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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K-하드웨어 없인 AI 완성 없다"..韓, 글로벌 빅테크 격전지로

최근 한 달간 한국을 찾은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의 면면은 화려함을 넘어 긴박함까지 느껴진다. 리사 수 AMD... 글로벌 빅테크의 연쇄 방한은 한국 제조 역량의 승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뼈아픈 숙제를 던진다. 첫째...

"K-하드웨어 없인 AI 완성 없다"..韓, 글로벌 빅테크 격전지로

구글·엔비디아·AMD 등 삼성·SK·현대차·LG·두산 등 연쇄 회동

매디슨 황, 두산과 '피지컬 AI' 로봇 OS 협력…벤츠, 삼성SDI와 30조 배터리 계약

HBM 메모리부터 파운드리·자율주행 플랫폼까지 韓 제조 인프라 선점 경쟁 가열

실리콘밸리 SW와 韓 하드웨어 결합 가속화 속 플랫폼 종속 및 기술 유출 우려 상존

산로보틱스 김민표 대표(왼쪽 여섯 번째)와 엔비디아 매디슨 황 수석 이사(왼쪽 다섯 번째)가 2026년 4월 2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두산로보틱스 이노베이션센터에서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

인공지능(AI) 패권 전쟁의 제2막이 열렸다. 지금까지의 전쟁이 실리콘밸리라는 가상 세계에서 '누가 더 똑똑한 뇌(LLM)를 만드느냐'는 소프트웨어 대결이었다면, 이제는 그 뇌를 현실 세계에 이식해 구동시키는 '피지컬 AI(Physical AI)'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 거대한 전환점에서 세계 AI 지형의 사령관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한국으로 모여들고 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리더 매디슨 황, 오픈AI의 샘 올트먼,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그리고 자율주행차의 선두주자 메르세데스-벤츠의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까지. 이들이 열흘 사이 삼성, SK, 현대차, LG, 두산을 잇달아 훑으며 내놓은 메시지는 하나다. "한국의 하드웨어 없이는 AI의 완성도 없다"는 선언이다.

29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장녀이자 로보틱스 전략을 총괄하는 매디슨 황 수석 이사는 경기 성남시 두산로보틱스 이노베이션센터를 찾았다. 전날 삼성, SK, 현대차, LG 경영진을 연쇄 회동한 데 이은 '광폭 행보'의 정점이다.

매디슨 황이 한국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한 핵심 키워드는 '피지컬 AI'다. 이는 AI가 현실의 물리적 법칙을 이해하고 로봇이나 자동차 같은 장치를 통해 직접 행동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엔비디아는 가상 세계인 '옴니버스'에서 로봇을 무한 반복 훈련시키고, 이를 실제 하드웨어에 이식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두산로보틱스와의 만남은 그 상징이다. 양사는 엔비디아의 AI 학습 인프라와 두산의 로봇 운영체제(OS)를 결합해, 내년 중 지능형 로봇 솔루션을 내놓고 2028년에는 산업용 휴머노이드를 상용화하기로 했다.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뇌'가 한국의 '로봇 몸체'를 만나 비로소 완성된 물리적 실체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최근 한 달간 한국을 찾은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의 면면은 화려함을 넘어 긴박함까지 느껴진다.

리사 수 AMD CEO는 지난달 평택 삼성전자 캠퍼스를 전격 방문했다. '엔비디아 대항마'를 자처하는 AMD에 삼성의 4세대·5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과 파운드리 공정은 생존을 위한 필수 식량이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도 지난 21일 방한해 LG전자와 삼성, SK를 차례로 만났다. 스마트폰을 넘어 차량용 AI 반도체와 휴머노이드 로봇 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온디바이스 AI' 동맹 강화가 목적이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27일 '알파고의 아버지'가 다시 서울을 찾았다. 구글의 차세대 AI '제미나이'를 한국의 가전과 모빌리티에 이식하고, 자체 AI 칩(TPU) 생산을 위한 반도체 파트너십을 공고히 했다.

열흘 전인 지난 20일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이 방한해 삼성SDI와 차세대 하이니켈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까지 포함하면 약 30조 원 규모의 'K-배터리 동맹'이다.

벤츠의 방한은 엔비디아의 행보와 직결된다. 벤츠는 올해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Alpamayo)'를 신차에 탑재하기 시작했다. 인간처럼 사고 과정을 설명하는 이 '알파마요'가 도로 위에서 안전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전력을 공급할 삼성·LG의 배터리가 '심장' 역할을 해줘야 한다. 결국 엔비디아의 뇌 - 벤츠의 몸체 - 한국의 심장(배터리)이 연결되는 자율주행 생태계의 삼각 편대가 한국에서 완성된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연쇄 방한은 한국 제조 역량의 승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뼈아픈 숙제를 던진다.

첫째, 플랫폼 종속화다. 한국은 뛰어난 '몸체(하드웨어)'를 제공하지만, 그 안을 채우는 '영혼(OS·플랫폼)'은 여전히 엔비디아와 구글의 손에 쥐여 있다. 하드웨어 마진율은 낮아지는 반면, 소프트웨어 구독료와 데이터 주권은 빅테크가 독점하는 구조다.

둘째, 보안 및 기술 유출이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나 구글의 클라우드를 통해 국내 제조 현장의 데이터가 넘어갈 경우 한국 기업들은 향후 글로벌 빅테크의 제조 대행사(Foundry)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셋째, 지정학적 리스크다.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계 빅테크와의 결속이 강해질수록,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

글로벌 AI 패권의 승부처는 이제 모니터 속 알고리즘이 아니라 한국의 반도체 팹(Fab)과 자동차 조립 라인, 그리고 로봇 제작소에서 결정되고 있다. 이제 한국은 단순한 부품 공급처를 넘어, AI 생태계의 '공동 설계자' 지위를 요구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들이 한국을 찾는 것은 우리가 예뻐서가 아니라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이 절호의 기회에 하드웨어 우위를 바탕으로 자체적인 AI 서비스 역량을 키우지 못한다면 'AI 시대의 하청기지'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4월 27일 청와대에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이 2026년 3월 18일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삼성그룹 영빈관 승지원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삼성전자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2026년 4월 20일 서울에서 열리는 벤츠 C클래스의 첫 전동화 모델 '디 올 뉴 일렉트릭 C클래스'의 월드 프리미어를 앞두고 강남 안다즈 서울에서 국내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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