랫폼에서 상표를 무단 도용해 위조품을 유통한 다수의 해외 판매자(주로 중국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위조품 수법이 교묘해짐에 따라 코스알엑스는 이달 들어 또다시 새로운 위조품 유통망을 적발해 추가 소송장을 냈다.

코스알엑스의 소송은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다. 이들은 단순 판매 중단을 넘어 판매 계정의 자산 동결 조치를 이끌어내고 있으며, 상표권 침해에 따른 최대 200만 달러(약 29억원)의 법정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가짜 판매자들의 자금줄을 원천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디바이스부터 스킨케어까지, 전방위 확산되는 법적 대응

가히 링클 바운스 멀티밤. 사진=코리아테크

위조품의 마수는 카테고리를 가리지 않는다. 고가의 뷰티 디바이스와 틱톡 메가 히트 스킨케어 브랜드 역시 예외가 아니었으며, 이들 역시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칼을 빼들었다.

프리미엄 뷰티 디바이스 ‘리파(ReFa)’ 등을 운영하는 코리아테크는 기기의 외형만 조악하게 베낀 위조품이 이베이, 테무 등에서 저가에 난립하자 철퇴를 내렸다. 지난해 10월 이들 플랫폼 내 온라인 스토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침해 광고의 즉각적인 삭제와 판매자 계정 동결을 요구했으며, 상표권 침해 법정 손해배상을 청구해 디바이스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고 있다.

올해 K-뷰티 기업공개(IPO) 대어인 구다이글로벌 역시 ‘조선미녀’ 가품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해 10월 알리익스프레스, 아마존, 위시 등에서 조선미녀 브랜드를 사칭한 업체들을 특정해 소송을 냈다. 구다이글로벌은 위조품 판매로 그들이 얻은 부당 이익 전액 환수 또는 침해 건당 25만 달러(약 4억원)의 막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브랜드 가치를 사수하고 있다.

이 같은 K-뷰티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주력하는 법적 조치는 바로 ‘플랫폼 내 판매자 계정 및 자금 동결’이다. 과거에는 가품을 적발해 플랫폼 측에 신고하면, 해당 게시물만 내려갈 뿐 판매자는 아이디를 바꿔 다시 교묘하게 제품을 올리는 ‘두더지 잡기’ 식의 악순환이 반복됐다. 플랫폼 사업자들(아마존, 테무 등) 역시 방대한 판매자를 일일이 검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또는 자신들의 수수료 수익을 위해 위조품 유통을 사실상 방관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미국 연방법원 등을 통해 정식 소송을 제기하고 가처분 신청을 통해 플랫폼 내 판매자의 정산 대금(지갑)을 동결시켜버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판매자는 위조품을 팔아 번 돈을 인출할 수 없게 되며, 거액의 소송 비용과 손해배상금이라는 치명적인 금융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기업들이 막대한 로펌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대규모 소송을 불사하는 이유가 바로 이 '실질적인 타격'을 입히기 위함이다.

끝없는 창과 방패의 대결… 민·관 협력과 AI 모니터링 필수

코스알엑스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위조 상품 판매에 대한 증거 중 일부. 사진=일리노이 북부 지방법원

현재 K-뷰티 기업들은 공격적인 소송전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걸리면 번 돈을 다 토해내고 파산할 수 있다’는 공포가 위조품 업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대놓고 상표를 도용하는 사례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최근에는 로고의 폰트를 미세하게 바꾸거나, 제품의 제형과 색상만 교묘하게 따라한 ‘카피캣’ 형태로 진화하며 법망을 피하려는 시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별 기업의 릴레이 소송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장기적으로 K-브랜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다각도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지식재산처 등 정부 기관이 나서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기반 크로스보더 플랫폼들에게 강력한 자정 노력을 요구하고, 중소 K-뷰티 기업들의 해외 소송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또한 24시간, 365일 전 세계 이커머스를 스크래핑해 이미지와 텍스트를 분석, 위조품을 실시간으로 찾아내는 인공지능(AI) 설루션 도입도 하나의 방안으로 부상 중이다. 이와 함께 위조품 유통을 방치하는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직접적인 연대 책임을 묻는 강력한 국제적 규제 마련도 뒤따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롤렉스처럼 공인 딜러 체계를 갖춘 명품 브랜드조차 온라인 직구 등 다변화된 유통 환경에서는 인증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과거 명품 브랜드들은 80년대부터 도메인·상표 소송을 겪어왔다. 가품과의 전쟁이 불가피한 시장이라면 무리하게 진출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황 교수는 “다만 중국의 경우 WTO 가입 이후 분쟁에서 글로벌 브랜드의 손을 들어주는 경향이 있지만, 상표만 등록해 놓고 영업권을 주장하는 브로커에게는 합의금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며 “삼성처럼 전담 변호사 인력을 100명 단위로 운용하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소송과 합의 중 어느 쪽이 비용 효율적인지부터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 차원의 대응과 관련해서는 정부 인증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짚었다. 황 교수는 “’메이드 인 코리아’ 국가 인증은 제조사뿐 아니라 제조국 신뢰까지 담보할 수 있는 장치”라며 “한국 제품을 둔갑 판매하는 개발도상국 시장을 겨냥해서라도 이런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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