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루 이산화티타늄의 산소 결함이 전자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재결합을 늦추는 원리를 표현한 개념도. 태양광 수소 생산과 오염물질 분해 등 향후 활용 가능성을 담은 AI 생성 이미지. 자료=KAIST 제공
빛을 받아 움직인 전자가 화학반응에 쓰이기도 전에 제자리로 돌아가면 에너지 활용 기회가 줄어든다. 소재 속 산소가 빠진 빈자리를 활용해 이 과정을 늦추고, 실제 이산화탄소 전환 반응도 높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KAIST 화학과 김태규 교수 연구팀은 경희대 김태우 교수, 가톨릭대 김중한 교수, 포항가속기연구소 이재혁 박사 연구팀과 이산화티타늄의 산소 결함이 전자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이산화티타늄은 빛으로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광촉매 소재다. 빛을 받으면 전자가 이동하면서 전자가 비어 있는 상태인 '정공'이 생긴다. 둘이 반응에 참여하기 전에 다시 결합하면 빛 에너지를 활용하기 어려워진다.
▲ 이산화티타늄의 산소 결함이 전자를 오래 유지하는 원리를 연구한 KAIST 연구진. 왼쪽부터 김효주·이준호·오한얼·우태균 박사과정생, 김태규 화학과 교수. 사진=KAIST 제공
연구진은 산소 일부가 빠져 푸른빛을 띠는 '블루 이산화티타늄'을 일반 소재와 비교했다.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엑스선 자유전자레이저로 순간적인 전자 상태와 주변 원자 구조 변화를 추적하고, 광학 분석과 컴퓨터 계산을 결합했다.
차이는 빛을 받은 직후 전자가 일시적으로 붙잡힌 다음에 드러났다. 블루 이산화티타늄에서는 약 1.5나노초에 걸쳐 전자가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깊은 포획 상태'로 이동했다. 산소 결함에 따른 전자구조 변화가 '대기실'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는 주변 원자 배열도 함께 달라졌다. 전하의 재결합 시간은 일반 소재의 약 42나노초에서 약 110나노초로 길어져 약 2.5배 느려졌다.
연구팀의 이산화탄소 광환원 실험에서는 일산화탄소와 메테인 생성 속도가 일반 소재보다 각각 약 25%, 47% 높게 나타났다. 전자를 오래 유지하는 특성이 실제 반응 성능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산소 결함의 양과 분포는 향후 광촉매 설계에 활용할 요소다. 다만 이번 수치를 수소 생산 효율로 해석할 수는 없으며, 실제 반응 조건에서 전자가 반응물로 전달되는 과정은 추가 연구 과제로 남는다.
KAIST 우태균 박사과정생이 1저자로 참여한 논문은 9월 17일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지(JACS)' 온라인에 게재됐다. 연구의 의의는 소재의 작은 빈자리가 전자 상태와 원자 배열을 바꿔 반응 성능에 영향을 주는 과정을 연결해 설명한 데 있다. /대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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