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자사주 처분에 국민연금 제동…31일 주총 쟁점 부상
국민연금, KT 자사주 처분 계획 반대
KT "외국인 지분 제한에 소각 한계"
주총서 자사주 활용 방식 두고 충돌 예고
이수영
기자
2026-03-30 10:55:26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KT가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에 자사주 처분 안건을 올린 가운데,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자사주를 취득할 당시 내세운 주주가치 제고 목적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KT는 외국인 지분율 제한으로 전량 소각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남은 자사주를 당장 임직원 보상과 우리사주에 배분하지 않고 보유할 선택지도 있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31일 예정된 KT 정기 주주총회 안건 가운데 '자기주식 보유 및 처분 계획 승인의 건'에 반대하기로 했다. 재무제표 승인과 정관 변경, 이사 선임 등 다른 안건에는 대부분 찬성했다.
상법 개정에 따라 상장사는 새로 취득한 자사주를 1년 안에, 기존 보유 자사주는 법 시행 후 1년 6개월 안에 소각해야 한다. 다만 임직원 보상 등 일정한 요건에 한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으면 보유·처분이 가능하고, 외국인 지분 한도가 있는 공공·방송·통신 업종은 3년 안에 원칙적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특례를 뒀다.
KT의 안건을 살펴보면, KT는 보유 자사주 1092만5239주 가운데 14만주는 2026년 임직원·사외이사 보상에, 594만4722주는 2027년 이후 보상과 우리사주 제도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소각 물량은 484만517주다.
자사주 55.7%를 임직원 보상과 우리사주에 활용하고, 44.3%는 소각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이 문제 삼은 부분은 이 대목이다. 주주환원 수단으로 취득한 자사주가 소각보다 임직원 보상과 우리사주 쪽에 더 많이 배분됐다고 판단했다.
자사주 소각은 일반적으로 주당 가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꼽힌다. 다만 KT 안건은 소각보다 임직원 보상과 우리사주에 활용하는 비중이 더 큰 구조라 뒷말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주주환원 취지를 약화시키고, 경우에 따라 KT의 경영권 방어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KT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외국인 지분율 49% 제한을 받는 만큼 자사주를 대규모로 소각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소각으로 유통주식 수가 줄면 외국인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져서다.
KT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와 올해 각각 25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을 제시했고, 내년과 후년까지 포함하면 약 1조원 수준의 소각 방침을 시장에 밝혀왔다"며 "상법 개정 이후 국민연금이 여러 기업의 자사주 활용 안건에 잇따라 반대해 온 만큼 이번 사안을 KT만의 특수 사례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최근 SK하이닉스와 현대차, 대신증권 등의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 안건에도 비슷한 이유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KT와 마찬가지로 자사주 취득 당시 공시한 주주가치 제고 목적과 실제 활용 방식이 맞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KT가 소각하지 못한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과 우리사주에 쓰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은 남아있는 상태다. 외국인 지분 제한은 자사주 전량 소각이 어려운 배경으로 설명될 수 있지만, 남은 자사주를 왜 임직원 보상과 우리사주에 배분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것도 이 같은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KT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면서 오는 31일 예정된 KT 주총장에서도 자사주 활용 방식을 둘러싼 질의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KT가 주주들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이번 주총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수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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