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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NGO 현장]올림픽공원 앞 머뭇거림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올림픽공원에서 벌어지는 시위 말이다. 갑자기 참정권을 외치는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존재와 행위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그들의 주장이 정당한 요구인 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뒤늦게 부정선거를 주장해왔던 사람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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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 참여연대 정책기획국 선임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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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올림픽공원에서 벌어지는 시위 말이다. 갑자기 참정권을 외치는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존재와 행위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그들의 주장이 정당한 요구인 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뒤늦게 부정선거를 주장해왔던 사람들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선뜻 동조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어떤 사람들은 힐난하기도 했다. ‘선거는 중요하지, 그런데 이럴 일인가?’ 다른 한편에선 그들을 뒤늦게 나타난 사람들의 한 부류, 즉 극우나 극단주의자, 능력에 따른 차별을 옹호하고 신자유주의적 윤리의 화신이자 모든 것을 절차적 공정성으로 환원하는 권리침해 호소인으로 매끄럽게 해석하기도 했다. 곧장 시위 주변에 피어올랐던 난처함도 사라졌고, 이윽고 부정선거론자들이 장악하면서 머뭇거림도 없던 일이 되었다. 아니 어쩌면 ‘알 수 없는 사람들’이었던 그들을 올림픽공원에 남은 자들과 등치시켜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들도 원래부터 극우였던 거지.’

그들은 십수년째 정치적 공간에 등장할 때마다 낯선 존재들로 그려진다. 한 번도 정치적으로 대표되어 본 적 없는 그들은 주체라기보단 대상이자 타자였다. 타자화된 시선 속에서 탈정치적 무지자거나 극우 내지는 극우로부터 계몽되어 구출되는 존재다. 마침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몇 군데 실패가 그들의 무책임한 기표 탓으로 돌려지던 참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참정권을 들고 정치에 나타난 것이다.

정당하지만 진정성을 믿기 어렵고, 분노 촉발의 동기가 불순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반기득권 정서가 강하고 커다란 두 정당 사이를 진동하며 떠도는 그들은 순수성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지도부와 중심성, 조직과 단체, 권한위임을 불신한다. 대표된 적 없는 이들이 대표를 신뢰하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문제로 지적되는 그들의 반정치적 태도는 사실 새롭지 않다. 오히려 연구 대상은 매번 그들을 새롭게 ‘발견해내는’ 우리일지도 모른다.

‘무지를 향한 열정’은 알고 싶지 않은 걸 알지 않기로 결정하고 능동적으로 회피하는 태도를 말한다. 우린 우리를 이루는 익숙한 세계와 이를 설명하는 틀에 그들의 존재를 기입하길 두려워한다. 그들의 존재를 승인함으로써 균일했던 세계가 무너지거나 깨지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나 민주와 반민주 같은 매끄러운 틀 같은 거 말이다. 동시에 그들에 의해 폭로되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현실, 불쾌한 진실, 불행의 파편들을 마주하길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들을 끝없는 외부자이자 타자 같은 모양으로 그려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각자도생이나 능력주의를 좇는다고 비난받지만, 실은 공동의 전망을 만들어내지 못한 사회가 강제한 생존윤리를 체득했을 뿐이다. 사회운동조차 정치를 개별 주체의 각성으로 환원하며 규범화해왔다. 그 결과 사회와 공동체는 기각되고 모든 진보를 당사자의 생활윤리 차원에서 실현한다. 공동체를 경험해본 적 없이 원자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의지처가 법이나 행정인 것은 자연스럽다. 따라서 이들의 탈정치·반정치적 경향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방어기제임과 동시에 사회가 강제한 삶의 지혜다.

그들을 옹호하는 것처럼 들린다면 오해다. 힘의 논리를 믿고 평등을 부당하다고 여기며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파시즘은 어디서 몰려올까. 그들을 우리 바깥 존재로 타자화할수록 가까워질 것이다.

김건우 참여연대 정책기획국 선임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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