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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PF 61조 증발에 인허가도 반토막…“공급절벽 더 깊어진다”

2022년 강원도의 채무보증 불이행 선언으로 촉발된 ‘레고랜드 사태’는 지방자치단체의 지급보증마저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을 낳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전체에 큰 타격을 입혔다.

PF 61조 증발에 인허가도 반토막…“공급절벽 더 깊어진다”

2022년 강원도의 채무보증 불이행 선언으로 촉발된 ‘레고랜드 사태’는 지방자치단체의 지급보증마저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을 낳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전체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 여파는 특히 자체 자금력이 취약하고 지방 사업 비중이 높은 중소·중견 건설사로 고스란히 전이됐다. 금융권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신규 PF 자체를 축소하는 동시에 그나마 공급하는 자금마저 분양성이 확실한 수도권 대형 주거용 프로젝트에 집중하면서다.

4년째 이어진 PF 한파 속에서 중소·중견 건설사의 주택 공급 물량은 반 토막이 났다. 초기 개발 단계인 브리지론(토지 매입·인허가 등에 필요한 자금)은 특히 대출 문턱이 높아 향후 신규 사업장 발굴을 통한 공급 회복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중소·중견 건설사에 대한 자금 지원과 제도 개선을 통해 건설 경기 회복과 주택 공급 확대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분기 연속 자금 순유출…‘되는 사업장’으로만 자금 쏠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레고랜드 사태 이후 나타난 금융권의 ‘PF 불신’은 신규 자금 위축과 우량 사업장에 대한 쏠림 현상으로 이어지며 정상적인 부동산 개발사업과 주택 공급을 위축시키고 있다.

우선 부동산 개발과 주택 공급으로 흘러들어 오는 자금의 총량 자체가 크게 줄었다. 금융권이 PF 위험 노출을 줄이기 위해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고 돈줄을 죄는 과정에서 회수한 자금만큼 신규 자금을 다시 공급하지 않고 있어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최근 2년간 금융권이 부동산 PF에서 회수·정리한 자금은 202조 8000억 원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새로 공급된 PF는 141조 5000억 원에 그쳤다. 분석 기간인 8개 분기 내내 신규 PF 공급은 회수·정리된 PF의 70%에 그쳐 자금 순유출 국면이 이어졌다. 2년간 도합 61조 3000억 원의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다시 유입되지 않은 채 사라진 셈이다.

분양성이 확정된 프로젝트로만 자금이 흘러가는 양상도 뚜렷하다. 자금의 절대 규모가 축소된 가운데 그나마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마저 서울·수도권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사업장으로만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KIS)가 증권·캐피털 51개사가 관여한 PF 사업장 약 3600곳(50조 원 규모)의 자금 흐름 추이를 분석한 결과 시공 순위 100위 이내 건설사의 아파트 사업장이 확보한 본PF 잔액은 2024년 2분기 7조 90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5조 700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100위 밖 건설사는 같은 기간 6조 1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90% 넘게 축소됐다. 지역과 사업 유형별로도 양극화는 두드러진다. 오피스 시장의 경우 서울 오피스의 본PF 잔액이 2년간 1조 1000억 원에서 4조 5000억 원으로 4배 늘어난 반면 비서울 오피스는 5000억 원에서 4000억 원으로 20% 줄었다.

금융권 위험 회피 속 공급 위축 우려 커져

이 같은 양극화의 배경에는 시행사 자기자본 비율이 2~5% 수준으로 낮아 시공사 신용보강 등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국내 PF의 취약한 구조가 자리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이전에는 별다른 보증이 없어도 PF 대출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후로는 대형 건설사조차 이중·삼중의 신용보강을 요구받는다”며 “채무 인수 역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중견 건설사의 사업장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부동산 경기 격차도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 서울 오피스와 수도권 아파트는 공급 부족과 주택 전월세난으로 인해 가격이 오르고 매수세가 살아나는 반면 지방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만 2만 5000여 가구에 달하며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수도권 우량 사업장만을 선별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쏠림이 향후 공급절벽은 물론 지역별 불균형까지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건설 업계는 특히 브리지론 경색을 우려하고 있다. 토지 매입과 인허가 등에 투입되는 브리지론은 미래 공급 파이프라인을 여는 출발점인데 초기 단계에서부터 돈줄이 마르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수도권 중심으로는 분양 물량이 늘어났지만 과거 인허가를 받아뒀던 기존 사업장의 ‘밀어내기 분양’이 대부분”이라며 “초기 개발에 병목이 생기며 당장 내년부터 대형 건설사 물량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전국 주택 누적 인허가 물량은 14만 2328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8% 줄었고 4년 전인 2022년 29만 4000여 가구와 비교하면 51.9% 급감했다. 한신평 조사에서도 브리지론 잔액은 올 1분기 10조 원 규모로 집계돼 2년 전 대비 5조 원이 증발했다.

정부가 8·13 주택 공급 대책을 통해 공적 PF 보증 규모를 86조 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중소 건설사 대상 특별 보증 등을 확대했지만 현장의 ‘돈맥경화(자금 병목)’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산연 관계자는 “정부의 공적 보증으로 줄어든 신용 위험이 실제 조달금리 완화와 금융 조건 개선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며 “PF 사업성 평가도 단기 분양률뿐 아니라 임대 수익, 장기 공실 위험, 지역 경제 파급효과까지 함께 반영하는 방식으로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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