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 배출 구조 바뀐다
지난 24일 심영아 KT&G ESG경영실장(왼쪽)과 이창섭 중진공 기획관리이사(오른쪽)가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KT&G 제공)
민관 창업 지원의 무게중심이 보조금 지원에서 판로 제공으로 이동하고 있다.
KT&G(사장 방경만)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사장 강석진, 중진공)은 지난 24일 서울 성동구 KT&G 상상플래닛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청년창업 육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T&G와 중진공이 손잡은 이번 협약은 기업 사회공헌과 정부의 창업육성 예산이 하나의 생태계로 통합되는 구조 전환의 신호탄이될 전망이다.
방경만 KT&G 사장과 강석진 중진공 이사장이 직접 서명한 이번 협약은 팝업스토어 운영, 전시회 지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 채널 공유를 3대 축으로 삼았다. 협약 체결 이틀 뒤인 4월 26일에는 상상플래닛에서 직업 전환 창업가 강연 '청춘, 플레이'가 연속 진행됐다. 협약과 행사를 연속 배치한 구성은 선언이 아닌 즉시 실행 의지를 보여주는 구조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두 기관이 각각 보유한 창업가 풀을 하나로 묶는 데 있다. KT&G 상상스타트업캠프 수료생과 중진공 청년창업사관학교 졸업생을 연결해 아이디어 교류와 사업 파트너 매칭을 지원한다. 각각의 프로그램이 개별 운영될 때는 창업가들이 동종 네트워크 안에 머무는 한계가 있었다. 이 협약은 그 칸막이를 제거하는 첫 시도다.
그러나 협약서의 문구와 실제 시장 현실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팝업스토어와 SNS 홍보 지원은 이미 다수의 민간 플랫폼과 지자체가 제공하고 있어 차별성이 선명하지 않다. KT&G 상상플래닛이라는 고정 공간의 인지도와 유동 인구를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느냐가 이번 협약의 실효성을 가르는 변수가 된다.
KT&G 상상스타트업캠프는 2017년 1기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9개 기수를 운영하며 182개 창업팀을 배출했다. 누적 매출 314억 원, 투자유치 131억 원은 단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닌 사업화 지원 모델임을 수치로 입증한다. KT&G는 이 실적으로 2021년 사회적경제 유공자 대통령표창, 2022년 일자리창출유공 대통령표창을 연속 수상했다.
중진공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전국 17개 거점을 운영하며 훨씬 광범위한 창업가 풀을 보유한다. 두 조직의 규모 차이는 협력의 시너지인 동시에 관리 복잡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번 협약에서 주목할 구조는 민간 공간이 공공 창업 인프라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중진공이 육성한 창업가가 KT&G 상상플래닛이라는 소비자 접점 공간에서 판로를 실험하는 구도다. 정부 예산이 교육과 자금에 집중되는 동안 민간이 시장 노출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 분담이 성립한다. 이 역할이 자리 잡으면 공공이 채우지 못한 판로 공백을 민간이 구조적으로 흡수하는 선례가 된다.
KT&G 입장에서도 이 협약은 ESG 성과 지표를 강화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상상플래닛이라는 유휴 공간 활용도를 높이면서 청년 창업 생태계와의 연결을 공식화한다. 협약의 이면에는 기업 사회공헌 비용을 공공 네트워크로 분산시키는 효율화 논리도 작동한다.
중진공 청년창업사관학교 지원을 고려하는 창업가라면 이번 협약이 수료 이후 단계에서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사관학교 수료 후 KT&G 상상플래닛 입점 기회나 투자 연계 네트워크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는 2026년 하반기 운영 결과가 나와야 검증된다.
이미 창업 초기 단계에 있는 팀이라면 이번 협약을 판로 실험의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상상플래닛의 플리마켓이나 팝업 행사에 참여 신청하고, 중진공 창업사관학교 프로그램과의 연계 여부를 담당 지역센터에 직접 문의하는 행동이 즉시 가능하다.
민관 협력 창업 지원 모델은 완성된 체계가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실험이다. 강석진 중진공 이사장이 강조한 '기회 부족'이라는 진단은 정확하지만, 기회의 질과 접근 경로가 구체화되지 않으면 선언에 머문다. 창업가 입장에서 이 협약의 가치는 참여 후기와 실제 매출 변화 사례가 공개될 때 비로소 측정 가능해진다.
민관 창업 지원의 표준이 자금 지원 중심에서 판로·네트워크 연결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는 이번 협약 이전부터 축적돼왔다. KT&G 캠프의 9년 실적과 중진공의 전국 거점망이 결합되는 이번 구조는 그 이동의 방향성을 확인시켜준다. 창업 지원 정책이 교육에서 시장 연결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넷뉴스 임효정 기자(im@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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