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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N잡' 설계사 모셔오는 보험사…전문성 우려 vs 접근성 강화

“하루 1~2시간씩 평균 약 2주간 문제 풀이 중심으로 준비하면 충분히 합격 가능한 손해보험협회 시험에서 60점 이상을 받을 경우 설계사 코드가 발급됩니다. 멘토의 지도 아래 무료로 제공하는 교육 자료를 토대로 시험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N잡' 설계사 모셔오는 보험사…전문성 우려 vs 접근성 강화

[주간한국 손재하 기자] “하루 1~2시간씩 평균 약 2주간 문제 풀이 중심으로 준비하면 충분히 합격 가능한 손해보험협회 시험에서 60점 이상을 받을 경우 설계사 코드가 발급됩니다. 멘토의 지도 아래 무료로 제공하는 교육 자료를 토대로 시험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신계약 월 납입료의 최대 8배를 수수료로 제공 받을 수 있고 실적 강요도 없어 부업 형태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습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손보사)들은 N잡 설계사 모집을 확대하고 있다. 한 대형 손보사의 N잡 설계사 플랫폼 직원도 기자에게 이같이 밝히는 등 부업 설계사 유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왼쪽부터)메리츠화재, 삼성화재,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본사. 사진=각 사

N잡 보험설계사는 직장인이나 주부 등이 지인이나 가족 등을 대상으로 보험 신규 계약 유치 영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부업이다. 삼성화재(N잡크루)·메리츠화재(메리츠파트너스)·KB손해보험(KB-N잡러)·롯데손해보험(스마트플래너) 등 대형 손보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각 사에 따르면 N잡 보험설계사 수는 메리츠화재가 약 1만 5000명으로 가장 많다. 롯데손해보험의 N잡 설계자 수는 약 5000명으로 집계됐고, KB손해보험은 약 700명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의 N잡 크루는 아직 초기 단계로, 설계사 수에 대한 공식 통계는 집계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판매 채널 다양화”…‘1200%룰’ 앞두고 설계사 영입 경쟁

손보사들은 N잡 설계사 모집을 통해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기존 대면 채널 중심 구조보다 N잡 설계사를 통해 물리적 점포 운영이나 고정비 부담을 줄이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민환 인하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고정비가 적고 성과 발생시 비용이 지출되는 구조”라면서 “고정비가 적게 지출되지만 수익에는 기여하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굳이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또 보험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N잡 보험설계사 확대는 소비자 접근성 제고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비대면 기반으로 진행돼 소비자의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줄이고 상담과 가입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라고 말했다.

국내 손보사들의 N잡 설계사 유치 경쟁은 오는 7월부터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까지 확대 적용되는 ‘1200%룰’ 시행을 앞두고 나타난 현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해당 제도가 시행되면 설계사 영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진입 장벽을 낮춰 부업 인력 유입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00%룰은 설계사가 보험 상품을 판매한 첫 해 받는 수수료(시책 수수료·정착 지원금 등)의 총액을 월 납입 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현재 보험사 소속 설계사만 적용되고 있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GA 소속 설계사까지 확대 적용된다. 이에 설계사 영입 경쟁 환경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험사들도 제도 시행 전 선제적인 인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200%룰이 GA까지 확대 적용될 예정인 만큼 제도 시행 전 인력 확보를 위해 보험사와 GA 모두 N잡 설계사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N잡 보험설계사 이미지. 사진=챗GPT

◇ “채널 관리 질 높이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N잡 보험설계사의 전문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업 설계사 대비 부업형 설계사는 심화 교육을 받을 시간과 기회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설계사의 전문성 부족에 대한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도 지난 16일 삼성화재·메리츠화재·KB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 등 손보사 4곳을 소집해 N잡러 설계사 운영 실태 파악에 나선 바 있다. 현재까지 전문성 우려에 대한 뚜렷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향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운영 현황을 점검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최미수 교수는 “교육이 시험 합격이나 초기 영업에만 초점이 맞춰질 경우 실제 상담 현장에서 필요한 약관 이해, 상품 비교 능력, 사례 판단 역량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며 “이 같은 구조에서 단순 판매는 가능해도 소비자 상황에 맞는 적절한 설명과 장기적인 관리 역량은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채널 관리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활동 중단시 고객 자동 이관 체계 마련, 설명 누락이나 민원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관리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며 “건수 중심 단기 실적보다 유지율, 민원, 설명 품질, 사후 관리 수준 같은 장기 지표를 반영하는 보상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향후 상품 구조가 표준화되고 특약 중심으로 재편되면 설계사의 전문성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여기서 말하는 전문성은 인공지능 에이전트(AI agent) 기능을 겸비한 설계사를 의미한다. 전문성이 미약한 N잡 설계사 조직은 점차적으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손재하 기자 hksons188@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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