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홈로봇 클로이드와 인공관절 악시움을 그룹 중심으로 가져오며 초대형 잠재 시장을 향한 장거리 마라톤을 시작했다. LG이노텍도 전통적인 카메라 기판 사업을 넘어 반도체 기판과 휴머노이드, 전장으로 매출 구조를 띄운다. 로봇의 눈과 관절을 차지하려는 LG그룹의 큰 움직임이 시작됐다.
LG전자는 23일 08시 30분 경부터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류재철 CEO를 비롯한 임원진이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LG이노텍도 서울 마곡 본사에서 08시 30분경부터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이후 문혁수 대표가 직접 기자단과의 대화 시간을 갖고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LG전자 정기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승인 ▲자기주식 소각 승인 ▲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LG이노텍도 ▲제50기 재무제표 승인의 건 ▲경은국 CFO 사내이사 신규 선임 ▲박충현 전자팀장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정관 변경 승인의 건(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전자주주총회 제도 도입 및 소집지 단일화, 독립이사로 명칭 변경, 감사위원 선·해임 시 의결권 제한 강화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안건은 모두 정상적으로 승인됐다.
LG전자, 액추에이터 조커 카드로
LG전자 액추에이터 '악시움'. 사진=LG전자
클로이드를 CES 2026에서 선보였던 LG전자는 올해를 ‘로봇 사업 본격화 원년’으로 선언하며 로봇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구동기) 시장을 정조준한다.
액추에이터는 전기, 유압, 공압 등의 에너지를 이용해 회전이나 직선 운동 등 기계의 동작을 만드는 구동 장치로 로봇 원가의 약 6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현대차그룹 ‘아틀라스’를 비롯해 레인보우로보틱스, 대동기어, 두산로보틱스 등 다수 로봇에 들어가 로봇 기업들이 제작에 사활을 거는 부품이다.
류재철 사장은 “그간 LG전자가 축적해 온 독보적 사업 역량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고 규모 있는 성장 가능성을 보유한 4대 영역(로봇·AI 데이터센터(AIDC) 냉각 설루션, 스마트팩토리, AI홈)에 집중함과 동시에 로봇 관련 B2B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며 “최근 피지컬 AI와 로봇 관련 기술의 발전이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올해를 ‘로봇 사업 본격화’의 원년으로 삼고 이를 위한 세부 전략을 속도감 있게 실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류재철 LG전자 CEO가 23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2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26년도 로봇 사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가 기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류 사장은 지난 1월 CES 2026 당시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와 카메라·센서(LG이노텍) 등 계열사들이 만드는 로봇 부품들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LG가 로봇 생태계에서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었다.
휴머노이드에도 다수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LG이노텍이 라이다, 레이더, 센서, 반도체 기판 등을 담당하고 LG전자가 로봇 액추에이터, 피지컬 AI의 하드웨어, 엑사원 소프트웨어 등을 맡는다면 비용 측면에서 큰 이점이 된다.
구체적으로 류 사장은 “CES 2026에서 선보인 액추에이터 ‘악시움’을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설계, 생산, 공급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양산 체계를 갖추겠다”며 “업계 최고 수준의 가전용 모터 기술력과 연간 4500만대 수준의 (모터) 양산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객의 다양한 요구와 로봇 타입에 최적화한 라인업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올해 안에 양산 체계를 갖추겠다”고 답했다.
이어 “올해와 내년에 클로이드가 실험실에서 나와 직접 PoC에 투입될 것”이라며 “이 외에도 B2B, 플랫폼, D2X 등 육성 사업에 투자 비중을 더욱 확대해 2030년까지 이들 사업의 매출과 이익을 지난해 대비 각각 1.7배, 2.4배 수준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류재철 LG전자 사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2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26년도 사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X는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는 핵심 수단으로 정의하고 향후 2~3년 내 업무 생산성 30% 향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도 설명했다.
