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R 상장 통해 HBM 등 투자 강화...미국 경쟁사와 같은 멀티플 적용 전망
GPU, CSP 업체들이 장기공급계약 요청...파운드리와 유사한 산업 구조로 진화
지난해 11월 SK AI SUMMIT 2025에서 공개된 HBM3E와 HBM4 사진=리버티코리아포스트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빅테크들의 장기 계약 요청을 받고 있으며, ADR 상장에 따른 주가 재평가가 예상된다. ADR 상장이 마무리되면 글로벌 패시브 자금 유입이 예상되며 과거 미국 메모리 기업 대비 낮은 멀티플이 적용되던 상황에서 벗어나 글로벌 AI 대장주들과 비슷한 밸류에이션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들의 장기계약 체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계약 체결을 통해 수익성, 안정적 수주, 고객 고착화 구조가 확립되면, 선주문 후 생산하는 체계를 갖춤으로써 사실상 파운드리 모델로 사업구조가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ADR 상장 통해 HBM 등 투자 강화...미국 경쟁사와 같은 멀티플 적용 전망
지난 24일 SK하이닉스는 2026년 3월 24일,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American Depositary Receipt)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신청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비공개로 제출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미 보유 중인 구주(자사주)를 예탁기관에 맡기고 ADR을 발행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신주 발행 방식을 선택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 방식은 직접적인 신규 자금이 유입된다는 장점이 있어,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현 시점에 SK하이닉스가 선택 가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발행 규모는 약 2.4%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약 2.1%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완료해 희석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약 10조~15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HBM 생산 라인 증설 및 미국 패키징 공장 건설 등에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6일 “미국 ADR 상장은
글로벌 패시브 자금*의 접근성을 확대해 한국 본주의 재평가를 자극하는 촉매제로 작용
할 것”으로 전망했다.
* 글로벌 패시브 자금: '액티브' 자금과 달리, 펀드 매니저의 주관이 아니라 지수 구성 종목에 기계적으로 투자되도록 설계된 거대 자본
기존 미국 투자자나 글로벌 기관들이 한국 본주를 사려면 환전, 외국인 투자 등록, 복잡한 세금 문제 등을 겪어야 한다. ADR은 미국 시장에서 달러로 즉시 거래되므로 이러한 장벽이 사라져 접근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ADR이 상장되면 글로벌 주요 반도체 지수나 ETF에 편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수에 편입되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기계적으로 SK하이닉스 주식을 사들여야 하므로 대규모 매수세가 유입될 전망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TSMC와 협력하는 AI 반도체 핵심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론 등 미국 경쟁사에 비해 낮은 멀티플을 적용받고 있다. 미국 ADR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 한국 본주의 가격도 그에 맞춰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벗어나 글로벌 AI 대장주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평가받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 GPU, CSP 업체들이 장기공급계약 요청...파운드리와 유사한 산업 구조로 진화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위치를 바탕으로, 단순한 부품 공급자를 넘어 빅테크의 AI 솔루션 파트너로 재평가받고 있다. 이는 경기 변동에 민감했던 과거 메모리 업황의 한계를 벗어나, 파운드리 업체들처럼 안정적이고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계기가 됨을 의미한다.
김 연구원은 “GPU (엔비디아, AMD)와 CSP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업체들이 대규모 선수금까지
SK하이닉스에 제시하며 5년간 전략적 장기공급계약 체결을 강하게 요청
하고 있다”며 “
향후 메모리 반도체는 파운드리와 유사한 산업 구조로 진화될 것
”으로 전망했다.
과거의 메모리 산업은 규격화된 제품을 대량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는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이었다. 하지만 AI 시대의 HBM은 다르다. 고객사 요구에 맞춰 메모리의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 즉, 일반 메모리처럼 미리 만들어 적재해두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와 미리 물량을 확정 짓고 생산에 들어간다는 점이 과거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설계 초기 단계부터 빅테크 업체와 협업해야 하므로, 한번 관계가 형성되면 쉽게 공급사를 바꾸기 어려운데, 이는 TSMC의 파운드리 모델과 매우 흡사한 면이 있다.
특정 업체의 AI 칩 구조에 최적화된 '커스텀 HBM'을 만들게 되면, 다른 업체의 제품으로 교체할 경우 막대한 비용과 시간(재설계 등)이 소요되기 때문에 한번 관계를 맺으면 '공동 운명체' 가 되어 장기적인 파트너십이 강제되는 고착화(락인 효과)가 나타난다.
SK하이닉스 역시 ‘선주문 후생산’ 체계를 갖춤으로써 파운드리의 비즈니스 특징인 높은 수익성, 안정적 수주, 고객 고착화 구조를 확립할 것으로 예상돼, 본격적인 리레이팅(기업가치 재평가)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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