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자회사' 벗고 AI 데이터 허브로 날다
현장통 CEO·전략통 CFO 전격 투입
김성수 SK브로드밴드 사장. 사진=SK브로드밴드
[포인트데일리 손지하 기자] SK브로드밴드가 인터넷·IPTV 중심의 내수 통신 사업자라는 틀을 벗고 인공지능(AI) 인프라 전문기업으로의 전환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동시에 교체하고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은 7조원 규모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는 등 그룹 AI 전략의 핵심 계열사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울산에 100MW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AWS와 협력해 울산에 100M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며 총 투자 금액은 약 7조원에 달한다. SK브로드밴드가 데이터센터 구축과 운영 업무를 전담하고 있으며 SK그룹은 관련 사업 조직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고 약 3조원 규모의 외부 투자도 유치할 계획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는 글로벌 사모펀드 KKR과 IMM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거래가 완료되면 KKR이 약 29%, IMM·스톤브릿지 측이 약 20%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지배구조 정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태광그룹과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했던 SK브로드밴드 지분 24.8%를 약 1조150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SK텔레콤의 지분율은 99%를 넘어선 상태로 완전자회사 전환 절차도 진행 중이다. SK브로드밴드는 과거 티브로드 합병 당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로 했으나 그룹은 상장 대신 데이터센터 사업 강화에 무게를 실었다. 판교 데이터센터 관련 자산과 운영권 확보도 이 같은 전략적 방향의 연장선상이다.
◇현장통 CEO·전략통 CFO '쌍끌이 체제'
=이 같은 대전환을 이끌 경영진도 새로 꾸렸다. SK브로드밴드는 올해 3월 김성수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 그는 30년 이상 SK그룹에 몸담으며 SK텔레콤 영업본부장, MNO 마케팅그룹장 등 현장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실전형 리더다. 2021년부터는 SK브로드밴드와 SK텔레콤 커스터머사업부장을 겸임하며 통신 서비스의 고객 접점 혁신을 주도했고 지난해에는 SK브로드밴드 유선·미디어사업부장을 맡아 사업 전반을 직접 챙겼다. AI 기술을 실제 수익 모델로 구현해낼 인물로 평가받는다.
김성수 사장은 취임 이후 고객 신뢰 회복과 AI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SK브로드밴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시장 한계 정면 돌파"를 경영 목표로 제시했다. 성장이 정체된 유료방송과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굴레를 AI 기술력으로 끊어내겠다는 의지다. 회사 관계자는 "공급자 중심 인프라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수요자 요구를 반영한 AI 최적화 인프라로 기업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CFO에는 이종호 코퍼레이트센터장이 선임됐다. 티맵모빌리티 CEO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을 역임한 그는 그룹 전략과 재무를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SK브로드밴드는 이미 초과 배당 기조에서 벗어나 확보된 현금을 인프라 구축에 재투자하는 방향으로 재무 전략을 전환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23년 1조1108억원에서 지난해 1조3337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투자활동 현금 소진 규모 역시 2023년 1조644억원에서 지난해 1조2536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집행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부채비율이 2024년 125%에서 지난해 144%로 다소 오른 것은 자본 집약적 AIDC 사업의 특성상 불가피한 성장 과정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스토아·미디어S 등 성장성이 둔화된 미디어 자산을 정리해 확보한 재원을 AI 데이터센터(AIDC) 투자에 집중 배분하고 있다.
◇SK텔레콤과 AI 협업 체계 본격화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과의 역할 분담도 명확히 했다. 양사는 데이터센터 사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DC본부'를 신설했다. SK텔레콤이 AI 모델 개발과 솔루션 발굴을 맡는다면 SK브로드밴드는 안정적인 데이터센터 운영과 인프라 고도화에 집중한다.
과거 계열사 간 자원 중복 우려를 해소하는 동시에 그룹 전체 AI 밸류체인을 최적화하려는 계산이다. 정석근 AI CIC장은 최근 AIDC 경쟁의 핵심이 모델 성능을 넘어 칩·서버·전력·건물 설계까지 포함한 인프라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반도체), SK에코플랜트(건물·전력), SK이노베이션(액침냉각) 등 그룹사 역량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도 SK브로드밴드의 몫이다.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반도체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 냉각 시스템 등이 필수인 만큼 계열사 간 협업 가능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계열사 간 유기적 결합이 SK브로드밴드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빅테크를 유인하는 강력한 인프라 생태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빅테크 AI 인프라 수요를 흡수하는 전략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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