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에코에너지 베트남 생산법인 LS-VINA에서 직원이 초고압 케이블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LS에코에너지
지난해 4월,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역이 암흑 속으로 빠져들었다. 신호등이 꺼지고, 지하철이 멈췄으며, 병원 비상발전기가 가동됐다. 이베리아 반도를 덮친 대규모 정전의 경제적 피해는 최소 3조5000억원에서 최대 7조2억원으로 추산됐다. 2023년 5월에는 베트남 북부가 같은 운명을 겪었다. 당시 사태는 고속 성장 중인 베트남에 1조8000억원의 피해를 안겼다. 같은 해 미국 텍사스는 2월과 3월, 8월 세 차례 정전으로 7조8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공통된 진단은 하나였다. 전력망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송전선 연결망이 부족하면서 늘어나는 전력사용량을 소화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폭증이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기존 전력 인프라는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세계 전력 수요는 연평균 3.6%의 성장률을 보이며 매년 약 1100TWh(테라와트시)의 전력 수요가 추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2030년 세계 전력 수요는 2025년의 2만8200TWh에서 3만3600TWh로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이같은 전력망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 기업으로 LS에코에너지가 꼽힌다.
LS에코에너지는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 2964억원, 영업이익 2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8%, 31.0% 증가했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웃돌며 수익성 중심 성장 기조를 이어왔다. 수주잔고는 1억5356만달러(약 2268억원)로 확대됐다. 1분기 연결 영업이익률은 약 6.8%로 국내 전선업계 평균을 크게 웃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실적에 대해 "실적전망치를 상회한 깜짝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2분기 연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9.3%, 22.7% 늘어난 2985억원, 289억원을 전망했다. 1분기와 흡사한 강한 이익 흐름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사진=LS에코에너지 IR자료 갈무리
실적을 이끈 것은 베트남 법인 LS-VINA의 초고압 케이블이다. 1분기 초고압 케이블 매출은 전년 대비 177% 급증하며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덴마크 수출이 지속되고 있고, 베트남 내수 프로젝트 수주가 늘어난 결과다. 구리 가격 상승분이 판가에 반영되면서 영업이익률도 0.6%포인트 개선됐다. 소재 부문 역시 전기동 임가공 물량 확대로 32.0% 늘었다.
이 같은 성장세는 단기 이벤트가 아니다. 2023년 이후 매출은 연평균 약 19% 성장하며 4년 연속 1분기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지난해 연간으로도 매출 9601억원, 영업이익 668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9.2% 급증하며 외형 성장보다 내실을 채우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S에코에너지의 올해 예상 매출액과 영업익은 각각 1조221억원, 702억원으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체질 변화의 근원은 베트남이다. LS에코에너지는 베트남 HV(고압)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중인 압도적 1위 기업이다. 베트남에서 초고압 케이블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LS에코에너지가 유일하다. 한국 기업 중 베트남 전력청(EVN)에 공식 등록된 곳도 LS에코에너지 하나다. 중압·저압(MV/LV) 시장에서도 20% 점유율로 CADIVI, Thinhphat와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제8차 전력개발계획(PDP8)은 이 독점적 지위를 더욱 빛나게 하는 배경이다. 베트남은 2030년 대비 2050년까지 발전 용량을 280%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력청 주도의 대규모 송배전망 증설, 노후 전력선 교체, 국제 규모 신도시 건설이 동시에 진행된다. 베트남 전력 케이블 투자 규모는 2036~2050년 구간에서만 569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유일의 초고압 케이블 생산 기업인 만큼 장기 독점 수주로 이어질 예정이다.
사진=LS에코에너지 IR자료 갈무리
수출 기업으로의 전환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2024년 기준 LS-VINA HV 제품의 수출 비중은 이미 60%에 달한다. 덴마크 국영 에너지 기업 에너지넷(Energinet)에 220kV 케이블을 공급하며 유럽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고, LS전선과의 크로스셀링 전략을 통해 덴마크와 싱가포르 초고압 케이블 시장에서 각각 1위를 기록했다.
베트남의 지리적 이점도 유효하다. 유럽과 아시아 수출에 유리한 물류 조건 덕에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고, 미국의 탈중국 기조 속에서 대체 생산거점으로 부상하며 정치적 역학 관계마저 수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치민 법인 LSCV는 별도의 성장 축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수출 UTP 케이블에 약 4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악재에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 부스덕트 수출을 확대하며 이를 상쇄했다. 광케이블 생산 물량 확대도 추진 중이다.
김태현 연구원은 "베트남 제8차 전력개발계획 및 도시화율 상승에 따른 인프라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수익성이 높은 초고압케이블 중심의 실적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호 LS에코에너지 대표는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초고압 케이블 인증을 추진 중이며, LSCV의 광케이블 생산 물량 확대를 통해 글로벌 수요 급증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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