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 중구 남산리더십센터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발언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LG가 인공지능 전환(AX)을 축으로 그룹 전반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술 도입을 넘어 사업 구조와 조직 운영, 투자 전략, 지배구조 전반을 아우르는 재편이 이어지면서 실행 중심의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앞서 구광모 LG 회장은 올해 사장단 회의와 글로벌 현장 경영을 통해 일관되게 AX 가속화를 주문했다. 구 회장은 "AX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이며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AX는 특정 조직만의 과제가 아닌 최고경영자(CEO)와 사업책임자가 직접 방향을 잡고 이끌어야 할 과제"라며 경영진의 역할 확대를 요구했다.
이 같은 기조 아래 LG는 계열사 전반에 AX 조직을 신설하거나 격상시키며 실행력을 끌어올렸다. LG전자는 기존 DX센터를 업무혁신 기능을 통합해 AX센터로 재편했고 LG디스플레이는 AX 조직을 CEO 직속으로 격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경영진 중심의 AX 회의체를 운영하며 생산과 품질, 업무 전반으로 AI 적용 범위를 넓혔다.
사업 측면에서는 자체 생성형 AI 모델 '엑사원'을 중심으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금융·바이오·신약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 사례가 쌓이며 기술 검증을 넘어 수익 모델로 이어지고 있다. 엑사원 플랫폼을 활용한 물질 합성 기반 화장품 적용 가능성 검증 연구에서도 기존 22개월이 걸리던 과정을 하루 만에 마치는 등 생산성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LG전자 홈로봇 클로이드. 사진=한수빈 기자
LG는 피지컬 AI 영역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파운데이션 모델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물류 현장의 자동화 수준을 높이고 이를 홈 로봇 등 신규 사업으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의 홈로봇 '클로이드' 역시 그룹 차원의 로보틱스 역량 결집 속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글로벌 협력도 AX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축이다. LG는 엔비디아, 팔란티어, 스킬드AI, 구글 딥마인드 등과 협력 범위를 넓히며 AI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와는 AI 모델 개발과 최적화, 팔란티어와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 구축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스킬드AI와는 로봇 기반 피지컬 AI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와는 LG AI연구원과 구글 간 기술 시너지를 강화해 글로벌 AI 생태계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팔란티어와 협력은 그룹 전반 AX 확산의 실행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 LG CNS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팔란티어의 파운드리와 AIP 등 기업용 플랫폼을 고객사 환경에 맞게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전담하는 조직인 'FDE'를 신설해 LG그룹 계열사 제조·에너지·전자·물류 전반으로 AX 적용을 확대 중이다.
투자 전략 역시 AX와 맞물려 변화하고 있다. LG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며 AI와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내부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외부 생태계와의 연결도 함께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LG의 AX 전략이 인프라 구축에서 산업별 특화 AI, 피지컬 AI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이 AI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사업화와 조직, 투자, 지배구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점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해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했다.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동시에 AX 실행 과정에서 요구되는 신속한 판단 체계를 뒷받침하려는 조치로 평가된다.
한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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