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이천 공장. 사진=천성윤 기자
[THE Biz(더비즈)=천성윤 기자]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업계의 예상대로 메모리 세계 최강자임을 숫자로 입증했다. 창사 이래 최고는 물론, 한국 경제사에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대규모 이익을 냈다.
SK하이닉스의 가파른 상승세를 두고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지속되며 수혜가 장기화 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메모리는 결국 사이클 산업이기 때문에 머지않아 변동성 국면으로 접어 들 수 있어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숫자로 보여준 AI 메모리 '세계 최강자'
23일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의 경영 실적을 발표했다. 분기 기준 매출·이익이 창사 이래 가장 큰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72%에 달하며 기록적 흑자를 견인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매출 198%, 영업이익 405%로 각각 급등했다.
지난해 4분기에 기록한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인 19조1696억원을 2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한 분기 만에 가뿐히 넘어섰다. 연간 영업이익 47조2063억원 기록도 이변이 없으면 올 2분기 안에 제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수요 강세가 이어진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고용량 서버용 D램 모듈·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하며 실적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곳간도 넘친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말 현금성 자산이 전분기 말 대비 19조4000억원 늘어난 54조3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차입금은 2조9000억원 감소한 19조3000억원으로, 순현금은 35조원에 달했다.
실적의 절반 이상은 SK하이닉스의 대표 상품인 HBM이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AI 모델이 HBM이 중요한 학습 중심에서 추론이 중요한 단계로 점차 넘어가기 시작하며 D램, 낸드 등 다양한 제품군이 고르게 상승 기류를 받고 있다. 최근 공개한 AI 서버용 소캠(SOCAMM)2도 신규 먹거리로 주목된다.
D램 가격이 상승한 것도 SK하이닉스의 수익성에 영향을 크게 줬다. 지난해 말 급격하게 D램 가격이 상승한 이후 이달 기준 다소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D램 계약 가격이 1분기 대비 약 60%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D램 가격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봤다.
업계에서는 AI 수요가 공급을 상회 하는 환경이 올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SK하이닉스는 용인 클러스터 인프라 건설, 극자외선 노광(EUV) 장비 추가 도입, M15X 팹(반도체 공장)의 램프업(생산증대) 등 전년 대비 투자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장기 수요 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전략적으로 확충하겠다“며 ”수요 가시성을 고려한 투자를 통해 공급 안정성과 재무 건전성을 함께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기업들은 중장기적인 메모리의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3~5년의 장기공급계약(LTA) 체결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은 메모리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반도체 상승 사이클의 지속성을 강화하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메모리=사이클' 변동성 커지는 국면
SK하이닉스 청주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전망에 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분석이 잇따르는 가운데, 경기 변동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메모리 산업 특수성을 고려해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HBM4(6세대)의 1분기 공급이 미뤄진 것과 관련해 ‘예전 같지 않다’는 업계의 반응도 있다.
HBM과 같은 고부가가치 AI 메모리도 본질적으로 메모리 산업이기 때문에 변동성을 겪을 수 있다는 예상이다. 메모리 역사는 수요 폭발, 제조사의 공격적 증설, 공급 과잉, 가격 하락, 제조사 실적 하락의 사이클을 반복해 왔다.
메모리 수요의 장밋빛 전망에 제조사가 막대한 설비 투자를 단행하지만, 몇 년 후 설비가 완비될 때쯤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으로 ‘메모리 겨울’을 겪는다는 이론이다.
현재 AI 열풍으로 공급이 수요가 강하지만, 메모리 3사인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모두 대규모 증설을 감행하는 상황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공급 과잉 신호가 나오면 천문학적 투자액이 그대로 타격으로 다가온다는 우려다.
고객사의 투자 속도 조절도 관건이다.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특정 대형 고객사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AI 서버 투자 사이클이 꺾이거나 주요 고객의 주문 전략이 바뀌면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또한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4 공급이 난항을 겪는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SK하이닉스의 HBM4 공급은 결국 2분기 이후로 밀렸는데, 삼성전자는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 2월 이미 출하를 시작했다. SK하이닉스가 갖고 있는 ‘HBM 1등’ 지위의 상징성을 고려해 봤을 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날 SK하이닉스는 “HBM4는 주요 고객사와 초기 단계부터 협력해 개발 및 공급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왔다”며 “고객 요구 성능을 만족하는 제품을 고객별 양산 시점에 맞춰 램프업해 적시에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한편 SK하이닉스의 너무 높은 영업이익률이 고객사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내놓는다. 실제 1분기 SK하이닉스가 기록한 72%의 영업이익률은 주요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이다.
TSMC의 경우 지난해 연간 50.8%였고, 올 1분기는 58.1%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반도체(DS부문)가 37.3%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최대 고객사 엔비디아는 2026년 회계년도 4분기(Fourth Quarter and Fiscal 2026·2025년 10월~2026년 1월) 영업이익률이 65.0%다. 마이크론은 지난 2월 말 발표한 분기 영업이익률이 67.6%를 달성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지만, SK하이닉스는 이를 상회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고객사 입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을 보고 폭리를 취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진작 공급을 시작한 HBM4의 납품이 지연된 상황과 맞물려 고객사와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 HBM4의 설계 오류는 아닐 것”이라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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