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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 포커스] HD현대중공업, ‘패키지화·현지화·표준화’로 함정 수출 시장 판 키운다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6.04.22 15:59
ㅣ 수정 : 2026.04.22 15:59
‘함정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각국 해군의 미래 전력체계에 자사의 생태계 심는 것’이 목표
박용열 HD현대중공업 함정사업본부장(우)이 말레이시아 국영 LUNAS 조선소 사장과 ‘DSA 2026’ 전시 현장에서 MOU를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HD현대중공업]
[뉴스투데이=김한경 기자] HD현대중공업이 동남아·중남미를 거점으로 한 ‘글로벌 방산 벨트’ 구축과 함께, 함정 수출의 패러다임을 단순 납품에서 ‘패키지화·현지화·표준화’를 중심으로 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과거 개별 함정 수출에 머물렀던 방식에서 벗어나, 해군 현대화 사업 전체를 묶어 수주하는 구조로 진화시키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번 말레이시아 ‘DSA 2026’ 참가 역시 이러한 전략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HD현대중공업은 말레이시아 해군이 15종의 노후 함정을 5종의 현대화된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15-to-5’ 전력 재편 계획에 맞춰 다목적지원함, 호위함, 연안임무함, 잠수함 등 플랫폼별 맞춤형 패키지를 제시하며 단일 함정이 아닌 ‘함대 구조’ 단위로 접근하고 있다.
첫 번째 수주전략의 핵심은
‘패키지화’
다. 단순히 함정을 건조해 인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함정 설계·건조 ▲MRO(유지·보수·정비) ▲훈련·인력양성 ▲기술 이전까지 포함한 전 생애주기(Total Lifecycle)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실제 필리핀에서는 10년간 12척을 연속 수주하며 해군 현대화 사업의 ‘파트너’로 자리 잡았고, 페루에서는 현지 조선소와 공동건조 및 잠수함 개발까지 추진하며 사업 범위를 확대했다. 이는 한 번의 수출이 장기 사업으로 전환된 대표적 사례다.
두 번째 전략은
‘현지화’
다. 최근 글로벌 함정 발주국들은 단순 구매보다 자국 조선산업 육성과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추세다. HD현대중공업은 이를 적극 수용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현지 LUNAS 조선소와 협력해 건조·정비·기술 이전을 추진하고, 페루에서는 SIMA 조선소와 공동건조 체계를 구축했다.
이 모델은 단순 하청이 아니라 ‘엔지니어링 기반 공동생산’으로, 발주국은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HD현대중공업은 생산 능력 제약을 해소하며 시장 확장이라는 ‘윈-윈 구조’를 만든다. 특히 국내 생산 능력에 묶이지 않는 수출 구조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마지막 전략은
‘표준화’
다. HD현대중공업은 수출형 표준 함정 개발을 통해 시장 대응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호위함은 2,600톤부터 3200·3600톤을 거쳐 6,000톤급까지 확장하고, 잠수함은 800톤~3,000톤급까지 모든 모델이가능하며, 지원함·특수선은 다양한 임무별 맞춤 설계를 제공한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는 각국 해군의 다양한 요구를 빠르게 충족시키는 기반이다. 특히 말레이시아처럼 함정 체계를 표준화하려는 국가에는 ‘즉시 적용 가능한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 우위가 크다.
HD현대중공업 전시 부스를 방문한 말레이시아 해군 장성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HD현대중공업]
지역 전략도 명확하다. HD현대중공업은 동남아(필리핀·말레이시아), 남미(페루), 중동(사우디아라비아), 북미(미국)를 축으로 한 ‘글로벌 거점형 시장 확장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는 단순 수출 대상 확대가 아니라, 각 지역에 파트너십과 생산 기반을 심는 방식으로 ‘시장 내재화’를 노린 전략이다. 이렇게 동남아·남미·중동의 방산 시장과 미국의 MASGA 프로젝트까지 동시에 겨냥한 ‘투트랙 전략’은 향후 사업 확장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미래 시장 대응도 병행된다. HD현대중공업은 무인 수상함, AI 기반 자율운항, 친환경 연료 선박 등 차세대 기술을 적극 반영하며 ‘미래형 함정’ 선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기술 개발을 넘어, “미래 수요를 먼저 정의하고 표준화된 제품으로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HD현대중공업의 수출 전략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패키지화(전 생애주기) ② 현지화(공동건조·기술이전) ③ 표준화(수출형 플랫폼) 3축을 기반으로 함정 공급업체 수준에서 벗어나 ‘해군 전력 구축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다.
세계 함정 시장이 신조함뿐 아니라 MRO, 무인체계, 현지 생산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전략은 단순 가격 경쟁을 넘어선 구조적 경쟁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HD현대중공업은 ‘함정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각국 해군의 미래 전력체계에 자사의 생태계를 심는 것’이 궁극적 목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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