감가상각비 줄인 이노텍… 전장으로 매출 벌어 휴머노이드 R&D 장기투자
문혁수 LG이노텍 대표가 23일 서울 마곡 LG이노텍 본사에서 진행된 주주총회 직후 기자단과의 대화에서 발언 중이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문혁수 LG이노텍 대표가 밝힌 영업이익 부진 탈출 시그널도 긍정적이었다. 문 대표는 “2021년, 2022년에 많이 투자를 했고 내부적으로 고정비를 많이 줄여 감가상각비가 올해부터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고객사 대부분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물량을 만들기 때문에 상저하고가 계속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올해, 내년 되면 그런 부분(감가상각비 감소) 때문에 상반기 영업이익은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수 증권가에서 예측했던 보고서들과 결이 같다. 1월 키움증권 김소원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감가상각비 감소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카메라 모듈의 베트남 생산 비중을 2025년 37%에서 2026년 50%까지 확대함에 따라 원가 절감 효과 역시 지속될 전망”이라고 기술했었다. SK증권 박형우 연구원도 지난해 10월 “2026년부터 LG이노텍은 감가상각비가 전년 대비 약 1000억원 감소해 고정비가 축소될 것”이라고 기대한 바 있다.
휴머노이드 양산 시점에 대해서는 “휴머노이드 양산 자체는 시작됐지만 현재 문제점을 많이 파악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대규모 양산은 2027년 즈음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로봇이 수천억원대 수익화를 보이는 시점은 2030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휴머노이드 공급 형태에 대해서는 카메라 단품이 아니라 카메라와 라이다, 레이더 이런 것들이 복합 모듈로 만들어진 형태로 개발 중이라고 강조했다. 고객에 대해서는 미국의 유명한 고객들은 LG이노텍의 거래사로 대부분 있으며 유럽권 고객들도 이번 CES에서 다수 대화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LG이노텍 본사에서 LG이노텍 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이어 전장 부분은 현재 광주공장에서 만들고 있는 AP 모듈을 통해 연 20%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광주공장에서 AP 모듈로 벌어들인 매출을 넓혀 나가는 LG이노텍은 오는 2030년 이후에는 휴머노이드 카메라·레이더 등으로 캐시플로우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문 대표는 “전장 부분 AP 모듈에 대한 매출이 올 4분기쯤부터 본격적으로 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AP 모듈을 통해 전장 부분 매출은 연간 한 20% 정도 당분간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LG이노텍은 지난 1월 광주공장에 1000억원가량을 투자해 AP 모듈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는 투자 협약도 발표했었다. 현재 차량 AP를 생산하는 기업은 퀄컴 등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AP 모듈 생산 규모는 올해 3300만개에서 2030년 1억3000만개로 매년 22%씩 성장한다고 전망되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AP 모듈을 공급해 온 LG이노텍이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기판에 대해서는 “서버에 들어가는 제품들은 내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TSMC의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의 경우 실리콘 인터포즈를 쓰다 보니 기판 쪽에 로드가 적게 걸리는데 그 제품에 대해서 개발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기판 안에 캐비티를 파고 뭔가 넣는 제품(임베디드 브리지, EMIB)은 개발을 현재 진행 중”이라며 “내년 말이나 내후년 정도에 양산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가 그룹사 전반으로 휴머노이드 사업에 앞장서는 이유는 공장·물류·서비스 등 AI가 곧바로 돈이 되는 B2B 현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난·고령화로 자동화 수요가 구조적으로 커지고 그 과정에서 구동·센싱·컴퓨팅 등가장 부가가치가 큰 핵심 부품을 그룹 차원에서 선점하고자 함이다.
전장·반도체 기판 같은 중단기 현금창출원으로 R&D를 끌어올 수 있는 시간과 돈을 버티면서 구동+센싱의 표준 부품화로 규모의 경제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시선이다.
게다가 광학·센서와 고부가 기판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LG이노텍 입장에선 휴머노이드는 센서를 한 몸에 필요로 하는 피지컬 AI이자 눈·공간 인지 시스템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는 기대도 충분한 상태다.
문 대표는 이날 주주총회 후 기자단과의 대화에서 “로봇용 부품 분야에서 라이다, 카메라 등 복합 센싱 모듈을 앞세워 미국, 유럽 등 주요 고객 대상으로 활발히 협의 중”이라며 “로봇용 부품 대규모 양산은 27~28년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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