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추연 구미전자정보기술원장. GERI 제공
구미 산업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전통 제조 중심 도시에서 AI 기반 첨단 제조도시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그 중심에는 구미전자정보기술원(GERI)이 있다.
문추연 원장은 취임 이후 ‘연구기관의 존재 이유는 기업의 성장’이라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며 조직 혁신과 현장 중심 지원에 집중해 왔다. 기술원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변화의 동력으로 삼은 그의 구상과 실행 전략을 들어봤다.
◆비판에서 출발한 변화…연구기관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다.
▲취임 당시 상황과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취임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지역사회로부터 매우 날카로운 질문을 받았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데 기업이 체감하는 성과는 무엇이냐는 지적이었다. 또 고가 장비 활용도나 조직 비대화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문 원장은 이를 회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원의 방향성을 다시 정의하는 계기로 삼았다.
“그때 내린 결론은 명확했다. 기술원은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기업의 매출과 수익으로 결과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GERI는 정책기획, 시험인증, 연구개발 중심 구조에서 기업 성과 창출형 조직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구미국가산단, 여전히 강하다…문제는 전환속도다.
▲구미국가산업단지의 현재 경쟁력은
“구미산단은 여전히 대한민국 제조업의 핵심 거점이다. 풍부한 공업용수와 안정적인 전력, 그리고 전국을 연결하는 교통망은 큰 자산이다. 무엇보다 전자산업 중심으로 구축된 공급망은 쉽게 대체할 수 없다.”
다만 그는 ‘속도’를 강조했다.
“문제는 산업 구조 전환 속도이다. 기존 제조 경쟁력 위에 AI와 데이터 기반 혁신을 얼마나 빠르게 얹느냐가 앞으로의 승부를 좌우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GERI의 역할은 단순 지원이 아닌 ‘전환 촉진자’라고 설명했다.
문추연 구미전자정보기술원장. GERI 제공
◆책상이 아닌 공장으로…현장에서 답을 찾다.
▲기업 지원 방식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이전에는 기업이 찾아오면 지원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우리가 먼저 현장으로 간다. 기업의 문제를 직접 보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결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제조공정 디지털 전환(DX)을 들었다.
플라즈마 절단 장비 기업은 시뮬레이션 기반 검증을 통해 개발 비용 4천만 원을 절감하고 개발 기간을 5개월 단축했다. 결과적으로 해당기업은 10억 원 규모의 매출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또 뿌리산업 기업에는 노후 설비에 데이터 수집 체계를 구축해 실시간 품질 관리가 가능하도록 지원했다.
그는 “이런 변화는 단순한 기술 지원이 아니라 기업의 수익 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차전지·방산·반도체…미래 산업의 기반을 다진다.
▲전략 산업 육성 성과는
문 원장에 따르면 GERI는 이차전지, 방산, 반도체를 핵심 축으로 미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차전지 분야에서는 소재공정 지원센터를 통해 리사이클링 기업들의 품질 검증을 지원하고 제조 공정 안정화를 통해 불량률을 크게 낮췄다. 또 방산 분야에서는 4족 보행 로봇 기반 지뢰 탐지 기술 등 실증 사업을 지원하며 국방 기술 자립에도 기여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시스템반도체 부품 실증과 스마트센서 기술 지원을 통해 기업의 사업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는 “이 세 분야는 구미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축이다. 단순 유치가 아니라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로 나간다…로봇·푸드테크까지 확장.
▲글로벌 진출 지원 사례는
“지역 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데 기술 검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GERI는 서비스 로봇 분야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과 협력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기술 신뢰성 확보를 지원했다. 또 푸드테크 분야에서는 13개 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구축과 온라인 판로 개척을 동시에 지원하며 매출 확대를 이끌었다.
“이제 기술 지원은 생산 현장을 넘어 유통과 시장까지 연결돼야 한다.”
◆구미시와 원팀…대형 국책사업 유치 잇따른 성과.
▲최근 가장 큰 변화는
“구미시와 원팀으로 움직인 것이 가장 큰 변화이다. 그 결과 AI 제조도시 로드맵 구축, 2천705억 원 규모 문화선도산단 지정, 298억 원 규모 산단 환경개선 사업 확보 등 굵직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제는 단일 기관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하나의 산업 전략으로 움직여야 한다.”
◆페이스메이커 제도…기업과 함께 뛰는 연구원.
▲조직 혁신의 핵심은
문 원장은 ‘페이스메이커 제도’를 가장 큰 혁신으로 꼽았다.
“연구원과 기업을 1:1로 매칭해 기술 자문을 넘어 R&D 기획, 장비 활용, 사업화까지 함께한다. 이 제도를 통해 1년 간 890개 기업에 7천 건 이상의 맞춤형 지원이 이뤄졌다.”
또 서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과 협력한 산학 플랫폼을 통해 지역 기업이 수도권 수준의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파트너가 생긴 셈이어서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AI제조도시로 대전환…구미의 미래를 설계하다.
▲향후 비전은
“구미는 반드시 AI 제조산업 도시로 전환해야 한다.”
문 원장은 “현재 238억 원 규모의 AI 자율제조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며 반도체와 방산 산업에 AI를 접목하는 AX 제조혁신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또 구미 온보드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 인재 유입과 취업 생태계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AI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구미가 이를 선도해야 한다.”
◆신뢰회복이 가장 큰 성과…이제는 결과로 증명한다.
▲지난 2년을 돌아본다면
“가장 큰 변화는 신뢰 회복이다.”
CES 혁신상 2년 연속 수상, 방산혁신기업 선정 등 가시적 성과가 이어지면서 기술원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특히 2026년 출연금 증액 확보는 변화의 결과로 평가된다.
◆기업과 끝까지 함께가는 동반자 되겠다.
문추연 구미전자정보기술원장. GERI 제공
▲끝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문 원장은 GERI에 대해 “연구기관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 파트너”라며 “기술원이 창업부터 기술 개발, 사업화, 글로벌 진출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전주기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뛰겠다. 구미가 다시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시민과 기업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을 맺었다.
구미 산업은 지금 변곡점에 서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한가운데서 GERI는 더 이상 ‘지원기관’이 아니라 ‘함께 뛰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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