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신청서(Form F-1)를 3월 2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제출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이번 공시는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세 번째 답변이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12월 9일 "자기주식을 활용한 미 증시 상장 등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첫 공시했고, 2026년 1월 9일 재공시에서도 동일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번에 SEC에 신청서를 실제 제출함으로써 검토 단계를 넘어 절차 이행 단계에 진입했음을 공식화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 증시 상장에 따른 자금 조달 규모는 신주 발행 기준으로 10조~15조원으로 예상되며, 발행 주식 수는 전체 주식의 약 2.4% 정도로 알려졌다.
당초 SK하이닉스는 보유 자사주를 그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2월 9일 자사주 2.1%에 해당하는 12조2400억원어치를 전격 소각했다. 이와 함께 ADR 상장은 신주 발행 방식으로 선회했고, 발행된 신주는 국내 시장에 유통되지 않고 예탁기관에 보관된 뒤 미국 금융기관을 통해 ADR 형태로 거래될 예정이다.
조달 자금의 용도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집중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에 구축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 4기 팹에 들어가는 자금은 2019년 발표 당시 128조원으로 예상됐으나, 공정 미세화와 원재료값 인상 영향으로 600조원 규모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더해 청주 M15X를 HBM 전용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20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등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30조원대 중반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국내 금융권 대출이나 채권 발행만으로는 이 같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이번 미국 상장 추진의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치 재평가 기대도 이번 결정의 중요한 배경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7%로 마이크론(21%)의 두 배 이상이었고, 영업이익도 47조2063억원으로 마이크론(24조2000억원)을 압도했다. 그러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5.7배로 마이크론(12.1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ADR 상장이 성사될 경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 등 글로벌 지수 편입 가능성이 열리며, 이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 유입도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TSMC가 1997년 뉴욕증권거래소 ADR 상장 이후 글로벌 투자자 기반을 확보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대규모 설비투자를 확대한 선례를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SEC의 등록신청서 검토, 시장 상황, 수요예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상장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6개월 이내에 재공시할 예정이다.
사진/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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