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사이언스 김연옥 기자 |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인공지능(AI) 산업 확산과 탄소중립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곡점을 맞으면서 차세대 원자력 기술 경쟁이 빠르게 격화되고 있다. 특히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산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안정적이면서도 탄소 배출이 적은 ‘차세대 기저전원’ 확보가 글로벌 산업계 핵심 과제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현대건설이 미국 차세대 원전 기업 테라파워(TerraPower), HD현대중공업과 손잡고 4세대 원자로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기존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을 넘어 차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하며 글로벌 원전 밸류체인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테라파워, HD현대중공업과 차세대 원자로 ‘Natrium(나트륨)’ 상업 배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단순 기술 교류를 넘어 한국 건설·제조 역량과 미국 첨단 원전 기술을 결합한 한미 원전 동맹 확대라는 점에서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건설의 글로벌 EPC(설계·조달·시공) 수행 역량과 HD현대중공업의 대형 원전 기자재 제작 기술, 테라파워의 차세대 원자로 플랫폼 기술이 결합되면서 글로벌 차세대 원전 시장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Bill Gates가 설립한 미국 대표 차세대 원전 기업으로, 액체 소듐(나트륨)을 냉각재로 활용하는 소듐냉각고속로(SFR)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SFR은 기존 경수로와 달리 액체 금속인 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해 열전달 효율을 높이고 고온 운전 안정성을 강화한 차세대 원자로다. 높은 열효율과 수동안전계통(passive safety system) 구현 가능성이 특징이며, 핵폐기물 발생량 감소와 연료 활용 효율 개선 측면에서도 차세대 친환경 원전 기술로 평가받는다.
특히 테라파워의 ‘Natrium’ 플랫폼은 원자로와 대규모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결합한 구조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에는 저장된 열에너지를 추가 활용해 출력 유연성을 높일 수 있어,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고전력 산업 인프라 대응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실제 테라파워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4세대 원전 건설 승인을 받은 뒤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345MW 규모 ‘케머러 1호기(Kemmerer Unit 1)’ 착공에 들어갔다. 이는 미국 최초의 상업용 4세대 원전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현대건설은 UAE 바라카 원전을 포함해 국내외 대형 원전 24기를 시공한 글로벌 원전 EPC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프로젝트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게 됐다. 특히 최근 소형모듈원전(SMR), 원전 해체, 차세대 원자로 분야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원전 전 생애주기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약이 단순 프로젝트 참여 이상의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원전 시장이 기존 대형 원전 중심에서 SMR과 4세대 원자로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현대건설이 차세대 원전 기술 생태계에 조기 진입했다는 점에서다.
또한 AI 산업 성장으로 전력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원전 기반 전력 확보 경쟁에 뛰어드는 상황이다. 최근 테라파워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 메타(Meta)와 전력 협력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HD현대중공업 역시 원통형 원자로 용기(Reactor Vessel) 제작 등 핵심 기자재 공급망 확대에 나서며 글로벌 원전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제조·건설·원자로 기술이 결합된 한미 협력 구조가 구축되면서 글로벌 원전 공급망 재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아주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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