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딜라이트’ 유환중. 라이엇 게임즈 제공
T1은 바텀 라인전에서 칼 대 칼 승부를 피하지 않는다. ‘케리아’ 류민석이라는 자타공인 최강의 바텀 칼잡이를 보유한 팀이어서다. 23일 열린 정규 시즌 2위 결정전, 그런 T1이 이즈리얼·카르마를 빠르게 완성하며 한화생명e스포츠 상대로 칼싸움을 걸었다.
하지만 한화생명 바텀 듀오는 진과 알리스타로 방향을 틀었다. 칼로 맞서는 대신 올가미와 방패를 든 셈이다. 이들은 여러 개의 군중제어기(CC기)를 갖춘 챔피언들로, 정글러의 합류를 이용해 상대를 잡아먹기로 했다.
2026 LCK 정규 시즌 경기 중계화면. 1레벨에 한화생명 바텀 듀오가 설치한 와드.
리그 오브 레전드(LoL)는 정보전이다. 한화생명 바텀 듀오는 1레벨부터, 미니언이 바텀 라인에 도착하기도 전에 자신들이 가진 2개의 장신구 와드를 모두 사용했다. 하나는 점 부시에, 하나는 자신들의 첫 번째 부시에 설치했다.
T1 바텀 듀오는 와드와 렌즈를 하나씩 들고 왔다. 유환중이 설치한 첫 번째 부시 와드는 류민석(카르마)이 렌즈를 사용해서 지웠다. 부시의 시야를 장악하고, 일방적 포킹과 기본 공격으로 상대를 견제하기 위한 판단이다.
하지만 한화생명은 이 과정에서 T1 바텀 듀오가 보유한 와드가 ‘페이즈’ 김수환(이즈리얼)의 것 하나뿐임을 확인했다. 결국, 김수환이 와드를 언제 어디에 설치하는지만 파악한다면 그곳을 피해 바텀 갱킹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2026 LCK 정규 시즌 경기 중계화면. 한화생명 바텀이 1레벨에 점부시에 설치했던 와드에 ‘페이즈’ 김수환의 와드 서치가 체크됐다.
한화생명은 김수환이 삼거리가 아닌 점부시에 와드를 설치한 걸 확인했다. 1레벨에 미리 설치했던 와드를 통해 이 정보가 ‘카나비’ 서진혁(리 신)의 눈과 귀에도 전달됐다. 아래쪽 3캠프를 비웠던 서진혁이 곧바로 ‘딜라이트’ 유환중(알리스타)과 호흡을 맞춰 갱킹을 시도했다.
T1 바텀 듀오도 상대의 3레벨 갱킹을 염두에 두고 바텀 라인전을 진행했을 것이다. 그러나 유환중의 최고 강점인, 예측하기 어려운 타이밍의 빠른 이니시에이팅에 김수환의 발이 묶였다. 유환중은 일부러 김수환과 거리를 벌렸다가 순간적으로 점멸→박치기(W)→분쇄(Q)를 썼다. 유환중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돋보이는 건 그가 절대로 상대방의 ‘째는’ 플레이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6 LCK 정규 시즌 중계화면.
이 갱킹으로 킬을 만들어내진 못했어도 상대의 주요 소환사 주문을 모두 소모시켰다. 칼을 부러트리진 못했어도 날의 이빨은 나가게 만든 셈이다. 자연스러운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야 하는 이즈리얼·카르마의 파워 커브가 2분 만에 예상과 달리 꺾였다.
서진혁과 유환중은 게임 시작 직후부터 이와 같은 3레벨 갱킹을 설계한 것으로 추측된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환중은 “상대 정글러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동선 거라고 생각해서 1레벨에 와드를 박고 3레벨 갱킹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를 잡지는 못했지만, 소환사 주문이 빠져서 압박이 느슨해지고, 바텀 라인전이 편해졌다”면서 “리 신의 정글링이 조금 느려지더라도 팀적으로 케어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윤성영 감독은 이날 대승의 비결로 “오늘은 특히 정글러·서포터가 아주 잘해줬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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