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심장이 멈춰가고 있습니다. 연간 수조 원의 국부가 구글과 애플이라는 빅테크 공룡들에게 고스란히 상납되는 현실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습니다.”
김용기 한국게임산업정상화 캠페인위원회 위원장(한국예술행정협회 회장)은 1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앱결제 수수료 문제의 심각성을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현재 최대 30%에 이르는 플랫폼 수수료가 중소 게임사의 고사와 이용자 부담 가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70여 중소 게임사가 구글에 부당이득 반환과 수수료 인하를 위한 집단소송에 나섰다.
◇K팝·영화 압도하는 ‘수출 거인’의 비명
김 위원장은 K게임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지난해 K게임 수출액은 약 85억 달러(약 12조원)로, K팝(18억 달러)과 K영상(12억 달러)을 합친 것보다 훨씬 크다.
전체 콘텐츠 수출의 57.7%를 책임지며, 음악·영화 수익을 합친 것보다 1.5배 더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는 ‘압도적 효자 산업’이다.
그러나 이 화려한 실적 뒤에는 30%라는 ‘약탈적 통행세’가 도사리고 있다. 2700만 명에 이르는 국내 게임 이용자들이 아이템을 살 때마다 막대한 금액이 해외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같은 아이템임에도 웹보다 앱 결제 가격이 더 비싼 이유는 플랫폼이 강제한 가격 왜곡 때문”이라며 “우리 국민은 모르는 사이에 ‘디지털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게임사 ‘뒷문 협상’ 지적… “침묵은 공범”
게임사 팡스카이가 최근 구글 코리아 본사 앞에서 인앱결제 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면서 관련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미국과 영국에서 불법으로 판정이 난 과다 수수료를 왜 계속 받는냐는 것을 따진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이런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법원 증거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부 대형사들은 구글로부터 은밀한 리베이트와 마케팅 특혜를 받으며 불공정 구조를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대형사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침묵하는 것은 동생(중소기업)들이 죽어가는 것을 방치하는 배신이자, 주주에 대한 배임”이라며 “이들이 집단 소송에 참여해야 구글과의 협상력이 커지고, 특정 기업에 대한 불이익 가능성도 낮아진다”고 역설했다.
◇중소 게임사 줄도산… “100명이 4명 됐다”
김 위원장은 이번 싸움의 핵심 근거로 ‘10조원’이라는 수치를 제시했다. 그는 “국내 게이머와 업계가 지난 4년간 구글·애플의 부당한 수수료 체계로 인해 입은 누적 피해액이 10조원이 넘는다”며 “엄청난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 반드시 환수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플랫폼의 이런 ‘갑질’은 중소 게임사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김 위원장은 팡스카이의 사례를 들며 “10년간 140억원의 수수료를 냈지만 돌아온 것은 상장폐지 위기이고, 100명이던 직원이 4명으로 줄어들 정도로 처참하다”고 전했다. 국내에는 1만 7000여개의 게임 개발사가 있지만 매출 기준 ‘빅7’이 국내시장의 70%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대형 업체들이 구글로부터 차별적 특혜를 받으면서 공정한 경쟁 질서도 어지럽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30%인 수수료를 4~6% 수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미국(1조 1000억원 배상)과 영국(2조 9000억원 배상)에서는 빅테크의 수수료 강제가 불법이라는 판결과 배상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10년간 낸 수수료의 3분의 2가량을 환급받고자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판교서 ‘문화집회’… 국민적 관심 호소
캠페인 위원회는 15일 낮 12시, 게임사들이 밀집한 판교역 1번 출구 광장에서 ‘디지털 주권회복을 위한 문화집회’를 개최한다. 개그맨 이재성의 사회로 첼로 공연, 퍼포먼스 등이 어우러진 이 행사에는 이병진 팡스카이 대표 등이 연사로 나서 국민적 관심을 호소한다. 시장 장악력이 큰 대형 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그 회사 게임 이용자들은 여전히 30%에 이르는 수수료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도 게임을 문화산업의 중추로 육성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공정거래위원회가 강력한 행정 명령으로 10조원의 국부 유출을 막아야 한다”며 “대한민국 게이머와 개발자들이 다시 꿈꿀 수 있도록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게임 대기업들은 사다리 걷어차기를 멈추고 상생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기철기자 leekic2@gnnews.co.kr
김용기 한국게임산업정상화 캠페인위원회 위원장(한국예술행정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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