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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S-이슈] 국제유가, 150~200달러 가능성… '오일쇼크' 우려 다시 확산

이에 따라 반도체와 자동차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은 산업도 전기요금 상승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 여파는 국내 기름값에도 빠르게 반영됐다. 최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1900원 선을...

[S-이슈] 국제유가, 150~200달러 가능성… '오일쇼크' 우려 다시 확산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국제유가가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중동 전쟁 확산 우려로 급등했던 국제 유가가 종전 기대에 급락했다가 다시 상승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앞서 국제 유가는 중동 전쟁 확산 우려로 장중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하며 단기간에 20% 넘게 급등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이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유가는 하루 만에 80달러선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공격이 발생하고 이란이 해협 봉쇄 의지를 다시 밝히면서 시장의 긴장감이 다시 높아졌고, 국제 유가는 상승세로 돌아서며 100달러선을 재돌파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9.22% 오른 배럴당 100.46달러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역시 9.72% 상승한 배럴당 95.73달러로 마감했다.

■ 중동 전쟁에 원유 공급 불안…호르무즈 해협 변수

출처=연합뉴스

국제 유가 급등의 가장 큰 배경은 중동 전쟁 확산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다. 특히 원유 생산과 수송의 핵심 지역인 중동에서 군사 충돌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핵심 변수로 꼽히는 곳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해상 통로로,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관문 역할을 한다.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30%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유조선 공격이 발생하고 이란이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장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해협이 장기간 봉쇄될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어 국제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동 생산시설과 유조선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에너지 인프라 자체가 위험에 노출됐다는 점도 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원자재 트레이딩 업체 스파르타 코모디티스의 닐 크로스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공급망 문제뿐 아니라 중동 지역 인프라 공격이 중기적으로 미칠 영향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유가 급등에 국내 산업계·기름값 비상

출처=연합뉴스

국제 유가 상승은 국내 산업계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항공과 석유화학 등 에너지 비용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항공업계의 경우 유류비가 영업비용의 약 30%를 차지해 유가 상승에 가장 민감한 업종 중 하나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1달러 상승할 때 연간 약 3천만 달러(약 45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원유를 주요 원료로 사용하는 산업 구조상 유가 상승에 따른 원재료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국제 유가 상승이 LNG 가격 등 발전 연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전력 생산 비용이 높아지면서 전기요금 인상 압력도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와 자동차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은 산업도 전기요금 상승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 여파는 국내 기름값에도 빠르게 반영됐다. 최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1900원 선을 넘어서며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경유 가격 역시 1900원 안팎까지 올라서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 2월 말 리터당 1690원 수준이었던 휘발유 가격은 3월 들어 1900원대를 돌파하며 약 12% 상승했고, 경유 가격도 같은 기간 20% 넘게 뛰었다.

국내 에너지 구조상 유가 상승의 영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약 70%가 중동 지역에서 들어오고, 이 가운데 90% 이상이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중동 정세가 악화될 경우 에너지 공급 불안이 곧바로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정부, 비축유 방출·최고가격제… ‘시장 안정’ 총력

정부는 국제 공조와 국내 가격 안정 정책을 병행하는 ‘투트랙 대응’에 나섰다.

우선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과 함께 총 4억 배럴 규모의 전략 비축유 공동 방출에 동참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방출 물량은 약 2천246만 배럴로 전체 물량의 약 5.6% 수준이며, 역대 최대 규모다.

13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 연합뉴스

국내적으로는 급격한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도 시행했다. 정부가 석유 가격 상한선을 설정한 것은 1997년 유가 완전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처음이다.

13일 산업통상부와 재정경제부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석유제품 최고가격 지정 고시는 이날 0시부터 시행됐다. 공급 가격 상한선은 보통휘발유 리터당 1724원, 자동차용 경유는 1713원, 실내등유는 리터당 1320원으로 지정됐다.

정부가 판매 가격이 아닌 정유사의 공급 가격에 상한을 둔 것은 전국 약 1만3000개에 달하는 주유소 판매 가격을 직접 통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통상 국제 유가가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약 2주 정도의 시차가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정유사들이 공급 가격을 선제적으로 인상하면서 시장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정부는 국제 유가 움직임과 국내 시장 상황을 고려해 최고가격을 2주 단위로 재조정할 방침이다.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상한선을 조정할 수 있고, 시장 가격이 안정될 경우 최고가격제 해제도 검토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석유 가격이 물류비와 식품 가격 등 전반적인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단기적인 시장 개입은 필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가격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시장 왜곡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한시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유가 150~200달러 가능성도”… 시장 불확실성 지속

결국 중동 군사 충돌의 향방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여부가 향후 국제 유가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다. 시장에서는 중동 에너지 공급망 충격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점차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금융기관들도 유가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145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고, 맥쿼리 그룹은 해협 봉쇄가 수주간 지속될 경우 유가가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드 맥켄지의 사이먼 플라워스 회장은 “중동 생산시설 피해 복구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에 도달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전략 비축유 방출과 정부의 시장 개입이 가격 급등을 완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중동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S-저널=이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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