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열풍이 유럽의 오프라인 상권 지형까지 바꾸고 있다. 유럽 주요 도시의 핵심 상권에 K뷰티 매장이 잇따라 들어서고, 뒤이어 K푸드 및 외식 브랜드 매장들도 문을 열면서 서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클러스터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서는 K브랜드가 리테일 경쟁력을 좌우하는 ‘앵커 테넌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영국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업체 LM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까지 LM이 성사시킨 K뷰티 매장 임대 계약만 18건에 달한다. 한국 외식·슈퍼마켓까지 포함하면 LM이 영국 주요 상권에서 중개한 신규 임대 면적은 5만 5000ft²(약 5100㎡)다. LM 측은 “퓨어서울(PURESEOUL)·모이다(MOIDA) 등 K뷰티 매장뿐 아니라 오세요(Oseyo)·분식(Bunsik)과 같은 푸드·외식업체들이 Z세대를 넘어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며 “한국 브랜드들은 최신 소비 트렌드와 다양한 쇼핑 경험을 제공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재방문을 유도한다”고 분석했다. 퓨어서울과 모이다는 온라인에서 출발해 영국 오프라인으로 빠르게 매장을 확대한 대표적인 K뷰티 유통업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콜리어스에 따르면 올 1월 런던에 새로 진출하려는 리테일·외식·레저 업체의 점포 수요는 25건으로 전년 동월(12건)보다 108% 증가했다. 특히 이 가운데 한국 업체가 4건으로 미국(6건), 아랍에미리트(5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유럽의 핵심 상권에서 인기를 끄는 업종도 자동차 및 전자업체에서 K뷰티로 변화하는 모습이다. BNP파리바 리얼에스테이트가 독일 리테일 출점을 분석한 결과 2020~2024년에는 폴스타·BYD 등 자동차와 샤오미·화웨이 등 전자업체가 신규 임차를 주도했지만, 지난해부터 K뷰티 업체가 새로운 임차 수요로 부상했다. BNP파리바는 올 5월 모이다가 함부르크 핵심 쇼핑 거리에 약 1200㎡ 규모 매장을 확보해 독일에 진출한 사례를 들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리테일러가 독일 상권의 추가 임차 수요를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국 뷰티·식품 매장이 한 상권에 모이면서 고객을 끌어들이는 ‘클러스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곳이 영국 런던의 채링 크로스 로드 일대다. 이곳에는 모이다와 퓨어서울, 스킨큐피드 등 K뷰티 매장이 도보 5분 안팎의 거리에 모여 있다. 여기에다 한국식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분식’, 식료품점 ‘오세요’와 ‘서울 플라자’ 등 매장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분식은 2021년 런던에서 시작한 한국 길거리 음식 전문 외식 체인으로 한국식 핫도그·떡볶이·김밥·한국식 치킨·컵밥 등을 판매하고 있다.
현지 쇼핑몰도 K리테일 브랜드를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집객 콘텐츠로 활용하고 나섰다. 연간 약 2200만 명이 찾는 독일 베를린의 대형 쇼핑몰 ‘몰 오브 베를린’에는 지난달 핀란드계 K뷰티 유통업체 ‘예뽀 앤 순수(Yeppo&Soonsoo)’가 독일 첫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같은 쇼핑몰에는 라면·만두·한국식 프라이드치킨 등 K푸드와 K팝 상품을 한데 판매하는 복합매장 ‘KPARC’도 입점했다.
메건 허친슨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연구원은 “K뷰티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독일 리테일 시장의 ‘장기적인 구조적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며 “매장 집적을 통해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고 유동 인구까지 끌어들이면서 부동산 임대업계의 새로운 수요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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